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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마트면 죽을뻔했시우...


BY 나의복숭 2002-10-17

집떠나면 고생이라드니
고생이 아니고 걍 완전 돌아가실뻔했다.
애구 이 좋은세상.
떠나믄 내만 손핸데..
절대로 빨리 안떠나고 마르고 닮토록
오래 오래 살아야지.ㅎㅎㅎ

'회장님. 가을되니 자꾸만 죽고 싶어요.
하늘만 봐도 슬프고..'
'야가 돌았나? 죽으면 말짱 꽝이야.
개똥밭에 구불러도 이승이 더 좋지...'
회장이라 불리니 내가 억시기 높은사람같이
보이겠지만 그야말로 착각 꼽빼기다.
우짜다가 동호회 시샵을 맡고 있어서
끗빨도 없는 회장소릴 듣고 있는데...
주말에 그넘의 동호회 임시총회가
언양의 회원별장에서 열렸기에 참석하고
오는길이었다.
날은 가을날씨답잖게 후지근하게 더웠는데
운전하는 후배는 밥이랑 고기는 잘도 먹드라만
자꾸만 죽고싶단 소릴했다.
배가 부르니 아마 가을을 타나보다.
듣기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이지
자꾸만 죽고싶다길레 달래기도 지쳐서
'그려. 죽고싶음 죽어라아~'

작은읍 언양을 뒤로하고
고속도로에 진입하기위해 신호대기중였다.
후배는 죽고싶다고 엄살을 부렸지만
난 자꾸 자꾸 웃음이 났다.
전국모임이라 프로그램에 짜여있는 회장 인사말땜시
모처럼 머리에 돈을 발랐고
호박이 줄긋는다고 수박 되겠나만
그래도 정성드려 줄을 그은결과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회장님 오늘 참 이뻐요'
요렇게 말해줬기 때문이다.
이쁜사람이야 맨날 이쁘다 소리 들으니 무감각이겠지만
견적 안나오는 내같은 사람은 이쁘다 소리에
감격을 안한다믄 새빨간 거짓말이지...ㅎㅎㅎ
'진짜지? 진짜지?'
요렇게 확인까지 했다. 하하.
거울을 보니 돈발란 머리가 아직까지
돈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역시 돈의 힘은 위대한거여.

근데 저넘의 신호는 왜 빨리 안떨어지는거여.
'회장님. 나 죽으면 뭐가 될까?'
'야임마. 죽는 타령 그만해'
마악 손을 들어 머리 꿀밤 한대 먹일 태세였는데
'꽈당'
갑자기 대포소리같은 크다란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내입에서 엄마얏! 소리가 나왔다.
몸이 공중에 뜬거 같았고 무슨 영문인줄 몰랐다.
어디서 가스가 터진건가?
그럼 빨랑 도망가야잖은가?
옆의 후배를 돌아봤드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다.
'얘! 너 괜찮니?'
'회장님. 뒤한번 돌아보세요'
고개를 돌려 뒤를 봤드니
아이구 세상에나~
크다란 트럭이 바로 내 뒷쪽에 흉물스럽게
입을 벌리고 있는거다.
근데 내가 이렇게 멀쩡하다니...
팔뚝을 꼬집어보니 아픈게 틀림없다.
'내리자'
그녀는 저쪽으로 나는 이쪽으로 내리다가
또 기절할듯이 놀랐다.
차속에선 정신이 없어서 내다보도 않았는데
차밖으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우리차를
둘러싸서 쳐다보고 있는거다.
지나가든 차는 슬로모션으로 우리쪽 차를
구경하면서 스쳐가고...
'괜찮아요? 다친데 없어요?'
'괜찮습니까?'
이구동성으로 묻는데 에구 꼭 스타되어
기자회견하는거 같구먼.ㅎㅎㅎ
그 와중에도 핸드빽은 꼭 쥐고 있었다.
내돈은 겨우 노자만 들어있지만 회원들의
공금이 들어있어서 만약 잃어버리면 내가
변상을 해야 할판.
그러니 죽어도 꼭 쥐고 있어야할밖에....

