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남편은요..
나에게 잔소리를 거의 안하는 사람이지요.
아침밥 안먹구 출근해요.
아니 자고있는 아기가 깰까봐서 세수도 소리안나게 ..변기물도 안내리고 출근하지요.
출근하면 집에 보통 두서너번은 전화 해요 .가끔 보고싶다 사랑한다
표현 하지요 전화로..
저녁땐 거의 늦을때가 많은데 (대학원 공부까지 하느라) 집에와서
밥달라고도 잘 안하고 .. 배고프면 알아서 해먹구요..
가끔 내게 서운해 하죠.. 사람이 들어왔는데 아느척도 안한다고..
양복차림으로 출근하는데 난 대림질도 잘 안해요. 아주가끔
내키면 하구요.. 울남편 꼬깃한 와이셔츠 (요즘은 그냥 다리지 않고도 입을만한 와이셔츠가 꽤 있대요) 입고 전혀 불평 안하고
잘 다녀요.
워낙 사람이 그런쪽으로 무디고 둔감해서 서운하네 어쩌네 말도 안해요.
일끝나고 집에오면 내게 이런저런 수다도 떨어요.
괘상한일일라도 생기면 애처럼 흥분하면서 말에요..
내가 먹자는거 다사주구요 뭐 필요하다면 다 사주지요..
얼마전 나와 심하게 다툰다음엔 컴퓨터 모니터에 00 아 사랑해 라는
문구를 띄워 놓았더라구요. 컴만 켜면 그문구가 둥둥 떠다니지요.
주말과 주일은 내가 가자는데고 왠만하면 가주구요. 가끔
반항도 해요.. 쇼핑몰은 진짜 싫다면서.. 또 가냐고.. 혼자 가라고..
내남편 나한테 참 잘하죠?
내남편 못하는거 딱하나 있지요.
고부관계 가운데서 멍청하게 정리 못하는거..
아니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몰라서 그런지 일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리고 워낙 우유부단해서 시모랑 시누이들이 내게 쌍욕으로
몰아붙일때도 감히 말리지 못하고 남에일 보듯 했지요.
지보다 어린 시동생들에게도 꼼짝 못하고 시키는데로 다하고..
너무착해 저런건지 내가 병신하고 사는건지..
속터질때가 한두번이 아니지요.
얼마전에도 답답해서 그일로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남편의 좋은점은 위에 쓴것처럼 그렇게 많은데..
그런사람 만나기 진짜 힘든거 아는데..
울남편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인데..
결정적인 순간에 막아주지 못한 남편이 왜이렇게 오래 미울까요?
내맘에 상처가 너무커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네요.
이번일이 처음도 아니고 두번째 거든요.두번다 남편은 가운데서
확실한 태도를 못보이고.. 날 화나게 하더군요..
워낙 물렁한 사람이라 시부모가 들었다 놨다하며 키웠는지
부모말엔 꼼짝 못하죠.
다른남편처럼 바람이 난것도 아니고 도박을 하거나
술을 먹는것도 아닌데..
내가 용서해야 할까요?
내게 함부로 한 시누이에게 따끔하게 야단치지 못한 남편을
위에적은 자상한 성격을 봐서 용서해야 할까요?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요?
결혼전 남편집안이나 돈은 하나도 안보고 그저 성격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알고보니 거의 개망나니 수준의 시아버지와 거기에 딱 어울리는
시어머니..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집안..
그래도 시집이 미국에서도 물가가 비싼 지역이라서 그정도 일줄은
몰랐죠. 말이 좋아 미국이지 진짜 밑바닥입디다.
전 그래도 한국에서 좋은대학에 알아주는 직장을 다녔고
외모에 어느정도 자신도 있었던 공주과 였지요. 집안도 그럭저럭
내세울만 합니다.
남편이 공주대접 깍듯이 해주었고, 그게 좋아 그것만 믿고
결혼 했지요. 남편만 공주대접이지 시집식구들이 어디 그런가요?
자기네 수준으로 같아지길 바랬죠.
아직도 남편과 싸우다가 넘 화나면 내가 사기결혼으로 넣는다고
윽박질러요.. 이집안에 내가 끼어든게 너무 억울하고 화나서..
그래서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하는게 아닌데..
얘기가 길어졌네요.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건지 나도 잘 모르겠네요.
남편이 막 미웠다가.. 미워서 어쩔줄 몰랐다가.. 보면 또 안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가.. 화나고..
선배님들
내나이 이제 30인데..
저사람과 끝까지 같이 간다는 확신이 안서네요.
저사람 식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에서 불처럼 뜨거운것이 솟아오르고
당장 이혼하고 싶어요.
근데 남편의 자상한 면들이 날 맘약하게 하네요..
내가 남편을 아직 사랑하는 걸까요?
아님 이것이 그 미운정 이란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