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언론이 자국 축구팀의 패배를 두고 들끓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승후보로 꼽히던 자국팀이 한국에 의외의 일격을 당한 것을 두고 심판의 불공정 판정을 원인으로 꼽으며 심지어 한국의 개고기,고양이 고기 식용문제가지 들먹이며 일방적인 흑색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현지 한국유학생이 19일 오전 이-메일로 전해 왔습니다.
한국 이탈리아간의 우호관계에 혹시나 누가 되지 않을 까 하는 우려도 들지만 현지의 여러가지 외신을 전해들은 바로는 이-메일 내용이 과장되거나 왜곡된 것을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아래내용은 보내온 원문 그대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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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태리 유학생 신재희라고 합니다. 오늘 이태리와 한국 경기 후에 이태리 언론의 행태가 너무나 네 마음에 상처를 남겨서 글을 썼어요. 혹시 잘 정리해 주셔서 기사화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오늘같은 분위기라면 이곳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정말 살기 힘들겠어요. 쓰다보니 좀 길어졌는데...기사화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Questa Corea maledetta
조금 전에 유학생 중 한명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태리 국영방송인 RAI1 에서 매일 밤에 하는 notti mondiali(월드컵의 밤) 라는 프로에 오늘 밤에 나와줄 수 있냐는 부탁이 들어왔다더군요. 저는 아무도 나가지 말도록 하라고 간곡히 권유했습니다. 지금 이태리의 언론은 한국이 경기를 잘 했다는 이야기는 없고, 심판이 한국편을 들었다는 쪽으로 온통 언론을 모으고 있습니다. 경기 직후에 한국에서 이야기를 전하는(아나운서는 아닌데 이름은 Raffaello Lanucci라고 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은 한국이 FIFA에서 엄청난 힘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 조작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증거가 없는 사실을 방송에서 그렇게 흥분해서 말해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의 명예를 마구 짓밟아 버릴 수 있는 말이지요. 사실 저는 한국이 그렇게 힘있는 나라인줄 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알았습니다. 지금은 이태리 심판인 Pierluigi Collina야 말로 제일의 심판이고 오늘 일본과 터키 경기의 가장 잘 한 사람은 선수가 아닌 이 심판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말로는 이태리 사람들을 이기기 힘듭니다. 특히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에 약한 동양인들은 더 더욱이… 당연히 이태리어도 이태리 사람만큼 못할텐데 말할 기회도 주지않고 바보를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이미 월드컵을 앞두고 정신적 수모를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받고 있으니까요.
프랑스 뿐 아니라 이곳에서도 개고기 먹는 한국인을 비꼬기는 마찬가지였으며, 특별히 한국팀이 포루투갈을 이기고 이태리와 16강에서 만나기로 된 후부터는 마늘냄새 나는 한국인, 개를 먹는 한국인 등의 말을 듣는 것은 거의 매일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한번은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의 관광지와 관광요령을 알리는 프로가 있었는데 모든 좋은 이야기들 끝에 사회자는 이런 멘트로 프로를 마쳤습니다. “한국에는 개와 고양이를 파는 음식점(근데 정말 고양이 음식점도 있습니까?)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월드컵 기간만은 영업을 중지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한국인들은 거절했습니다. 아무리 전통이라지만 나쁜 전통은 바꿀 수도 있지 않습니까? 오우! 적어도 우리는 우리의 친구들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평생을 개가 친구가 아니고 음식이었던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이 아나운서는 모르니까 한 말이겠지요.
