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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잔상들...


BY 물빛갈매기 2002-07-04

당신!
우리 사이에 이제 남은게 없지만...
당신이 내게 남긴건 참 많네.
하루를 시작하면서부터,
하루를 마감할때까지..
여기,저기 참 많이도 그동안 당신한테 길들여지고,
얽메여 살았나 봐요. 나..
자고 일어나면,
당신이 찾던 신문이 생각나 두눈 부비면서 신문을 들여놓게 되고.
침대 머리맡에 당신을 위해 재털이를 준비해 두게 되고.
아직도 당신의 밥을 제일 먼저 뜨게 되고.
식탁엔 아직도 당신의 수저를 놓게되고.
나 왜 이런지 몰르겠어요...
당신의 빈 자리를 없애야 하는데도,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난 정말 바본가봐.
당신의 떠난 자리를 지우지 못하고 이러고 살고 있는 내가 정말 싫다.
며칠전 고향을 가면서..
당신과 걷던 그길..
안개 자욱한 그 강둑길을 보면서,
가슴아파 눈물짓고..
당신과 함께 먹었던 메기 매운탕집 간판을 보면서,
지금의 내가 믿어지지 않아서 한숨짓고..
당신!
난 왜 이렇게 당신한테 길들여 졌을까?
왜 이렇게 당신한테 얽메여 벗어날수가 없을까?
당신과 다니던 그 길이 희뿌옇게 앞을 가리면서도,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나 그렇게 다짐했어요.
이젠 정말 잊어야 하지 않을까..
이젠 정말 당신 손 놔주고,
내 삶을 살아가야 할텐데...
그래요.
나 아들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 거네요.
당신한테 보란듯이 살거예요
나중 좀 더 나이가 들면,
스치듯이 지나는 길에 당신 만나도,
나 웃으면서 악수라도 청할수 있는...
그런 당당한 아들의 엄마가 될 거네요..
그래요.
당신이 택한 길이니까 당신은 후회는 않겠지요.
지금쯤 당신은 가슴이 후련하겠지요.
모든거 훌훌 털어버린 가슴이 얼마나 시원할까요.
왜 내가 그걸 알면서도,
당신한테 그렇게 해주지 못했을까..
결국엔 이렇게 될일을...
당신!!
여름이 되니까.
유난히 더위에 약한 당신이 걱정되네..
이젠 그걱정이 내 몫도 아닌데도..
건강 조심하길 그래도 빌게 되네.
나하고 상관없지만 아들과아버지라는 관계는 영원한거 아닌가.
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요.
더 이상 아들한테 나쁜 모습,힘든 모습 보이지 말구..
아직도 당신에 대한 기억들 한켠에서 헤메고 있지만..
나 이제 이렇게 여기서라도 얘기하고 나면..
차츰 정리가 되겠지..
당신!!
잘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