파출소안은 시끌했지만
경찰은 무지 친절했다.
가해자인 트럭 운전사는 30대 청년였고
조폭같은 튼튼한 신체에 팔뚝엔 콩알만한
문신을 했는데 우리앞에서 무조건 죄송하다고
굽신거렸다.
혹시나 아픈데가 있나 이리저리 살펴봤으나
하느님이 보호하사 야호~ 항개도 아픈데가 없다.
후배랑 가해자가 먼저 조서를 꾸미고
경찰이 나의 주민번호를 묻길레 대답해주면서
'혹 지명 수배됐나 보세요'
그 와중에도 낄낄거리며 웃었드니
경찰아저씨들도 희안한 여자본듯 폭소를 터트린다.
파출소에서 조서를 다 꾸미고선 본서인
경찰서로 가야 한단다.
그기가서 음주 측정도 하고 우짜고 해야 한다며
본서까지 차를 태워준다고 했다.
하이구 고마버라.
이 아저씨들이 내 미모에 혹한거 아녀? 하하
내 머리 털나고 첨으로 파란색 경찰차를 타고 달렸다
본서라기에 가까운줄 알았드니 언양의 관활이
울산이라고 울산까지 갔다.
길거리에 사람이 휠끗 휠끗 경찰차를 탄 우리를
쳐다본다.
뭔 범죄 저질러서 잡펴가는줄 아는가보다.
이럴땐 시셋말로 좀 쪽팔리구먼.ㅎㅎㅎ

울산경찰서에서도 엄청 친절했다.
근데 후배의 얼굴이 시간이 갈수록 창백해졌다.
난 배만 고프고 암만 아픈데 찝어 낼려고해도
아픈데가 없었다.
신호대기중에 박았으니 뒷차의 과실은
빼도박도 못하는 100%였고 운전수 아저씨는
하라는데로 다 해준단다.
보험에 다 들어있다니 천만다행이구먼.
내가 아는 보험회사 지인에게 전화를 했드니
친절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해줬다.
일단 후배가 살고있는 대구로 간다니까
엠브란스를 불러서 타고 가라고 했다.
후배차는 종이장처럼 다 구겨져있으니
레커가 끌고간단다.
그래서
또 난생첨으로
엠브란스에 실려 엥엥~ 하면서 대구로 갔다.
평소에 엠브란스속은 우째되어있을까 궁금했는데
타보니 뭐 별것도 없었다.

일단 병원으로 들어갔다.
엠브란스가 들어가니 병원에서 들것을 가지고 나오네.
애구 미안시러버라.
내발로 걸어들어갔다.
역시 가방을 가슴에 꼭 안고서...
그다음부터는 응급실에서 일사천리다.
침상에 누버라해서 누웠드니 혈압 재어본다.
후배는 좀 높고 난 정상.
창백한 후배에겐 엉덩이에 주사를 놓는데
난 겁나서 안맞는다고 했다.
엑스레이를 찍어야한단다.
아픈곳 없는 난 찍을필요 없다고 했지만
교통사고라 그러면 안된다나.
아프지도 않는 팔다리 배 어깨 목까지 다 찍었다.
구리알같은 내돈 같았슴 끝까지 안찍는다고
개겼을꺼지만 보험이라 찍었다.
(에구 이 뻔뻔함의 극치~)

후배는 목에 손상이 있고
나도 목에 약간 신경이 놀랬다고 하는데
신경 치로를 받게 입원을 하란다.
입원은 뭔 입원..치칫.
후배는 남편이 놀라서 허둥지둥 쫓아왔는데
난 너무나 멀쩡해서 대구사는 동생한테
연락할 필요가 없었다.
금방 내발로 가면 되니까...

