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님, 건방떨지 마십시오
'국민'을 적으로 만들 참인가요?"
<공개 편지> 한 '노사모' 회원이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에게
김종훈 기자 artplayer@korea.com
지난 5일 방송된 'MBC 스페셜-국민참여경선' 프로에 대해 한나라당측이 '편파보도'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박원홍 한나라당 홍보위원장이 노사모를 '문화혁명 때 홍위병 같다''사이비종교(집단) 비슷하다' '권력을 등에 업은 정치룸펜' 등으로 지칭한 것이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노사모 홈페이지에 '작가 폐업'이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는 네티즌 김종훈 씨가 8일 오전 박 의원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려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논쟁을 첫 보도한 <오마이뉴스>는 박 의원의 발언내용, 'MBC 스페셜'의 CP인 이여춘 PD의 인터뷰에 이어 김씨의 글을 김씨의 양해를 얻어 싣는다.<편집자 주>
안녕하십니까. 박원홍 의원님.
저는 지금 현재 대학로에서 연극 배우, 연출가, 희곡 작가로 활동하면서 노사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작가 폐업'이라는 글을 '마왕'이라는 필명으로 연재 중인 김현우라고 합니다(아 또 나중에 다른 말 하실까봐서 말씀드립니다만 호적에는 족보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김종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행여라도 나중에 익명을 빙자해서 특정인을 비방, 중상모략했다는 말씀은 듣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제가 참 바쁜 사람축에 드는 룸펜(?)이지만 이렇게 아까운 지면, 전기세, 정력, 침침한 눈 낭비(?) 해가며 박원홍 의원님에게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박 의원님의 소속당인 한나라당이 국민경선이다, 부패권력 규탄이다 해서 공사가 다망(?)함에도 불구하고 의정 활동에도 바쁘실 텐데 공정방송을 요청하기 위해 MBC를 항의 방문한 의원님의 행적을 보도한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의 기사를 보고 저는 그만 파안대소를 멈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심심한 감사의 말을 올리고자 합니다.
가뜩이나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폐해로 연쇄 살인사건에, 자살에 민심도 흉흉하고 희곡작가이자 연극배우인 저조차도 만들지 못할 만큼 재미나고 드라마틱한 민주당의 주말 경선도 끝나서 살 맛이 안나던 차에 이런 예기치 못한 너덜(?)한 즐거움을 주신 것에 정말 진짜 하늘과 땅과 우리의 교주(?) 노무현 씨와 4만 노사모를 두고 맹세코 감사드립니다(아! 어떻게 하면 저의 이 진정으로 머리부터 똥꼬까지 울리는 감사의 마음이 전해질지 단어와 문장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아무튼 감사는 감사고...
저는 정말 배터지게 한밤중에 방성대소를 하다가 "음...이렇게 훌륭한 국회의원이 있다니. 이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방문하였습니다.
어느 분 말씀처럼 무당집 깃발(?) 처럼 보이는 태극기는 처음이어서 당황했지만 저는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제가 정치 룸펜인지라. 박원홍 의원님을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SBS의 그것이 알고 잡냐?던가. 싶다 인가"의 명 사회자이셨더군요. 저도 박 의원님이 프로그램 진행을 할 때 자주 시청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웃음을 일단 멈추어야 했습니다.
한 순간도 처음의 약속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국민이 자랑 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약속.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받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
새천년을 열며 잃어 버린 국민들의 웃음을 다시 찾아 드리겠습니다.
우리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데 제 모든 힘을 발휘 하겠습니다.
이 위의 문장 이거 박 의원님 홈페이지에 인사말 맞는지요. 마우스로 복사가 안되어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어서 혹시 빠진 문구가 있나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박 의원님이 누구랑 무슨 약속을 했는지는 (정치 룸펜답게) 내 알 바 없고. 국민이 자랑하는 국회의원 된다는 약속이랑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받드는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이랑 새로운 정치 가능성에 모든 힘을 발휘한다는 약속을 보고 말입니다. 박 의원님이 지키신 약속은 아마 잃어 버린 국민들의 웃음을 찾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박원홍 의원님.
저는 박 의원님이 한때 한 방송국의 명사회자였는데 안보이시길래 설마 한국 정치의 수렁텅이로 가셔셔 새로운 가능성을 여시려고 하신 줄 꿈에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지간한 사람들 아니면 참 결심하시기 어려운 일이신데 분연이 일어나셨더군요.
그래... 가능성은 열릴 기미가 보이십니까?
박원홍 의원님.
한바탕 웃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말씀들이셨지만요. 그렇게 한국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러 가신 분이 무슨 짓이십니까.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받드는 정치하시러 가신 분이 그래서야 어디 쓰겠습니까?
