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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에 그래도~~


BY eun2616 2002-04-28

언니와 나는
세 살 차이.
멀리 산다는 이유로
1년에 명절에나 겨우 얼굴대하는 바람에
우리는 친구처럼 자매처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한다.


그 날도 그랬다.
저녁 하기 조금 전에 여유를 이용하여
우린 또 전화통을 부여잡고
며칠간의 밀린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가 우유를 달란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하라"
평소대로 그렇게 말했건만
아이는 그날 따라 막무가내이다.
결국 푹신한 소파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여는 순간
몰아닥쳐 커지는 불덩어리..
순간 아차...!!

이 바보 같은 아낙은
무슨 생각이 들었기에
냉장고 안에 초를 켜 두었던가 까마득했다.
언니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초는 제법 심지를 길게 내어놓고
불꽃을 키우며 점점 더 자라
반찬 선반의 윗 선반에 옮겨 붙어 있었고
냉장고를 여는 순간
갑작스런 산소 공급으로 불꽃이 갑자기 커진 것이었다.
닥치는 대로 젖은 행주로 불꽃을 끄고
그슬린 냉장고를 닦고
결국은 반찬 올려 놓는 윗선반은
남편 오기 전에 슬쩍 내다 버렸지만
이 정도로 정신 없이 살고 있는게 바로 나라는 사실에
한심하기도 했고
너무 놀라 떨리는 가슴은 콩닥이며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밖에서 들어 오면
집에서 나는 냄새가 늘 맘에 걸려
집안의 냄새를 없애자고
초를 켜 둔다는 것이
그 초를 켜서 냉장고에 둔 줄은 정말 몰랐다.

평소 스스로 잘 하던 녀석이
그날따라 떼쓰며 달라던 우유가 아니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네 덕에 그래도 그만함을 다행이라 해야겠지..?
두고 두고 아이들 보기 참 민망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