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결혼 할 예비 신부입니다.
이제 얼마 안 남은 기간 동안 혼수도 장만하고 이것 저것 들떠 분주
히 돌아다니기도 해야하지만 아직 보금 자리가 결정되지 않았답니다.
상견례 때 시부께서 1년 정도 같이 살자고 했었는데 시모의 반대(며
느리에게 밥이나 제대로 얻어 먹겠냐며) 분가해서 살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시댁에서 집을 알아 보았는데 마땅한 것이 없어 6개월~1년
정도 같이 살자고 하십니다. 그 동네가 요즘 한창 신도시 조성 붐이
어서 5년 정도 후면 살고 있는 집도(6층 상가 건물 인데 5층 까지 세
를 주고 6층엔 가정 집이 2가구 있습니다.)팔고 새로 집을 얻을 예정
이랍니다.
같이 살면서 맞벌이 해서(생활비 안 들이고 얼른 돈 벌어)
집 장만해 나가라고 하십니다.
집 구한다고 하실 때에는 임대 아파트라도 사 주신다고 하셨었는
데... 아파트는 커녕 이젠 얼마전 중환자실에서 퇴원한 이모님 까지
모시고 함께 살자고 하십니다.
남친은 둘째고 형은 현재 싱글로 미국에 유학 중인데 아마도 그곳
에 정착해서 살것 같습니다.
남친은 그간 벌어 놓은 돈도 없고 그나마도 모은 것은 자기 사업에
만 다 투자 해서 결혼 자금은 한푼도 없답니다.
저도 지금 직장 생활을 8년째한 번도 안쉬고 한 상태라(그간 돈 많
이 모았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모은 돈의 대부분은 친정집 지을 때
다 썼고 일부는 언니와 동생 결혼 할때 결혼 자금으로 주었답니다.
그게 후회되는 건 아니지만) 결혼 후에는 편안하고 여유있는 생활을
꿈꿔 왔는데 갑자기 가정부에 간병인이되는 건(물론 그 분들이 지금
은 매우 호의적이고 다정하게 대해 주십니다.) 아닌지 결혼이라는 자
체가 날짜가 다가오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나고 쉬어야 할 상황에서도
현실을 잊고 싶어 야근 까지 자청하여 일에 매달리고 있답니다.
남친은 시집살이 하는 것에 대해 왜 불편해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오히려 자신의 부모를 아주 질 나쁜(혹독히 집 살이나 시키는)
사람으로 생각 한다며 불쾌해 한답니다.
게다가 저희집은 기독교인데 시부모님은 불교신자시고 점이나 미신
을 맹신하는 편 이랍니다.
남친 만나 사귀게 된 것은 같은 교육 계통에 있어 서로의 일에 대
해 이해도 잘하고 의견 교환도 잘되고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받
고 있어서 친구처럼 익숙하고 편안하기 때문인데 막상 결혼은 둘만
의 마음 만으로는 난관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서 시집살이하는 친구는 한명도 없어 이런 사정을 전혀 이해
하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친구들은 푹쉬고 맛사지 라도 하라는데 저는 걱정 때문에(방 3개 중
1개는 시부모님방 2개는 작아 서 장롱과 침대가 한꺼번에 들어가면
화장대 놓기도 민망하답니다)
시댁에서는 예단값을 빨리 가져오기를 바라십니다. 제가 예단값을 드
려야 그 중 일부를 떼어 주고 나머지로 예물을 해 주실 생각이라고
남친이 살짝 말해 주더군요.
처음엔 결혼할 때 아무것도 해 올 필요도 없고 둘이 열심히 살면서
하나씩 장만하라고 하셨었는데...
지금은 그저 아무 생각도 안하고 싶고 주변에서 "좋겠다 결혼
준비는 잘되냐"는 식의 이야기에 억지로 웃어 줄 뿐입니다.
가을을 타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