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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새 끼 들


BY kidslike 2002-10-27

여기는 미국입니다. 오늘은 퍼온글 하나 올리겠습니다.
제목은 '개새끼들'... 한국에 있을 때 저도 가끔 혼자 운전하다가, 설겆이하다가 '개~쌔끼'라고 욕한 적이 꽤 있습니다. 제가 사실 제 위의 상사와 엄청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웃분께서는 고작 저하고 나이차이가 4-5살밖에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고체계가 저하고는 극과 극을 달리는 양반이었지요. 그 웃분께서는 저를 괴롭히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자기 편에 서면 잘 봐줄거라고 끊임없이 주파를 던졌읍니다만 성질 더러운 저는 한 마디로 거절했었지요. 속으로는 역겨운 인간말종이라고 생각하면서 한껏 경멸하며 지내었나 직접 마주보고는 욕을 못하니, 혼자 있을 때 불현듯 생각이 나면 나도 모르게 그 욕이 나오더군요. 아래 글에 나오는 인간들도 비슷한 부류겠지요.. 지금부터는 퍼온 글입니다.

개 새 끼 들

김규항 - 아웃사이더를 위하여 중에서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자 아버지가 분주해졌다.
하루는 아버지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거 OO본부 행정병으로 가는 건데, 그런 데 가면 책도 볼 수 있고 좋지 않으냐.”
직업군인이던 아버지는 당신 아들 됨됨이와 당신이 삼십 년 동안 체험한 군대가 빚어낼 부조화에 대해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걱정해 온 터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모병 쪽에 있던 아버지 동기가 약간의 배려를 한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청을 물리칠 수 없었고 그날 밤 종이를 채우기로 했다.
김-규-항-6-2-1-1-2... 워낙에 악필이라 글자 하나에 1분 정도를 들여 ‘그려나가던’ 나는 이내 짜증에 휩싸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가.
나 때문에 원래 그 부대 운이 닿았던 한 녀석이 전방에 가서 뺑이 칠 거라는 데 생각이 이르자 도저히 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종이를 찢어 휴지통에 던졌다.
“아버지 저 그냥 갈게요. 꼭 무사히 돌아오겠습니다.”
아버지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입대 당일 나는 가족들을 대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친구녀석들에게 입대 날짜를 알리지 않은 건 물론이었다.
혼자 기차를 타고 논산에 내려 머리를 깎고 훈련소에 들어섰다.
의연하고 의젓하게, 하여튼 갖은 폼을 다 잡으며 입대했건만 내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67년 생부터 거슬러 시작한 나이 파악은 65년생에서 제일 많았고 63년생 땐 아무도 없었다.
파악을 마쳤다고 생각한 조교는 내무반을 나갔다.
조교가 다시 돌아온 것은 5분이 채 못 되서였다.
다짜고짜 짠밥통을 걷어찬 조교가 소리쳤다.
“손 안 든 새끼 나와.”
더럭 겁이 난 나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너 이 새끼 왜 손 안 들었어.”
“62년생입니다.”
와 하고 폭소가 터졌다.
머쓱해진 조교는 나가버렸지만 그 요란한 웃음소리는 내 머리통 속에 아득한 공명을 일으키며 후회와 절망감으로 변해갔다.

그 광경을 본 것은 상병 때였다.
휴가 길에 나는 화곡동 국군통합병원에 들렀다.
중대 이병 하나가 트럭 바퀴에 머리통이 끼는 사고를 당해 입원해 있었다.
귤봉지를 들고 정형외과 병동을 찾았을 때, 내가 찾은 녀석 건너편 침상에 유난히 체구가 큰 사병 하나가 눈을 감은 채 울고 있었다.
침상 옆엔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아들 손에 고개를 묻은 채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사병의 몸엔 담요가 덮여 있었지만 나는 이내 그의 다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자의 끝 모를 절망과 비통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군대 가서 사람된다느니 사내다워진다느니 하는 얘기는 그저 농담이다.
사람이 되는 게 권위에 무작정 복종하는 일이고 사내다워지는 게 힘없는 사람에게 일수록 불량스러워지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군대도 군대 나름이겠지만 이 나라의 평범한 아들들이 가는 군대란 언제나 고되고 삭막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며 아차 하면 병신 되거나 죽는 곳이며 도무지 배울 게 없는 곳이다.
돈을 먹여서 군대를 빠지는 일이 끔찍한 죄인 건 단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 하지 않거나 남 하는 고생을 피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대신 군대에 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마님 아들 빠진 자리를 머슴 아들이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시민사회에서 말이다.
군대란 안 갈수록 이익인 곳임에 분명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한국의 신체 건강한 청년이라면 그저 눈 딱 감고 3년 썩어줄 필요가 있다.
어쩔 것인가.
후진 나라에 태어난 것도 죄라면 죄 아닌가.

제 자식 대신 남의 자식 군대 보내는 더러운 아버지들, 그리고 이제 스물 몇 살의 나이에 그런 악취 나는 거래에 제 몸을 맞긴 음탕한 아들들.
그들에게 성질 나쁜 아들 군대 보내고 3년을 잠 못 이룬 내 아버지의 한숨과 다리 잘린 아들 곁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울던 한 어머니의 눈물을 담아 꼭 들려줄 말이 있다.
개 새 끼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