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넘 방을 치운다고 책상위를 정리하는데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책사이에 하얀 종이가
삐죽이 나와있는게 보였다.
이게 뭘까?
살펴보니 아들넘 휴대폰 명세서였다.
얼마가 나왔는가?
궁금해서 깨알같은 내역서를 봤드니
아니 이게 뭔일?
일..십..백..천...세상에나
휴대요금이 14만 5000원.
진짜 기절은 기본이고 돌아가실거 같다.
잘못 봤나싶어 두눈 부릅뜨고
손가락까지 짚어가면서 하나하나 봐도
에누리없는 14만 5천원.
이넘이 미쳤나?
지가 뭔 사업하는것도 아니고
무슨 전화요금이 이렇게나 나온단 말인가?
머리가 팍 돌거같다.
요새 귀가 시간이 점점 늦고
여자친구까지 집에 델고 오드니만
이넘이 전화질이나 해댓는거 같다.
속이 엄청 상했다.
물론 내가 내어주는것도 아니고
지가 알바해서 내지만 이 더운 여름날
뼈빠지게 알바해서 번돈을 쓰잘데기없는
전화요금으로 그렇게 거금을 내는게
속이 안상하다면 거짓말이지.
당장 전화를 해서 쎄리 퍼붓고 싶지만
교양없는 어미라 칼까봐 열이 머리끝까지
오르는걸 참아야 했다.
에구~ 교양있는 어미 되기도 힘들구만...
오늘따라 무지 늦는다.
요샌 12시에도 귀가를 하는데
원래 잔소리를 잘 안하는 성격이라
지 알아서 하겠지 싶어 자율에 맡겼는데
간이 배밖에 나온거같다.
1시.
이넘이 외박을 하려나?
할수없이 전화를 했다.
목소리 착 가라앉히고 어디냐고 했드니
집으로 가고 있는중이란다.
성질데로라면
'뭐 집? 들어오지마라 이넘아'
카고 싶지만 치사하고 더러버서
일단은 참았다.
들어오기만 해봐라.넌 죽었써.
현관문이 삐쭉이 열리드니 아들넘이
싱그시 웃으면서 들어왔다.
지넘도 미안한줄 알긴 아는 모양이다.
손에 뭔 시크먼 비닐 봉다릴 들었는데
내가 그 봉다리에 눈이 가게 생겼나.
'나랑 얘기 좀 하자'
아들넘 싱크대에 비닐 봉지를 놓드니
씩씩하게 '네' 소릴하며 내 앞에 앉는다.
'너 지금 시계 몇시냐?'
'1시 27분인데요'
뭐? 이넘봐라. 1시 27분이라고?
내가 지금 시간을 몰라서 묻나?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
왜 그러냐는 투다.
속이 뒤비질거 같지만 아들넘이 크니
옛날처럼 머리통 한대도 쥐어박을수가 없다.
서방같으면 일단은 큰소리로 열부터 낼껀데
이상하게 아들에겐 그게 안된다.
하긴 아들넘은 잘못하믄 반항하는 수가 있지만
서방이사 반항해봤자 내손에 있으니까...ㅎㅎㅎ
조용히 한옥타브 낮추어서 일단은 야단을 쳤다
그리곤 전화 고지서를 눈앞에 보여줬다.
'니가 사업하냐? 뭔 전화를 이렇게 걸어?
여기서 엄마한테 걸은 전화 몇통이나 되냐?'
아들넘 고지서 보드니
'제가 낼께요. 걱정 마세요'
애구 이넘아.
당연하게 니가 쓴거 니가 내야지 누가 내노.
'지금 내가 그말 들을려고 보여주는거니?
이게 너 분수에 맞는 전화요금이냐?
너 학생이잖나. 학생 전화요금이 이렇게 나온다면
개가 들어도 웃을일이야'
내딴엔 열 받치고 속상해서 야단을 치는데
이넘은 이때는 묵묵 무답.
'너 엄마 돈 없다고 무시하는거야?'
드디어 속이 터져서 상관도 없는 소릴해댔다.
괜히 서름이 받쳐온다.
별로 어미 속 썩이지 않든 아들넘이라
항시 모범적인 행동만 하길 바랬나보다.
알바 끝나면 집으로 오고... 집에오면 공부하고...
어디가면 허락받고 나가고.....
근데 내가 정해준 룰에서 조금씩 이탈해나가니
왠지 그게 섭하고 서러운데
이걸 자라나는 과정이라하니 남의 아들이 그럴땐
고개 끄뜩이며 수긍을 했는데
내 아들이 그러니 너무 속상하다.
그런 과정은 안밟으면 좀 좋을까?
'날 더우니 우리 오마니 더위 먹어셨나봐요'
날 닮아 싱겁한 아들넘이 너스레를 떠는데
오늘은 것도 약빨이 올라서
'그래. 니 좀 ?다고 전부 니 맘데로 다해!
어미가 뭔 소용있나'
맘에도 없는말 하고 문 콱~ 닫고 방으로 들어왔다.
에구 분해...
내혼자 씩씩거렸다
'자식넘 키워봐야 암 소용없단 옛말 항개도
틀린거 없구만...내가 인제 니넘과 얘기하나 봐라'
눈을 뜨니 아침이다.
애구 저넘 밥을 해줘야 하는데....
시간을 보니 너무 늦다.
늦잠을 잤나보다.
후닥닥 방문을 열고 나갔드니
아들넘 신발이 안보인다.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밥 안먹고 그냥 갔나보다.
안쓰럽고 속상한 맘.
야단친게 맘에 걸리고...
근데 낡은 식탁위에 메모가 보인다.
'우리 오마니 화푸세요.
우렁이 잡아 왔는데 푹 끓여서 몸보신 하시고
아들한테 실망하기 없기! 앞으로 잘 할께요'
에구 이넘아
눈물이 팍팍 난다.
싱크대에 보니 크다란 그릇속에
엄지 손가락만한 시크먼 우렁이가 스물스물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들한테 섭섭하든 맘이 그만 봄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 버리고
어느새 밥 못해준게 가슴아파 문자를 날렸지.
'얌마. 우렁이 팔아서 니 전화비 줄께'
내가 우렁이 파냐고?
하이구 미쳤나.
폭 삶아서 내 몸보신 할꺼다.
자식넘 키워봐야 암 소용없으니....
오늘도 모자는 애증의 사이로 하루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