그렇게 당신께서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국민이 좀 좋은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그 간절하고도 절박한 영혼의 발원을 어찌하면 지옥 18층 연옥보다 더 낮출 수 없을 만큼 참담한 나락으로 떨구어 허탈한 웃음을 짓게 하시는 겁니까?
당신은 보셨어야 합니다.
러시아와 교역을 하는 에쿠스를 타고 다니는 무역회사 대표 룸펜 노사모와 경선장 쓰레기 치우던 대학교수 룸펜 노사모와 희망이 없던 나라에 희망이 생겨서 좋아 죽겠다는 준위 계급의 현직군인 룸펜 노사모와 딸아이에게 부끄러워 할 말이 없던 고등학교 선생 룸펜 노사모와 그래도 돈 좀 벌(?) 수 있는데 주말마다 병원 문 닫고 경선장으로 가서 밥수발 청소수발 드는 치과의사 룸펜 노사모와 노동일 하면서 핸폰으로 성금내는 노가다 룸펜 노사모들이 가족과 미성년자 꼬마 룸펜 노사모가 한데 모여 모처럼의 "정치가 즐겁다"라고 노래하고 춤추는 걸 보셨어야 합니다.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뇨. 내가 그럼 노무현 씨와 집단 성교를 했습니까? 오우... 저는 그런 성 정체성에 대해 비난하지는 않지만 그쪽 방향 아닙니다. 저는 남자입니다. 여자하고만 합니다.
아니면 어느 교회처럼 집 팔고 대출받아서 기부를 했습니까? 단군상에다 똥칠하고 목을 잘랐습니까? 절에 가서 부처님 대갈통(아니 실례...)부처님 머리를 헤딩을 했습니까?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박 의원님네 소속당의 대표든가 대장님이신 이회창 씨 사진을 허수아비에 걸어 놓고 부두교의 바늘을 쿡쿡 쑤셔대었습니까?
저는 마음이 너무 약하고 비단결 같다고 해서 남들이 '실크김'이라고 부르는 사람입니다(음... 이 구절에 대해서는 저희 4만 노사모들처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시는군요).
권력을 등에 업은 정치룸펜이란 말씀은 정말 정말 억울합니다. 저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제가 같이 작업하고 있던 여배우에게 상스러운 욕을 하는 사람과 시비가 붙어서 파출소 잡혀 갔을 때도 군대가는 자식놈조차 빼낸다는 권력은커녕 동사무소 직원 한 사람 전화할 데가 없어 벌금형 먹고 폭력전과 생긴 사람입니다. 사돈의 팔촌을 다 뒤져도 그 흔한 순경아저씨, 최소한 119 구급대원이라도 관의 녹을 먹는 사람이 없습니다. 말 나온 김에 저한테 권력 좀 주세요. 우리 동네 구청 직원 뇌물 먹는 것 좀 혼내 주게요.
노무현 지지해서 대통령 되면 한 자리 할 거 아니냐구요? 제가 박 의원인 줄 압니까? 그렇게 주말마다 민주당 국민 경선장 따라 다녔어도 악수 한 번 못해 봤는데요. 또 그럴 리도 없겠지만 나중에 대선에서 노무현 씨가 당선돼서 4만이나 되는 노사모 줄선다면 거기 맨 끝줄쯤에 있을텐데 언감생심 꿈도 못꿉니다.
아, 하나 희망은 있습니다. 노무현 씨가 대통령 되면 뭐할 거냐고 묻길래 "감시자" 한다고 했습니다, 저. 그러니 나중에 겁도 없이 "대통령을 감시하는 사람"이라는 직책은 생길 거라고 확신합니다만. 도대체 제 등에 어떤 권력이 타고 있는지 저는 뒤로 목이 안돌아가는데 박 의원님이 가르쳐주시겠습니까?
박원홍 의원님.
영국에서 국회의원하려면 유머를 잘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설마 선진정치를 배워오신 것은 아닐 것 같구요. 그리고 그 유머 참 후지셨습니다(참 좋은 세상 아닙니까? 일개 평민 사이비 광신도룸펜이 국회의원에게 후진 유머 구사하신다고 맘 놓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요? 이게 수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세상입니다).
그리고 홍위병은 뭐랍니까? 뭔가 참 근사해 보이는 단어입니다. 저번에도 한국의 지성 이문열 씨에게 지겹게 들었던 단어인데 그런 칭찬 과분 합니다. 저는 육군 보병으로 80년대 해안부대와 문선대를 다니면서 위병같은 건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정문 위병이나 이런 보직은 키두 크고 훤출해야 하는데 제가 다리가 짧은 관계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족구 찰 때도 맨날 줘 맞았습니다.