저는 지금 한국 사람들과 이태리 사람들을 이간질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인들에 대한 서양인들의 생각을 조금 더 알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우리 또한 우리의 잣대로 서양인들을 판단해서는 안되며, 더욱이 일반적인 통념으로 우리보다 문화나 경제적인 면이 처지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지금 이태리의 거의 모든 언론들은 한국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이끌어 갔는지, 어떤 전략을 썼는지에는 설명도 없고, 이런 식의 심판은 처음 봤다고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FIFA 의 높은 자리에 있는 한국 분을 한국의 Agnelli(피아트 사장으로 알고있습니다)라고 비유하면서 한국이 FIFA에서 매우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가 있기 전에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심판이었습니다. 한국과의 경기가 있기 며칠 전부터 이태리 언론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심판들이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선 한 경기를 치루고서 바로 이태리 신문에는 ‘미국이 낫다(한국과 만나는 것보다 미국이 낫다는 말입니다)’라는 머릿 기사가 나올 만큼 만나기 싫은 한국, 더욱이 주최국을 만난 이태리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더구나 예선 두 경기에서 offside 판정으로 무효가 된 골에 대해서 공정함을 주장하며 심판들의 자질을 크게 문제 삼았고, 크로아지아와 경기에서 선심을 보았던 덴마크 선심 라르슨이 이태리인들에게 사과를 하는 사건도 있었기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지요. 그렇기에 이태리가 한국전에서 지게되면 분명히 심판 문제를 걸고 넘어질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미 예기된 사실이었습니다.
이태리 언론은 토티의 시물레이션과 톰마시의 offside는 있지않은 것이었다며 골든골은 톰마시의 것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문전에서 방어하는 한국선수 손에 공이 맞았었는데 그것은 심판이 실수를 했더군요. 그것 또한 한국을 도와서 심판이 패널티킥을 주어야 할 것을 안주었다고 주장하고, 델피에로를 팔꿈치로 친 선수의 동작을 거듭하여 보여줍니다. 제 눈에는 우리 선수가 팔꿈치로 치기 전에 델피에로도 발을 걸던데… 어쨌든 이태리가 불리한 판정을 받은 모든 심판의 실수를 편집해서 보여주니까 아마도 이태리인들은 정말 한국이 싫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음식점을 위협하는 일들이 경찰에 신고되었고, 시내에서 경기를 관람한 한국인들에게 물병을 던지는 등 모욕을 주는 일들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쯤되면 며칠 밖을 다니기 조금 무서울 것 같지요.
저는 축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토티선수는 그 시물레이션말고도 여러 번 시물레이션을 시도했습니다. 후반 32분경에 자기가 공격으로 달려오다가 우리 수비부에게 부딪치면서 파울을 유도했으며, 36분 경에는 얼굴을 정확히 맞지도 않았으면서 얼굴을 맞은 시늉을 한 것이 슬로우모션에 잡히더군요. 마지막 경고는 안주어도 되는 것이었는지 모르겠으나 패널트킥은 아닌데(그것은 이태리 해설자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직도 어떤 뉴스에서는 패널트킥을 주어야 할 것을 오히려 토티에게 경고를 주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장면도 토티가 넘어지는 순간만을 보여주고 바로 일어서며 패널트킥을 요구하는 장면은 절대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톰마시의 offside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선심의 깃발은 이미 톰마시가 앞으로 진행하기 전에 들어져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태리인들은 골이 무효화되었다고 보도하는데(이것으로 이태리인들은 크로아지아전에서 2골, 멕시코 전에서 2골이 무효화 되고, 이것이 다섯번째 무효화된 골이라고 주장합니다) 제 생각에는 선심의 깃발이 이미 들어진 뒤에 그것도 여러 걸음을 가서 찬 골이니 무효는 아닙니다. 찬스를 방해했다는 표현이 맞겠지요. 그런데 왜 한국 선수들에게는 한번도 없었던 offside가 유독 이태리팀에만 다섯번이나 있었는지, 왜 번번히 이태리의 무효골은 offside의심을 받게되었는지, 이태리인들의 주장대로 심판들에게 의혹이 있는 것인지…
패널트존에서 수비하다가 우리 선수 손에 맞은 공, 물론 아무 의도는 없었지만, 패널트킥으로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네요. 그러나 심판이 일부러 우리편을 든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이기에 한 실수일까요….
