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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당신 생일인데...


BY 물빛갈매기 2002-07-16

당신.
내일이 생일인거 아세요?
윤달에 태어나서,제대로 된 생일날은 손꼽아야 할 정도로.
가끔씩 오지만 그래도 생일은 생일인데...
나 아닌 다른사람한테서 당신 미역국 먹겠구나..
난 오늘도 습관적으로,
미역을 살 것이고,
저녁에 쌀뜨물 받아서..
당신이 싫어하는 고기 안넣고,
들깨가루 넣어서 미역국 끓이겠지..
그사람도 당신한테 이런 미역국 끓여주나요?
당신과 살면서 당신한테 길들여져서 나도 이젠 이렇게 끓여야만
맛이 있으니..
사람이란,입맛이란 참 이상하지?
벌써 몇년째 당신 집에서 미역국 못 먹었지만..
나 한번도 그냥 지나친적이 없어서..
올해도 그럴거야..
당신 좋아하는 잡채도 할것이고,
갈비찜도 할것이고,
싱싱한 회도 한접시 사다 놓을것이고..
당신이 좋아하는 술도..
누구랑 먹으까요?
나혼자 중얼중얼...
그러면서 뿌옇게 흐려진 세상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고..
목에 걸린 가시처럼,아파하면서 꾸역꾸역 밀어넣겠지..
음식이 아니구 독이 되어서 내 몸 전체에 퍼져서..
내년에는 안 하구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잠 들어 버리길 바라면서..
난 왜 이럴까?
이젠 정말 그만 할때도 된거 같은데..
왜 맘 접지 못하구 자꾸 헤메는지..
당신.
이번생일을 마지막으로 정말..
잊어 버리고 싶다.
유월 초여드레..
당신 생일날..
내 기억속에서 잠 재우고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도록..
그렇게 하고 싶어.
그래요.올해만 할께요.
당신한테는 전화도 못하지만 아직도 내 주소록에 남아있는
당신의 이메일에 축하멜도 하나 보내구..
그러구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구..
여기저기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당신에 대한 기억들도...
모두 담아서,모조리 쓸어 담아서..
함께 묻어 버릴래요.
그래야 내가 살구 당신도 맘이 편하지 않을까?
당신이야 진작에 맘이 편하겠지.
내가 이러구 사는거 알기나 하나요??
모르겠지..같이 살면서도 모르는 사람이.
몸도 멀어지면 맘도 멀어진다는데..
난 왜 이게 안되는지..
그래도 나 많이 좋아지고는 있네요.
불면증도 많이 치료되었고,
가끔씩 운동도 다니고,이러면서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당신,
생일 축하해요..
여기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