아, 남자들은 그저 뻑하면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서 축구 찬 이야기군요. 이런, 죄송합니다. 말이 새 나갔습니다. 군대 이야기 자꾸 하면 박 의원님의 소속당인 한나라당 총재이신가 하는 이회창 님이 좋아하시지 않을 테니까 그 이야기는 이만 여기서 접지요.
그런데. 한 가지 질문.
박원홍 의원님은 군대 갔다 오셨습니까?
앗! 죄송 군대 이야기 안하기로 해놓고...
(정말 죄송 합니다. 제가 이렇게 덜렁대서 노사모 안에서도 걱정들 많이 하십니다.)
박원홍 의원님.
저는 노사모의 대표 자격도 아니고 국민의 대표 자격은 더 더욱 아닙니다. 정치는 개뿔도 모릅니다. 사실 박 의원님께 존대를 써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육두문자는 제가 그래도 나름대로 꽤나 뼈대 있는 룸펜 가문이라 못하겠고 그냥 들은 것으로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것만은 분명히 합시다. 뚜렷하게 바라는 노선이 없다고 하셨는데. 있습니다, 나는.
나는 이 세상이 부패한 정치권력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국민의 등을 치고 얼르고 뺨치고 수탈하고 바보로 아는 정치가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이게 내가 지향하는 뚜렷한 노선입니다.
박 의원님이 소속하신 한나라당의 전신이 민자당 민정당 주욱 그 계보로 이름만 바꿔서 말타기 하는 동안 저 다 지켜 봤습니다. 더 이상 자식 군대 안보내는 분들이 국가안보위원회 이런 거 하는 그 역결살스러운 꼴도 보지 못하겠구요. 그리고 그런 비리비리한 자식만 낳는 국회의원 더 이상 뽑기도 싫구요. 이게 내가 지향하는 뚜렷한 노선입니다.
복개천 토지도 없이 건물만 등기가 잽혀 있는 9평 단칸방에서 살면서
강남에서 손해 감수하고 이사오신 분하고 한 동네 살기도 싫다구요.
이게 내가 지향하는 뚜렷한 노선입니다.
걸어서 한 달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좁은 나라에서 지역차별 조장해서 국회의원 되는 사람 없고 대통령 노리는 사람도 없는 세상이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뚜렷한 노선입니다.
전라도 사람, 경상도 사람 서로 상처 그만 꼬집고 헤집고 해줄 정치인을 보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지향하는 뚜렷한 노선입니다.
최소한 제 뒤통수를 치지 않는 정치가를 보고 싶다는 이 간절한 소망이 제가 생업도 뒤로 하고 자신을 던져가며 좋아하는 사람을 감싸는 노사모 식구들과 같이 하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뚜렷한 노선입니다.
다른 국민은 모르겠지만 강원도 산골 구석에서 휠체어를 타고 오는 일급장애인 노사모도, 제주에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이름 없는 노사모도 처음 보는데도 마치 친형제처럼 대해주는 신문배달 할배 노사모도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 그렇게도 당신 눈에 하찮게 보이시던가요?
당신의 홈페이지에 있던 약속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뚜렷한 노선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정작 당신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는 노무현 씨 같은 팬클럽은커녕 잊혀져 가는 TV사회자로나 기억 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시는 TV 사회자 분들 말씀하는 것 아닙니다.
박원홍 의원님.
건방 떨지 마십시오.
국민 이름 팔아먹는 것도 지겨운데 국민을 그렇게 사이비 교에 미친 정신병자나 룸펜으로 몰아서야 되겠습니까? 그야말로 국민의 뜻을 받든다는 당신이 가족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정치를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을 "미성년자 동원"이라는 말로 폄하하고 교악한 정치적 산술로 행해지는 그 명예훼손에 대해 저는 이제 소송을 준비할 것입니다.
▲ 김종훈 씨
그동안 정치에 혐오감이 생겨서 돌아다 보지 않았지만 두고 보십시오.
이젠 악이 바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회한을 외면하는 당신들이 바라는 것처럼 정치에 환멸감이 느껴져서 당신을 등한시하거나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이제 온 힘을 다해 당신의 홈페이지에 당신이 한 맹세를 지키지 못한 것을 후회하도록 만들 것입니다. 온 힘을 다해 더 뛸 것입니다.
유감입니다만. 당신께선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국민'을 적으로 두셨습니다.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투명한 정신. 뜨거운 가슴. 당당한 언어.
2002.5.8
시일야방성대소분노 마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