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얘기는 숨기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숨길 수 없는데... 그 사람 이야기만은 가슴속 한 가운데 꼬옥꼭 잠겨진 것처럼 제 입을 타고 나오지 못합니다. 가끔씩 한번씩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와 저의 머리속에, 가슴속에, 사랑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긴 꼬리같은 여운을 남기며 사라집니다.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떤 말을 할까, 어떤 표정을 할까, 바보 같은 상상을 한적도 있지만, 정말 우연히 그사람과 마주치고 만날, 연습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 바보같은 말만 하고 말았습니다.
궁금해 한적 없었던 거 처럼,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거 처럼, 밝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잘 지내냐는 간단한 인사말에도 태연하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고, 제 기억 그대로 있어준게 너무 신기해서 자꾸 확인하고, 둘러보게 했습니다.
딱딱한 인사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뒤돌아 볼 용기가 없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한가지 더 갖게 된 것이 기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