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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팔짜보다 더 나은 개팔짜여!


BY 나의복숭 2002-05-02

전철타고 신바람나게 가고 있는데
조카넘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고모. 부탁이 있는데 들어줘야해'
짜아식.
부탁이 있으면 공순하게 들어줄꺼냐고
의사를 물어야지 이건 숫제 안들어주면 안된다는
반 협박이다.
돈 아쉬울꺼 없는넘이라 나한테 돈 부탁할리는
천만의 말씀일꺼고 빈털털이니 보증은 더더욱
택도 없는 소릴꺼고 뭘까?

'일단은 말해봐. 들어주고 안들어주곤 내맘이지'
근데 조카넘 즐거워 죽겠다는 목소리로
장인 회갑이라 처부모 뫼시고
휴가내어 여행을 간단다.
언뜻 뇌리에 스치는 생각.
아하...애를 봐달라는구나.
사정이 그러면 봐주긴 해야 하지만
누군 인삼뿌리 먹어서 해외여행이고
누군 무우뿌리 먹어서 얼라나 보는 팔짜라니...아이구.

'진희 봐달라고 하는구나. 안봐준다 하다간
니랑 원수질꺼고 애구 애구 내 팔짜야'
'아니 고모. 진희는 우리가 델고가요.
진희대신 우리딸 좀 봐달라고...'
진희는 지아들넘 이름이고 딸은? 없다.
근데 딸이라니...
'딸? 니가 언제 입양했냐?'
'에이...나비있잖아요. 나비. 우리딸'
그제서야 이 멍청한 고모는 감을 잡았다.
나비는 울 조카네들이 기르는 애완용 개이다.
암넘인 개를 딸이라고 부르니 세상 참 말세구먼...
'개가 완전 사람하고 동격이네...에라이 나쁜....'
'그럼요. 개도 인격이 있는데...'
갈수록 가관이다
개가 인격이 있다니...하이구
죽은 공자 맹자 노자가 다 웃을일이구먼.

우쨌기나 울며 겨자먹기로 승락을한지
반나절도 안되어서 개애긴지 새끼인지 (개새끼라 하면 안되죠?)
하여튼 황금색 길다란 털을 가진 강아지를
델고 왔다.
강아지만 델고오면 말도 안해
아예 한살림을 가져온거...개집까지 가져왔으니...
이쯤되면 개팔짜가 사람팔짜보다 낫단 소리가
안나올수가 없다.
'고모. 시간맞추어 개밥 먹이고 목욕시켜주고..'
어쩌고 저쩌고 신바람나게 설명하는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자고로 개는 개 다워야지...ㅋㅋㅋ)

난 개가 싫다.
울남편은 개를 무지 좋아하는 사람이라
내가 몇십년동안 살면서 개때문에
싸움한것만도 부지기수고
그생각만하면 지금도 억울하고 이가 갈릴정도다
근데 그때는 전부 송아지만한 큰개여서
걍 우리들 먹다남은 찌꺼기에 맘내키면
고기 뼉다구나 삶아서 부어다주면 끝이였기에
말그대로 개좋고 우리좋고 식였는데
조카가 델고온 개는 매일 샴프도
해줘야하고 손발톱도 깍여줘야하고
뭐 잇빨도 딱아줘야 한다나...하이구.

하루가 지났다.
자주 안아주라는데 한번도 안아주질 않았다.
개털이 날릴까봐 신경만 쓰이고...
내가 밥먹는데 발밑에 와서 날름거리길레
먹고싶어 그러는가 싶어 밥을 한숫가락 줬드니
내 얼굴만 빤히 쳐다 보고 안먹는다.
개주제에 지가 뭐그리 고급이라고
사람 먹는밥도 안먹는단 말인가?
챠라마...나도 안줘.
사료 준다는걸 깜박 잊고 자꾸 밥을 줬는데
끝까지 안먹길레 그때서야 박스속의
개밥과 통조림이 생각났다.
옛날 울나라에서 첨 미국간 사람이 영어를 몰라
개 통조림을 사서 먹었단 그 통조림을...

이틀이 지났는데
베란다에 내어놓은 개가 낑낑거린다.
아무리 애완견이라도 글치
개는 어디까지나 개인고로 차마 거실이나
방에 재우기는 내키지 않아선데
혹시 감기 걸린건 아닐까?
겁이 더럭 났다.
아이구 개는 의료보험도 안되는데...
지발 울집에서 내가 맡아있을동안은 아프지 말거라.
개 눈을 쳐다보면서 빌었다.

개 목욕을 시켰다.
혹시 목욕을 안시켜서 병균이 옳을까봐
목욕시키고 드라이기로 말려줬다.
이 무신 짓일꼬?
지하에 있는 순국 선열들이 웃겠다.
(난데없는 왠 순국선열? 걍 내 맘이라서...ㅋㅋㅋ)

아무래도 개 컨디션이 션찮은거 같아서
걱정하고 있는찰라 조카에게 전화가 왔다.
죽은 오래비 온거보다 더 반가워서
개가 션찮다는 얘길했다.
조카넘도 내 안부보다 개 안부가 더
궁금해서 전화한줄 내 안다만...

'고모. 이마 한번 만져보세요'
'누구 이마? 내 이마?'
'에이 나비 이마요..'
에구 에구 개도 이마가 있구나.
무조건 눈 윗쪽을 더듬듯이 만져봤다.
열이 나는가 안나는가 보란다.
그저 글타.
우째보니 열이 나는거 같고
우째보니 안나는거 같고...
다시 배를 만져보란다.
좀 뜨거운거 같다 했드니 당장 병원엘
데리고 가보란다.
알았다 대답하고 전화를 끓긴했다만
무지 속이 상했다.

사람도 묵고살기 힘든 이 난세에
꼴란 개새끼 열 쪼매 난다고 병원엘 델고 가라니..
글치만 어쩌랴
새끼 한마리에 백만원 가까이 한다니
잘못되면 내가 물어내야 할판인데...하이구.
할수없이 개를 들쳐업진 않고..걍 안고서
병원으로 갔다.
나도 돈 아까워 잘 가지 않는 병원엘...
의사 선생님은 뭐 사람 고치는 의사샘하고
꼭 같구먼...
하얀색 까운도 입으시고...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했드니
개 궁덩이에 주사를 놔주면서 몸살이란다.
하이구야...
지가 뭐 한거 있다고 몸살이람?
개가 진짜 개값을 하누만....
게다가 내가 얼마전에 감기로 병원에 갔을땐
2600원만 줬는데 그 다섯배를 달란다.
날강도가 따로 없다.
개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남? ㅎㅎㅎ

시방
개한테 내 온 정성을 다하고 있다.
리본도 새로 묶어주고 손톱인지
발톱인지도 깍아줬다.
쏘세지도 짤라줬다.
계란 후라이도 해줬다.
흐미...아까운거...
개팔짜가 상팔짜란말 장난이 아녀.
집 위치도 베란다에서 방으로 옮겨주고...
잘못하면 알토란같은 내돈이 또 날라가니
조카네가 찾어갈때까진 개를 키우는기 아니고
진짜로 얼라키운다 생각해야지 뭐.
참 세상 우습게 돌아간다.
아...내팔짜보다 더 나은 개팔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