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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700만원이 적다고?


BY 아웃사이더 2002-09-12

아내에 대해 불만이라고는 전혀 없이 살아가는 사십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남들한테 기울어보이지 않을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와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죠. 아내는 예쁘고 몸매도 잘 빠졌으며 사근사근해서 누구한테나
환영받는 스타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살림은 똑 부러지게 해주니 더
바랄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팟찌에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것은 다른 이유에섭니다.
이런 얘기를 속시원히 오픈시킬만한 여성분들이 주위에 없어서---.
지금 저는 조그만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한달에 700만원의 생활비를
갖다줍니다. 그 700만원 중에서 적금 100만원, 시골부모님 50만원,
애들 학원비 100만원 들어가는 것이 굵직한 지출로 알고 있습니다.
집사람은 처음부터 가계부라는걸 쓰지 않았고, 나도 생활비 지출
내역에 대해선 일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문제는 돈에 대해서 집사람의 버릇을 애초에 잘못 들이지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통상 남자들이 월급을 갖다주면
거기에서 남자용돈도 가져가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경비도 거기에서
지출돼야 하는게 정상인데 우리집은 좀 다릅니다.
난 용돈도 안갖다 쓰고 자동차보험료나 세금도 내 부담이며 시골
내려갈때 차휘발유 넣는 것도 내가 합니다. 심지어 가끔 집사람이
시골집에서 시누이 용돈이라도 주고나면 꼭 나한테 그걸 달라고
합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아주 불쾌한 상태로 출근했습니다. 아이들 방에
형광등을 새로 단 값이 4만원인데 그걸 나한테 달라는겁니다.
내가 밤에 원고쓰느라 아이들 방에서 컴퓨터를 자주 하는데 불이
어둡길래 큰 형광등을 달자고 해서 한건데, 말하자면 내가 달자고
했으니까 내가 돈을 내라는건가요? 돈 4만원이 문제가 아니고
기분문제입니다. 아니 700만원 생활비를 받는 여자가 형광등값
4만원을 남편한테 달라고?

문제는 아주 자주 "돈 여유가 없다"는 말을 하는데, 난 그게
어이가 없습니다. 요즘처럼 살기 어려운판에 700만원 생활비를
받으면서 돈이 없다? 그렇다고 집사람이 헤프게 쓰는 편도 아니고
우리집 식탁에 매일 고기반찬이 올라오는 것도 아닌데, 난 정말
이해못하겠습니다. 어제저녁만 해도 친하게 지내는 성형외과
원장님이 추석다가온다고 현대백화점 상품권 두장을 주길래
집사람을 갖다줬더니 그걸 애들 선생님한테 갖다 준다는겁니다.
마침 목동집옆에 현대백화점이 들어왔고, 저녁 먹는 자리에서
"현대에도 가보고싶은데 돈이 없어서---"운운하길래 상품권을
내놓은건데 그걸 선생님한테 준다니,(돈이 없으니 촌지대신)
기분이 확 상한데다가
아침에 형광등 값을 달라고 하니 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저는 결혼생활 12년동안 한달도 생활비를 안갖다 준적이
없습니다. 남자가 직장생활하다보면 굴곡도 있고 하겠지만
난 중간에 실업상태로 있던 석달동안에도 저서를 내 선인세를
받아다 생활비를 주었습니다. 97년부터는 사업을 하면서
300---400---500---600---700만원(작년부터)으로 생활비를 갖다
주었지요. 물론 내 용돈은 전혀 안쓰고 작년엔 집살때 융자
받은거 5천도 내가 그동안 비자금(?)으로 비축해놓았던걸로
갚는 바람에 은행이자도 집사람한테서 나가지 않게 됐고요.

문제는 금년초부터 사업이 부진해져서 순익이 그전의 70%로
줄어들었지만 생활비 700만원은 유지해주고 있습니다. 도둑질
빼고는 무순 일이든 해서 생활비는 철저하게 맞춰준다는게 나의
원칙이니까요. 그런데 집사람은 내 사업이 어렵던 뭐하든 자기가
받아야할 돈은 받아야한다는 주의입니다. 요즘은 옛날에 조금
비축해놨던 여유자금 중에서 곶감빼먹듯 모자르는 돈을 맞춰서
700을 해다줍니다.
솔직히 요즘 형편으로는 월 400만원도 못갖다줄 입장이지만
"그돈으로는 살림을 못한다"는게 집사람 입장입니다.
후회스러운건 처음부터 집사람 버릇을 잘못 들인겁니다. 형광등
값을 나한테 달라고 하는데 생활비 받은날이 8월25일인데 정말
돈4만원이 없어서 나한테 달라고 하는게 아니라는겁니다. 내돈은
어디서 그냥 떨어진건가요? (내돈이라는 표현이 좀 우습지만)
그러니 내가 기분이 상해서 속으로
"네가 그래봐야 니 손해지. 4만원 때문에 40만원 손해보지"하는
정말 엉뚱한 반발심도 생기는겁니다.
다른건 전혀 불만이 없는데 돈문제 만큼은 왜 가끔 내 속을
뒤집어놓는지---.
남들처럼 월급에서 술값이 빠져나가길 하나 아이엠에프다 뭐다
해서 집에 돈을 못가져오길하나 왜 사소한 돈문제로 심기를 긁어
놓는지, 어떨때는 속된 말로 "배를 한번 곯아봐야 어려운걸 알지"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답니다. 난 집사람이 골프를 하게 배려도
하고 생활비만큼은 사업이 잘되든 못되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갖다줍니다.

그렇다고 집사람이 돈을 엉뚱한데다 빼돌리는것도 아닌데 (그건
아닌게 확실한 것이 내가 보통 깐깐하게 체크하는게 아닙니다)
왜자질구레한 잔돈푼때문에 남편속을 긁는건지---. 700만원이라는
돈이 그렇게 적은건가요? 나야 여자들 살림을 모르니까 잘알수는
없지만 그렇게 적은 돈은 아니라고 생각드는데, 두루두루 님들의
의견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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