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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만 도는 남편


BY 우울한밤 2002-09-06

결혼 15년 째.

늦게 귀가하는 남편 때문에 나 혼자만의 우울한 밤이 얼마나 많았을까.
워낙 바쁜 직장이기 때문에 일로 늦고, 바쁜 일 없을 땐 술로 늦고. 일 때문에 늦는 날은 아무런 걱정없이 편하게 잠자리에 들수가 있다.
문제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과 함께... 습관이다.
오늘도 만취해서 사람 모양새가 아니게 들어와서는 아무데나 쓰러져잘꺼다. 다음날은 아무말도 없이 꼬리내리고...

그의 건강이 걱정되기보다 늘 다른 사람과 바깥일, 세상 돌아가는 일에만 관심갖는 그에게 나와 가족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닌듯 느껴져서 그게 더 속상하고 우울하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그가 받는 평가는 꽤 유능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통하는데 난 그것도 탐탁지 않다.

그의 사람 사귀기는 남여노소를 초월한다. 자기와 뜻이 통하고 얘기가 되는 사람이라면 내 앞에서 조차도 너무도 즐겁게, 긴밀하게 교제한다. 물론 성적인 차원은 아니지만 난 그가 나 아닌 여자들과 만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는게 너무 싫다. 그는 물론 나에게도 남자들 만나고 사귀는 걸 구속하지 않는다. 쓸데없이 만나는게 아니고 어떤 목적하에 만나는 거라면. 난 그것도 좀 싫고 서운하다.

오늘도 서너명의 여자들과 저녁 먹고 술 마시고 있는걸 안다. 전화로 좀 볼멘 소리를 했더니만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건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큰소리다.

그에게 뭘 비난했을 때 언제나 본전도 못찾는다.

나 왜 이러구 마음 고생하면서 여태까지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내가 참 착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다른이에게 못되게 못한다. 다른 사람 마음 아픈 짓 절대 안하고 산다. 내가 좀 손해보는게 때로는 마음 편하다. 그리고 잘 참는 성격이다.

남편은 굉장히 강한 성격이다. 성격이 급하고 신경질도 잘 낸다. 말과 글발이 뛰어나서 누구와 말로 싸워도 지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고 등돌려버리고 끝낸다. 절대 먼저 반성, 타협, 화해하지 않는 성격이다. 결혼해서 겪어보니 시집 식구들 다 그렇게 강한 성격들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살아온건 아이들 때문이다. 물론 경제력이 없는 것도 무섭지만. 아이들만이 내 인생이다. 그러다보니 내 모든 정성은 아이들에게만 향해있다. 아이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소리치고 싸우고 싶은 것도 참고 잊으려 노력했다. 물론 싸운 날도 부지기수지만 나아진건 하나도 없다.


남들 보기엔 유머있고 번듯한 남편, 사랑받는 아내인것 같지만 나는 우울하다.

내 자신이 불쌍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언제나 외로움을 느낀다.

자꾸 움츠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