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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에 우리는 이렇게 해봅시다.


BY 유일신도 2002-05-13


받지도 주지도 않는 스승의날 되길
[테마기획-'스승의 날'] <4> 선생님들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일화 기자 ruins@orgio.net

매년 이 맘 때면 스승의날 선물 문제로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앓곤 합니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대에 걸쳐 분포돼 있는 모든 학생들과 관련이 있는 문제이다 보니, 누구 하나 이 스승의날 선물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힘들 정도로 우리 모두와 깊은 관련을 가진 문제이기 때문일 겁니다.

새해 들어 딸아이를 유치원에 입학시킴으로써 일약 학부모가 돼버린 아내와 나 또한 최근 이 스승의날 선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그냥 넘어가자니 우리 딸아이만 유치원 선생님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염려되고, 선물을 하자니 꼭 뇌물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없는 까닭입니다.

더하여 선물을 할 경우 얼마짜리로 어떤 선물을 해야 좋을 지도 초보 학부모인 아내와 나로선 감당하기 벅찬 문제입니다. 싸구려(?) 선물로 생색만 내자니 차라리 아니한 것만도 못할 것 같고, 좀 가격이 나가는 물건을 선물하자니 이건 정말 딱 뇌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차마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나 가격이 좀 나가는 선물을 할 경우 이는 우리 아이만 특별히 더 좀 잘 돌봐달라는 청탁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우리 아이만 특별히 더 좀 잘봐달라는 청탁은 결국 다른 아이를 차별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정말 해서는 안될 몹쓸 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아이가 우리에게 더없이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 것과 마찬가지로 다른 아이들 또한 그들의 부모님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일텐데, 우리만 생각하고, 우리 욕심만 차려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우리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에 휘말려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입게 될 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을만큼 스승의날 선물 문제는 난제중의 난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스승의날 선물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에게 각각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모든 선생님들의 경우 올해 스승의날부터라도 돈이 주원료인 선물은 이유를 불문하고 일체 받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실천을 보여주시고, 모든 학부모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돈이 주원료인 선물은 이유를 불문하고 일체 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값싼 것 또는 학부모나 아이들의 정성이라는 이유 등으로 선생님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선물을 허용하다 보면, 선생님이 자기 아이만 특별히 좀 잘봐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학부모들은 남들보다 비싸고 좋은 선물을 하고 싶다는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마련이고, 그런 학부모들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한은 돈 몇 푼을 아껴 자기 아이가 선생님으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게 만들 학부모는 적어도 이 땅에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므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돈이 주원료인 선물에 대해서는 일체 받지도, 주지도 말아야 합니다. 대신 선생님을 향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아이들이 정성스레 직접 만든 선물을 장려하고 적극 유도한다면 스승의날이라는 취지에 걸맞는 좋은 선물들이 쏟아져 나오게 될 것임은 물론, 그 같은 정성 어린 선물을 매개체로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계 또한 한층 돈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과거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누구에게 하는 것이건간에 선물이라 하면 일단 들인 돈보다는 들인 정성의 무게가 훨씬 무거웠습니다. 먹고 죽을래도 돈이 없다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돈이 귀하던 시절이다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선물에 돈을 들일래야 들일 여유가 없었고, 정성이 아니고선 선물을 선물답게 할만한 방법이 없었던 탓일 겁니다.

그런데 경제가 급성장해 과거보다는 돈이 훨씬 흔해지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도 선물 같은 것들에 돈을 들일 수 있을만큼 여유가 생겨나면서, 언제부턴가 정성은 뒷전이 되고 돈을 얼마나 들였느냐 따위가 선물의 가치와 무게를 재는 주요한 척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우선은 학교에서만이라도, 그리고 학교에서부터 이 같은 잘못된 척도를 바로잡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첫걸음은 바로 모든 선생님들이 돈이 주원료인 일체의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학생들의 정성이 깃든 선물이야말로 진정 값지고 소중한 것임을 행동을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이요, 선생님들의 존재 이유이며, 선생님과 학생들, 학부모들이 모두 스승의날을 스승의 은혜에 대해 감사받고 감사하며 서로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2/05/11 오후 7:18
ⓒ 2002 OhmyNews

몇년 전부터 일체의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시는 선생님이 많이 계시니 이번엔 엄마들이 선언을 해야할 때인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