전반 5분경에 한국팀이 받은 패널트킥도 말이 많습니다. 이 패널트킥이 있기 전에 코코 선수의 파울로 한국은 후리킥을 얻어내는데 그 코코 선수의 파울도 그냥 정상적인 수비였으며, 특히 패널트존에서의 몸싸움은 유럽 챔피온 리그에서는 자주 볼 수 있으며, 파울로 치지도 않는 것을 파울을 주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 에쿠아도르 심판은 내일 주요 신문에 첫면을 장식하게 될 것입니다. 이태리 해설자에 따르면 이 심판이 하는 축구는 자신들의 축구와는 다른 것이랍니다. 이 불쌍한 심판은 오늘 이태리 언론을 통해 grande comico(위대한 코메디언)로 데뷰했습니다. 그러나 이태리인들에게는 전혀 웃기지 않고 한국인들에게만 웃음을 선사하는 코메디언이라고 표현하더군요. 또 12번째 한국 선수라는 표현을 아낌없이 했습니다. 며칠 전에 심판이 에쿠아도르인으로 결정되었을 때는 예선에서 자신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에쿠아도르 축구선수 멘델손을 기억하면서 이 에쿠아도르인도 우리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것인가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한 이 심판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20여명의 경찰이 호위를 했는데 그것은 전례에 없는 일이라며 아마도 한국인들이 심판에게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기특하다고-) 마구 안으며 고마움을 표시할까봐 경찰이 보호했을 거라는 조크도 하더군요.
한국 기사에는 이태리 선수들이 매우 거친 경기를 보였다고 했고, 저도 비에리 선수가 매우 거칠게 우리 선수를 치는 것이나, 토티가 우리 선수의 얼굴을(김남일 선수에게 범한 파울 말고) 친 것도 보았는데, 우리 선수들이 파울 당하고 그냥 넘어간 것도 많은 것 같은데…그것은 여기서 다시 볼 수가 없군요. 그저 우리의 토티 선수는 정직하게 경기를 한다는 이야기만 할뿐…아참! 토티 선수는 첫 예선 경기인 에쿠아도르 전 직후에 영국의 한 구단에서 엄청난 몸값으로 살 것을 제의 받았던 선수이군요. 잘 팔리면 누군가 매우 큰 이익을 보게 되는 것 맞나요? 제가 잘 이해한 것입니까?
지금 한 축구프로에서는 모두 FIFA에 팩스나 메일을 보내어서 이런 부끄러운 축구연맹의 행태를 바로잡자고 합니다. 여러 이태리 축구 관계자들은 FIFA의 높은 자리에 이태리 사람이 없어서 이태리가 나쁜 대접을 받게 된 것이라며 오늘의 패배는 스포츠의 패배가 아닌 정치적 패배라는 표현도 합니다. 또한 오늘 축구는 무엇인가를 잃었다. 이것은 진정한 축구가 아니라고 합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선수들의 인터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의 경기는 자격이 없는 팀이 이긴 것이라고… 한국 신문에서 우리 선수들을 유럽에서 눈독들이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아마도 이태리에서는 안부를 것 같습니다. 우리 선수들 정말 별볼일 없는 선수들로 보고 있거든요.
다른 나라의 언론들은 오늘의 경기를 어떻게 분석하고 보도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제 눈에는 너무나 경기를 잘한 우리 선수들인데 이곳에서 이런 식으로 마구 이야기 하는 것이 정말 불쾌합니다. 오늘 이태리는 이미 전략에서 졌다고 보여지는데 말입니다. 공격수(델피에로)를 빼고 수비수(가투소)를 대치시킨 트라파토니 감독의 방어위주 전략과 수비수들을 공격수들로 대치시킨 히딩크 감독의 전략의 차이에서 온 승리라는 것을 이태리인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긴 자기네 선수들 몸값에 비해 1/50밖에 안되는, 이태리인들에게는 볼품없는 한국 선수들을 누가 공격수이고, 누가 수비수인지 구분이나 하겠습니까? 이태리인들에게는 이태리 축구가 세계 제일인 것을… 경기 내용의 문제는 간과하고, 몇 가지 선수들의 실수가 있었다(오늘 비에리의 똥볼을 보셨지요? 오른발로는 안되나 봅니다. 그러니 최용수 선수 힘내세요!)는 말뿐 절대로 이태리 선수들의 기량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 안합니다. 경기 내용에서도 한국을 이겼다면서, 다른 경기 후에는 바로 보여주는 경기분석도 안합니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이태리 내의 언론은 아무래도 양국민간의 감정도 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이태리 tv에 나온 대부분의 정치인들조차 심판의 판정이 불공정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한국의 언론은 아무 대응을 할 수 없는 것인지요. 심판이 우리를 고의로 돕지 않았다는 어떤 발표라든지, 증거를 보여줘야 이 말 많은 이태리인들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님 이태리인들처럼 이태리선수들의 파울 장면들,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토티의 다른 시물레이션 장면들이라도 계속 돌려서 이태리인들의 이런 무모한 언론에 일격을 가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1934년 제2회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스포츠를 정치적 목적(피사즘의 전파)으로 이용하려했던 이태리, 지금 이태리인들은 이번 월드컵이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을 일으킨 대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 세계의 이목이 그렇습니까? 