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이 겨우되는 단독주택에서 살다가 이곳 아파트 17층으로 이사온지
이제 2개월.
나름대로 집을 치장하고 새로 가구도 들여놓고 이것저것 신경을
썼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황량한지 모르겠다.
베란다 아래로 조그맣게 보이는 자동차들과 사람들..
이사와서 굉장히 좋아할 것을 기대한 남편은 우울한 요즘의 날 보며
의아해한다.
그래 그건 온전히 내 감정이기 때문에 이해할수 없을거다.
시골에서 살다온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이 나이 먹도록 살았는데
무슨 향수병걸린 사람처럼 시름시름하고 기운도 하나도 없다.
2개월 밖에 안됐는데 벌써 이사가고 싶다.
이렇게 정이 안드는 집은 처음봤다.
이사를 여러번 다녔지만...
사방이 삭막하다.
여긴 대단지 주공아파트라서 세대수도 많다. 그래도 삭막하다.
이사온지 2달도 아직 안되었는데, 다시 이사하기도 뭐하고.
하여튼 요즘의 나는 예전의 건강한 내가 아닌것 같다.
아이를 유치원 보내다가 아파트 1층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
까지 하다. 아파트에 안 살아 본 것도 아니다.
신혼시절부터 계속 아파트에 살다가 시부모님댁에서 한 5년 살았던
것 빼고는 7층, 12층, 9층 이렇게 살았었다. 근데 여긴 왜 이리 높은 걸까. 나는 삭막함을 잊기위해 화분을 왕창 들여놓았다.
그런데도 마찬가지다.
내 맘에 무슨 병이 있나? 활기를 다 빼앗긴것 같다.
남편과 아들이 자꾸 눈치보는 것 같다.
낼 부터 기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