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이회창씨 음해했다고?
한나라 주장은 코미디 중 코미디"
대선후보 병역비리 거론한 영화 <보스상륙작전> 논쟁
이한기 기자 hanki@ohmynews.com
6일 개봉한 코미디 영화 <보스(BOSS)상륙작전>(제작·조이엔터테인먼트, 감독·김성덕)이 정작 영화계가 아닌 정치권에서 논란을 빚어 화제다.
<보스상륙작전>이 개봉되기 하루 전인 5일,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홍준표 한나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이 이 영화를 놓고 "명백하게 야당 대선후보의 이미지를 흐리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며 "'병풍(兵風)'에 이어 '영풍(映風)'이라 부를만 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홍 위원장은 "일급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임에도 국내 영화사상 최대인 220곳의 상영관을 확보한 점과 영화제작사 대표와 감독이 한나라당과 관계가 불편한 방송사 출신이라는 점 등 의심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홍 위원장은 "이 영화가 후보자 비방 등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있어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보스상륙작전>을 만든 김성덕(45) 감독은 "내 영화를 본 기자들이 시트콤영화, 조폭영화, 코미디영화라고 했는데 이제는 정치권에서 정치영화로까지 봐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병역 문제를 패러디했다면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아들이 아니라 가수 유승준"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불편한 방송사(MBC)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불편해 하는 것은 MBC 보도국이며, 나는 프리랜서 작가를 거쳐 오락 파트에 있었다"고 해명했고, '일급배우 없이 최대 스크린을 확보한 게 의심스럽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보성·안문숙 등은 코미디쪽에서는 일급배우"라며 "거꾸로 내가 한나라당에는 일급 정치인들이 한 명도 없다고 하면 기분 좋겠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6일 개봉과 동시에 <보스상륙작전>을 관람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심준형 홍보특보는 "문제삼을 만한 영화는 아니다"라며 "대범하게 넘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근들도 홍준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 영화도 보지 않고 괜히 시비를 건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한 편의 코미디 영화를 놓고 원내 제1당이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나섰던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보스상륙작전>에서 가상으로 설정한 '장나라당' 김봉위 대통령 후보의 '병역비리' 문제 때문이다. 현실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병역비리 의혹' 공방을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패러디해 이회창 후보를 음해하려 했다는 것이다.
<보스상륙작전>의 배경 설정은 이렇다.
6·13 지방선거 이후 장나라당이 우세했다가, 7월에 장나라당 김 후보의 병역비리설로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 상대편 먼저당의 노아무개 의원은 국민 지지가 낮은 먼저당을 탈당한 뒤 조폭들과 연계해 대선자금 마련에 열을 올림.
장나라당과 노아무개 의원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대선자금 확보에 몰두. 조폭 '무궁화파'의 대부는 불법 선거자금을 대고 정계에 입문하려고 로비. 이같은 움직임을 눈치챈 검찰에서 검사들과 여경 등을 동원해 '보스(BOSS)'라는 룸싸롱을 차려 함정 수사에 돌입. 강남에서 최고 잘나가는 '나가요(호스티스)' 최리를 영입해 조폭들을 일망타진.
한나라당에서 민감하게 반응한 내용은 실제 영화에서 간단한 대사와 'YTN24' 뉴스의 앵커 멘트로 처리돼 있다.
"여론분석 결과, 김 후보가 (불과) 4% 정도 앞선다고 합니다."
"자금을 세탁해서 김 후보 진영으로 들어갈 겁니다."
"이번 대선은 갈수록 복잡해집니다. 막바지에 실탄(돈)이 결정해줍니다."
"('김봉위 후보 타격'이라는 자막과 함께 '노랑머리'로 염색한 가수 유상준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화면이 나온다. 이어지는 앵커의 멘트.) … 이번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은 김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토대로 한 기존 언론보도에서는 <보스상륙작전>에서 장나라당 김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를 거론했다고 했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김 후보 본인의 병역비리 문제로 처리됐다. 영화 홍보 팸플릿에도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라고 소개돼 있는 걸 보면, 최종 편집 단계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톤 다운'시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