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곳으로 전학오면서 학교 성적이 상위권이였던 아들녀석의 시험점수가 대책없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올봄에 받아본 성적표는 가슴철렁하게 했다.
녀석에게 점점 우울한 기운이 느껴지고 학교갔다 돌아오면 세상과 담을 쌓기라도 한듯 가방 휙 집어던지고 좀처럼 바깥에 나가지를 않았다.
바라보기 안타까워
'너는 친구도 없니? 친구랑 좀 어울리고 나가서 운동도 하고 그러면 좀 좋을까.. 답답하게 ..'하는 내말에
'친구가 왜 없어? 학교가면 친구많아. 이런집에 친구를 어떻게 데리고 와..' 하고는 이불을 뒤집어 쓴다.
'......... 그렇구나. 미안하다. 창피했구나.
그런데 혹시 우리집 귀여운것 아니니?
방 가장자리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다녀야 하고.. 가운데와서는 벌떡 일어나 마음놓고 걸어다녀도 되고 ..
가끔 경사진곳에서 머리가 부딪히기는 하지만 말야.
웬만한 사람들은 이렇게 옥탑방에서 살아보지도 못한다.
살아보는게 뭐여.. 구경도 못해봤을껄..
이쯤되면 나의 너스레에 녀석이 웃어보일쯤도 한데 이불을 들썩거리며 시끄럽다는듯 등을 돌린다.
'화났니?'
.............
'공부하기 싫으니? '
........................
'하고 싶은말 있으면 해봐'
.................................
'학교 다니기 싫으니?'
녀석은 말이 없다.
침묵속에 말이 끊기면서 아이에게 다가가 머리끝까지 덮여진 이불을 조심스럽게 걷어내니 눈감은 얼굴이 창백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들어 옷을 갈아입고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원으로 갔다.
원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저희 아이 성적 오르는것보다 아이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싶습니다.
저희아이에게 칭찬을 해주세요.
많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저희아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말아주세요.
정 칭찬할게 없으면 '너 참 착하게 생겼구나. 글씨도 잘 쓰는구나.. 하는 칭찬이라도요.
우리아이는 어려서 부터 책을 많이 읽어 아는것도 많은 바른아이입니다.
환경이 좋지않다 보니 아이의 정서가 몹시 불안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꺼려하고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있는듯 합니다.
아이생각을 하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잘못된점은 제가 집에서 늘 걱정을 주고 있습니다.
꾸지람은 접어두고 제아이에게 칭찬좀 해주세요. '하고 간곡한 마음을 전하니
원장선생님께서는 '알겠습니다.꼭 그렇게 하지요.'하고 담임선생님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저희 아이 참 착한아이입니다.
한가지문제를 맞춘다면 열가지 문제를 맞출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요.
한가지 문제를 맞춰준것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말아주세요.
아이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세요.
반아이들 앞에서 아이가 옳은 행동을 했을때 많은 칭찬을 주십시요. 도와주세요. 부모님이 칭찬하는것에도 기뻐하는게 아이들인데 선생님께서 칭찬을 해주신다면 아이에게 우울한 마음이 걷어질거예요.'하는 내 말에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할께요.'하는 선생님께 죄송한마음 접지 못하고 인사를 깊이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녀석의 표정이 나날이 환해지고 명랑해졌다.
학교가는일도 학원가는일도 자발적으로 시간을 맞추어 챙긴다.
한달이 지나자 학원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성적표 발송했어요.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유머도 풍부하고 재치가 있어 인기도 좋아요. '전화선을 타고 들어오는 선생님의 말씀이 유쾌했다.
'다 선생님 덕분이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물론 내목소리도 함께 높아져 웃고 있었다.
한달, 두달, 세달이 지나면서 다달이 학원선생님께서 즐거운 소식을 전해주셨다.
며칠전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선생님, 저 선생님 감히 칭찬해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되지요?
선생님 훌륭하시다고 칭찬하고 싶어요. 히히..'
(아이의 학원담임선생님은 처녀선생님이다.)
아니예요. 어머니.. 저도 이번에 많은걸 느꼈어요. 칭찬 한마디가 이렇게 효과를 볼줄은 몰랐어요. 요즈음 부지런히 반아이들 칭찬해주고 있어요.
학습효과도 높아요. 히히.. '
선생님도 나도 전화붙들고 웃는다. ...아마도 같은 마음이여서일게다.
너무 감사했다.
녀석의 환해진 얼굴을 바라보는것으로 하늘이 높아보인다.
오늘 장사를 마치고 돌아와보니 방문앞에 내신발보다 더 큰신발이 수북하게 어질러져 있다.
'엄마왔는데...'하고 들어서자
녀석과 함께 녀석의 친구들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친구들이니?'
'응.. 내친구들이야. 엄마'
녀석이 내눈과 마주치며 찡끗 웃는다. 나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쩌니.. 너희들 이런집 처음보지. 우리집 재미있지?
야. 착하게들 생긴거 보니까 너희들 모범생이겠구나..
불편하겠지만 자주 놀러와..'
'네.'하고 세녀석 합창한다.
일어서는 녀석들을 붙들어 앉히고 '조금만 기다려.아줌마가 맛있는 떡볶이 만들어줄께.'했더니 '그러면 학원 늦는데요. 저희들 밥 먹었어요.'하고 주춤주춤 일어나 나가는데 참 이쁜녀석들이다.
'에이, 기분이다. 아줌마가 만원줄께 편의점에서 사발면 하나씩 사먹고 나머지돈은 물쓰듯 다 써.. 안쓰면 혼난다.'했더니 저희끼리 낄낄거리며 고개숙이고 웃고 난리다.
어찌된게 딸아이친구들보다 더 부끄럼을 탄다.
그중 가장 부끄럼타는 녀석을 가르켜
'너~!!'했더니
'네?'하고 놀라며 쳐다본다.
'또 놀러오라구.. 후후'했더니 또 저희들끼리 키득거리며 인사하고 나선다.
딸아이는
'엄마. 오빠 친구 놀러와서 기분좋아?'
'응.'
'왜 좋아?'
'오빠의 닫힌마음이 열린것 같아서.. 너도 좋으니?'
'응..'
밥을 먹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보니 녀석의 친구들이었다.
'왜? 뭐 놓고 간것 있니?'
'
아니요. 잘 먹었어요. 이거 남은돈입니다.' 하고 육천원을 건네준다.
'아줌마가 너희들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먹으라고 준건데..'
'아니예요. 아줌마. 잘먹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고 내려간다.
'.............그래.. 잘가.. 너희들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