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후 실형 "말새면 날샌다"…YS이후 세상흔든 "설화"
"정치는 말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잘못 쏟아진 말은 발등을 찍는 도끼날이 된다.
설화(舌禍)는 단순한 말실수나 빗나간 과시욕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화 사건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큰 곤욕을 치른다.
그러나 설화 사건을 통해 국민은 숨겨진 진실이 공개되는 재미를 맛보기도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후 세간을 뒤흔들었던 "추억의 대형 설화 사건"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본다.
▲이정빈 전 외교통상부 장관〓지난해 3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교 기밀사항을 누설하고 말았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답변 도중 "미국이 국가미사일방어계획(NMD) 참여를 요청했지만 동의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NMD는 남북한을 비롯해 미국·러시아·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현안 중 현안. 특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한·미공조체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천기누설"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장관은 결국 발언 사흘 뒤에 전격 경질됐다.
▲천용택 전 국가정보원장〓지난 99년 12월15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97년 이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있다"는 폭로 아닌 폭로를 해버리고 말았다.
이 발언은 "김대통령이 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인 말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정치자금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건드린 꼴이 됐다.
당시 기자간담회는 비보도를 전제로 했지만 1주일 뒤 이부영 당시 한나라당 총무의 입을 통해 언론에 공개됐다.
천전원장은 결국 이런 사실이 공개된 당일 경질됐다.
천전원장은 자신을 돌로 치고 싶었을 것이다.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 〓김영삼 정부 시절 민주계의 중진이었던 서석재 전 장관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한 실언으로 낙마의 비운을 겪었다.
그는 총무처장관으로 재직하던 95년 8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나가는 말로 "과거 권력의 핵심 실력자가 4,000억원대의 비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당일 신문의 1면 톱을 차지했고 정치적 파문을 불러왔다.
물론 그는 즉각 경질됐다.
한 시민으로부터는 "국민의 명예와 정신적 안정감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소송까지 당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낭설로 결론내려졌다.
그러나 훗날 박계동 전 의원의 폭로를 계기로 재수사돼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4,000억원의 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진전부장은 99년 6월7일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조폐공사 사장을 통해 파업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전날 검찰 인사에서 대전고검장으로 승진발령을 받았다.
문제의 발언은 승진 축하 인사차 들른 기자들과 폭탄주를 주고받다가 나온 "취중 실언". 진전부장은 사표를 쓰는 것은 물론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돼 지난 6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진짜 폭탄을 맞아버린 셈이다.
▲유병창 전 포스코 홍보전무〓"최규선 게이트"로 전국이 시끄럽던 지난 5월5일 유전전무는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요청으로 2000년 7월 김홍걸씨가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만났다"
고 밝혔다.
포스코는 최규선씨를 통해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시가보다 훨씬 비싼 값에 구입한 적이 있으며 유전전무의 발언은 영부인이 아들의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유전전무는 하루 뒤 발언을 취소했지만 책임을 지고 27년 동안 몸담았던 포스코를 떠나야 했다.
최민규 didofido@h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