이태리인들의 진실이 아닌 진정한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고, 순수한 스포츠인들의(여기서 아주리군단을 의미하겠지요) 마음에 상처를 입혔답니다. 정말 이태리 축구인들은 순수합니까? 정말 순수한 나라 사랑의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임했습니까? 월드컵에서의 경기 전적이 선수들의 몸값을 크게 죄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태리 선수들의 몸값이 떨어지면 이태리 축구시장에 큰 타격이 오기에 더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아니냐고 말한다면 제가 정말 순수하지 못한 눈으로 이들을 보는 것일까요? 정말 이태리 언론에서 부끄러운 월드컵이니, 심판 판정에 한국측의 배후가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확실한 증거없이 해도 되는 것인가요? 이미 이 기사들을 읽고 한국인들의 이미지를 나쁘게 가지게된 이태리인들의 마음은 한국측이 배후에 없다고 밝히면 풀어지게 될까요? 다른 것은 몰라도 정말로 어려운 상황가운데 월드컵의 꿈만으로 열심히 훈련해온 우리의 자랑스런 선수들이 얻은 승리가 이렇게 더럽게 먹칠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개고기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이태리인들은 집에서 비둘기를 길러서 먹습니다. 물론 모든 이태리인들은 아니지만 평화의 상징인 비들기를 먹는 것은 사실입니다. 말을 매우 사랑하고 경마를 즐기는 이 사람들의 슈퍼에서 말고기를 팝니다. 토끼를 머리채로 반을 잘라놓고 슈퍼에서 팝니다.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즉 고양이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지요. 멸종위기에 빠진 고래를 잡아먹는 일본인들의 행위는 그야말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더 큰 잘못인데도 월드컵 기간 중에 그것을 규탄하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고, 자신들의 식문화도 우리에게는 정말 생소한 것임에도 한국의 식문화만을 비판하는 태도는 정말로 문화선진국으로서의 이태리의 모습을 초라하게 합니다. 한국이 축구연맹의 높은 자리를 차지해서 이런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이태리인들이기에 자신들보다 부국인 일본에 대해서는 매일 좋은 보도만 하고 자신들에게 약소국으로 보이는 한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보도도 거침없이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말입니다. 이미 두번이나 자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했던 이태리가 한국과의 경기에서 주최국과의 경기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계속 무슨 조작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자체가 이태리적이라고 말한다면 제가 이태리인들에게 큰 실례를 하는 건가요?
저는 이곳에서 8년의 유학 생활을 해왔고, 이제 유학생활을 마감하는 중에 있는 조금 늙은 학생입니다. 저는 이태리의 많은 것들을 사랑하기에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지낼 수 있었음으로 이태리를 비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람들이 그저 너희들은 맘대로 생각해라 하고 무방비로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당당하다면 얼마든지 이태리 언론에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각국의 언론을 등에 업고 대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100년 1000년 이렇게 생각하고 한국을 적대국 삼을 것입니다. 정말 이 사람들 생각대로 한국이 molto molto potente(매우 매우 힘이 세다)하다면 적어도 이렇게 우리나라를 함부로 이야기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Questa Corea maledetta(제 해석이 적절한지 조금 의심스럽지만 해석한다면 ‘이 한국, 빌어먹을…지긋지긋해’ 정도의 표현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전골이 터지고 이태리 아나운서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원래 자국의 아나운서들은 아무래도 자국편이 되게 마련이니까 진행 중에 여러 화나는 표현들이 있었지만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태리인들의 말대로 최고수준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아주리 군단은 한국을 90분 내에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오늘의 이태리의 가장 큰 패배의 원인을 이렇게 봅니다. 우리는 이들을 아는데 이들은 우리를 모릅니다. 우리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물론 별로 이해하려고 노력도 안하지만…. 오늘 우리는 직접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지피지기이면 백전백승’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