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올랐습니다.
사십년을 넘게 살아도 이리 높은곳까지 한번도 올라 와 본적이
없군요. 아이들과 감탄과 흥분으로 조금은 실망도 더하며 서울시내를
샅샅이 ?터보고 또 보고 각인이라도 시키는것 처럼 정말 열심히
내려다 보았습니다.
점심먹고 여유롭게 한바퀴씩 돌던 남산 언저리를 세월의 무게 만치
아득하게 느껴지는 시간들. 우리가 일하던 자리는 어느새 빌딩숲에
조그마하게 아직도 변함없이 서 있더군요.
이다음에 며느리가 싸 주는 도시락 들고 식물원 앞에서 만나자던
약속을 지금도 기억하는지요.
내가 어디서 무엇하며 살고 있나 궁금할까 괜한 생각도 해 봅니다.
내가 있는곳에서 지금은 멀리 있다는걸 압니다.
메일이라도 보낼까 하루에도 몇번을 생각한 날도 있답니다.
어느날 문득 길에서 지나쳐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편안히 웃을것
같은 맘이 듭니다. 당신이 일하고 있는 학교 홈페이지를 가끔씩
들리기도 한답니다.
어느날 부터 교수 프로필이 없어 졌더군요. 변하는 얼굴을
세월이 지나도 여전한 장난끼를 느끼고 웃고 혼자 말도 열심히 했는데
결혼은 했는지. 아이들은 몇살일까. 어떤 아내를 맞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마 못했을거야 했어도 겨우 겨우
마흔이 넘어서 겨우 했을거야. 아이도 이제 열살도 안되었겠지.
한국에 돌아온 시간도 있고 그래 그게 정답일거야. 또 혹시 모르지
결혼해서 왔을지도. 소설을 쓴답니다.
나보단 훨씬 멋있겠지. 키도 꽤 크겠지. 아마 세련됐겠지.
한없이 초라하게 내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는군요.
그래도 내겐 나만 아는 성실한 남편이 있답니다. 착한 사람이지요.
착한 사람 만날거라고 꼭 그럴거라고 주문 외듯 말 해 주었잖아요.
아이들도 둘이나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예쁜 남매.
스스로 그래도 내가 날걸하고 웃어봅니다. 조금은 벗겨진 머리를
보며 세월의 흐름을 알것 같고. 별수 없군. 그대도 언제나 앞선
사람으로 살수는 없지 하며 조금은 심술도 부려봅니다.
계절의 여왕 오월의 첫날입니다. 오월은 더 없이 들뜨고 환한
계절이지요. 꽃잎 휘날리던 남산 언덕을 걸으면서 웃고 떠들던
시간에서 먼길을 달려 왔군요. 지금보다 더 먼길을 달려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 달려 갈수 있을까요. 그땐 웃으면서 한번 볼수
있겠지 생각합니다.
화창한 봄날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만나자던 약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