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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입까지 막는 과잉경호


BY 어쭈구리 2002-07-03

히딩크 입까지 막은 ‘과잉경호’

한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린 지난 한 달 동안 세계축구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 기간 동안 대회관계자들은 선진적 경기운영방식을,선수들은 세계의 벽을 허물며 한 단계 높은 기술을 습득했다. 한국은 이런 성과들을 통해 월드컵개최에 대한 이점을 충분히 얻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옥에 티는 있게 마련. 아직도 경찰과 경호팀의 업무수준은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주위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히딩크 감독은 2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였다.

히딩크 감독의 잔류에 대한 국민적 열기를 반영하듯 언론의 취재열기도 팬들의 성원 못지않게 뜨거웠다. 하지만 경찰특공대는 히딩크 감독에게 질문하기 위해 다가서는 기자들을 밀어내며 ‘접근불가’를 선언,과잉방어에 대한 빈축을 샀다.

이를 본 히딩크 감독도 경찰특공대에게 “아무도 밀지 말라(Don’t push anybody)”고 단호히 말했지만 그들이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히딩크 감독은 차를 타러 가는 도중 벌어진 몸싸움 속에 “잠시 서서 얘기하자”며 기자들을 주위로 불렀다.

하지만 경호대와 공항의전팀은 여전히 스크럼을 짜고 히딩크를 에워쌌다. 결국 답답한 히딩크 감독이 경찰특공대의 포위망을 풀어달라고 관계자들에게 애교스런 부탁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히딩크 감독은 정확히 말하고 싶었다. 왜 한국을 떠나려 하는지,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한국팬들에게 희망을 남겨두고자 하는지를 언론을 통해 온국민에 전달하고자 했다.

이런 그의 뜻을 알 리 없는 공항의전팀은 “귀빈실에서 인터뷰가 마련돼 있다”고 말하며 히딩크 감독을 기자들 틈에서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인터뷰는 계획돼 있지도 않았고 공항의전팀이 상황을 넘기려고 발상해낸 싸구려 눈속임으로 판명났다.

한국축구는 세계 정상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몸만 있고 머리가 없는 조직때문에 외국인 감독에게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인천공항=서경완 dmz@sports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