후배는 입원했고
나는 상태봐가지고 내가사는 정부로가서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목 움직이지말라고 보호대를 해주는데
환자로 보이긴 그럴듯했다.
같이 입원하잔 후배말을 뿌리치고 나왔다.
보험을 몇개나 들어놓은 형편좋은 후배와는 달리
내사 보험 들어놓은것도 없고
아프지도 않으면서 나이롱 환자란 오명을 쓰긴 싫었다.
내가 뭐 양심적이라고 그렇다고?
천만에 만만에다.
양심은 뭔 얼어죽을 양심.
쥐띠라서 그런지 쌀쌀거리고 돌아다니는게 좋은 내 성격상
누워있는거 그것만치 고역이 없으니까...

택시타고 여동생네 집엘 갔다.
놀라게 해줄라고 답답한 목 보호대를 그대로 하고
들어갔드니 여동생 진짜로 놀라서 눈물이 그렁그렁~
그리곤 왜 연락 안했냐고 화를 낸다.
내가 너무했나? 너무 놀래게했나?
조금 찔려서 보호대를 벗고 쨘~ 했지. ㅎㅎㅎ
자초지종을 얘길하며 하마트면 너그언니
저승갈뻔했다고 알아서 잘하라고 했드니
과연~
효과는 100%.
평소 티끌하나 용납을 못하고 행주처럼 하얀
걸레를 들고 설치는 청결병공주인 여동생이
내가 가스테라를 먹으면서 흘려도 전같이
1초내에 쓱싹~ 딱질않고 봐준다. ㅎㅎㅎ

이튼날은 영천으로 경주로 볼일보며 신나게 돌아다녔다.
교통사고는 하루이틀 지나면 후유증이 난다길레
조금만 아파도 '에구 후유증인가보다' 요런 생각을
이겨낼라고 노력했다.
사람 심리란게 슬프다 생각하면 슬픈거같고
아프다 생각하면 아픈거다.
그래서 내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난 안아파...
목이 약간 뻐근한건 평소에 컴퓨터를 워낙 많이해서
한번씩 그런건줄 내 자신이 잘안다.
중간중간 보험회사 직원이라며 괜찮냐고 전화을 해왔다.
아직은 괜찮다는게 내 대답.
사실이 그랬다.
밥도 잘먹고 잘도 돌아다니고...아픈데 없었다.
아들넘한테 전화가 왔는데
오마니 교통사고 나서 죽을뻔했다고 해도
이 인간이 낄낄대는 내 목소리에 거짓말인줄 안믿으니
내 올라가믄 목 보호대해서 콱 놀라게 해주고
가해자한테 받은 각서도 보여줘야지. 나쁜넘.

전화가 왔다.
역시 보험회사 직원.
또 안아프냐 묻는다.
꼭 내가 아프길 바래는거 같네. 참 나.
안아프다고 했드니 이양반 왈
'이여사님. 정말 다행입니다.
의정부 올라가시면 몸 풀리게 사우나 하시고
혹시 목 아프시면 한의원에 가셔서 침이라도
맞으시게 제가 20만원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구좌번호 불러주세요'
아이구 이게 왠 횡재?
돈준다하니 눈이 번쩍. 힘이 펄펄났다.
사양하는척했지만 요럴때 구좌번호 안불러줄 사람있슴
나와보라 그래. 이히히...
받았냐고?
당연하게 받았지.
줄라는데 안받으면 것도 예의가 아니니까.....하하.
공돈 20만원 받아서
시골 울엄마 아부지 드릴라고 사골도 사고
간크게 이것저것 많이도 샀다.
기분도 좋아죽겠구만.
내 보따리 얼른 얼른 풀어재끼실 어린애같은
울 아부지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공돈 20만원 받은것.
요것도 내 福이지...안아프고 돈받고...
설마 다시 내어놓으란 소린 않겠지.
하긴 내어놓으라하믄 다 써버렸다고
배째라 하지뭐...하하.
인생은 요런거다.
사는건 역시 재밋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