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만에 들어와봤더니 어제저녁 방송된 주말드라마로 속상해 방과 kbs 가 난리가 났네요. 어제 저녁 그 드라마는 안봐서 모르겠는데 대충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이 가요.
kbs 시청자 게시판에 시청가 소감쓰는 난에 찬반 양론으로 난리가 났는데 어떤 남자 한분이 그러시대요. 시집이란게 원래 그런거고 시집이 무슨 친구집인줄 아느냐고, 많이 배웠다고 까불다가 여주인공이 큰코다치고 있는거 아주 쌤통이라고. 물론 그 밑에는 반대 리플 이루 말로 할 수도 없고.
난 물론 여자고 아줌마고, 그래서 약오르고 분통도 터지는데 그에 앞서 웃기기도 하고 안됐기도 하고 그러네요.
우리 큰 아버지는 지금도 그러세요. 요즘 이렇게 이혼율이 높아져가는건 여자들이 직장다녀 경제력이 생겼기 때문에 참을줄 모르고 뛰쳐나가는거라고. 여자들 직장 못다니게 해야한다고.우리 큰아버지는 이미 80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이니 뭘 좀 설명해서 설득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포기했지만 오늘 그 게시판 사건으로 아직 젊은 큰아버지도 무지 많구나 생각했어요.
여자를 옛날에 비해 좀 존중해달라고 말하는것은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더 이기적이기 때문이라거나 여자들만 잘되어보겠다고 그러는게 절대로 아닙니다. 서로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거지요.
시집이란건 공경해야하고 모셔야 하고 원래 그런 것이라구요? 혹시 시집이란건 서로 존중하고 서로 아끼고 그런거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시집식구들을 도련님 아가씨 라고 부르며 상전 받들듯이 모셔야하는것은 분명 남자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것이고 힘의 균형상 그런것이 통용되고 어쩌면 더 편리하게 사회를 지배하는 원리였던 때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요? 권력이란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권력이란게 눈에 보이나요? ----권력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구성원들의 인정에 의해서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어제까지 이사람이 왕이다 하고 떠받들다가 오늘 갑자기 모든 구성원이 일치 단결해 이사람이 아니라 저사람이 오늘부터 왕이다, 그럼 그사람이 왕되는 겁니다.
시집이란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시집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며느리들에 의해서만 그 권력과 권위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시집이란건 원래 기어서 모셔야하는 것이고 그게 싫으면 시집가지 말아라? 시집이란게 정말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하는것이고 그걸 시집가기전의 모든 처녀들이 다 알게 된다면 시집갈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혹시 시집을 갔다 한들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요?
밖에서 아무리 폭풍이 불어도 , 집안에서 아무리 불평등하게 대해도 자신의 정력과 사랑만으로(?) 50년 60년 결혼생활을 거뜬히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바보 남자는 설마 안계시겠죠?
결혼율도 분명히 떨어지고 있고 이혼율도 분명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드세져서 그렇다고 하면서 다시 고분고분해지기를 원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여자들이 남자들이 바라는 옛날로 돌아갈까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지요. 결혼못한 남자들, 결혼하고 이혼한 남자가 득시글한 남자들이 많은 사회는 서로 피차에 불행한 사회입니다. 그렇다고 가당치도 않는 시집꼴 보기 싫어 결혼하지 않은채로 혼자 살겠다는 여자를 수갑을 채워 결혼을 시킬겁니까, 아니면 보쌈을 해갈겁니까?
여자들이 남자들이여 제발 좀 변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은 이러한 불행을 서로 사전에 좀 막아보자는 겁니다.
쉽게 이해가 안가시면 육아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여자들이 출산휴가, 양육휴직가지는것을 아주 아까워하며 조직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저래서 여자는 채용하면 안된다고 감히 앞에서는 못하고 뒤에서들 씹지요.
그사람들 생각은 자기들이 그렇게 하면 여자들이 직장을 안다닐거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바보 아닙니까?
단언컨데 출산율이 틀림없이 줄어들겠지요. 지금처럼 애를 낳아 키우는게 엄마의 희생과 불이익만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이 변해가는 사회속에서 누가 계속 애 낳아 키우려고 하겠습니까? 간단하게 안낳으면 되지요. 그럼 사회전체가 붕괴되는 겁니다. 남자분들, 그래도 좋습니까? 여자들이 임신이나 출산, 양육의 문제를 제발 사회가 좀 해결해달라고 애원하는것은, 또 남자들이 주류인 이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주어야 하는것은 이러한 이유때문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사회가 분명히 변하고 있다는데는 다들 동의하시지요?
사회는 분명히 빨리 변하고 있고 여자도 분명히 빨리 변하고 있는데 남자는 아주 느리게 변하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변해가는 사회와 자기의 파트너에 적응하지 못해 처지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을 여자들이 너무 빨리 뛰었기 때문이라며 투정을 부리고 있는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사족한마디 더! 김수현이란 작가를 옛날에는 참 좋아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얻는것도 잃는것도 있다는건 정말인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은 작가는 자기와 비슷한 동년배들의 감정묘사는 몹시 공감되는 반면 젊은 사람의 감각에는 좀 떨어지는게 보입니다. 좋은 작가였는데 세월이 무심합니다. 하지만 나이 들었으니 뭔가가 쌓여 이뤄놓은 업적이 있겠지요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