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위기의 남자를 보았다.
우리 집에 위기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저 늦은 밤에는 잠자는 사람들이어서 보지 못했다.
어제는 갑자기 남편이 딴지를 걸기 시작한다.
아내보고 신성우 좋아하는 것 아니냐
왜 갑자기 연속극을 챙겨보느냐
자기 아는 사람 중에는 이거 보는 사람 아무도 없다는 둥
김영철이 설거지하다가 집어던지는 부분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남편-
아니 어떤 남자가 고무장갑끼고 설거지하냐?
나도 그냥 맨손으로 한다, 원, 말도 되지 않는....
아내- .... 조용히 좀 보자...
남편- 아니 정재환까지 이혼남이야?
이거 문제있네. 하나같이 이혼남,이혼녀, 통계적으로 문제있는
집단이네, 이거 보지마,
아내- 그럼 여인천하는 통계적으로 대한민국 대표집단이냐?
조용히 보자ㅡ 우리.
남편 - 근데 황신혜는 왜 또 우냐, 쟤는 잘도 울어.
아내- 직업이잖아. 조용히 보자 응?
남편- 나도 돈 줘봐, 울어볼께. 나도 해보자.
아내- 아냐, 당신은 직업이 아니니까 못할걸?
당신 돈 내가 뺏을께, 당신은 돈 뺏기면 울걸 아마.
직업은 무서운거야.
그러지 말고 나 맥주하나 갖다줘라. 그럼 내가 울어보일께.
남편- 투덜투덜 맥주가지러 간다.
자, 여기
아내- 눈물 짜려고 기운을 모으기 시작한다. 생각처럼 쉽게 나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차가운 맥주를 손에 쥐고 눈물을 모으려니...
황신혜는, 배종옥은, 김영철은, 신성우는 무슨 생각을 하며서 울까, 그런 생각만 난다.
남편- 너 정말 울려고 하니? 그만해라.
...우리 그냥 조용히 보자...
그나저나 어제 변정수 눈물은 압권이었습니다.
남편은 변정수를 점점 더 마음에 들어합니다.
황신혜 아줌마 만나고 싶으면 만나라고, 자기한테 말만 하지 말라고, 하는 대목에서 특히 좋아하더군요.
참, 변정수 아버지 역으로 나오는 주현 (?) 씨 대본에- 누굴 만나던 뭘하던 내 딸 귀에만 들어가지 말게 하라는 대목 - 칫솔들고 지나가던 우리 아이 말이 걸작입니다 - 귀에는 말고 눈에는 들어가도 되나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