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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심일까? 여우일까?


BY 궁금이 2002-11-01

제가 얼마전에 남친이랑 헤어졌어요.
결혼약속까지 했던터라. 배신감이 컸습니다.
다른 여자더군요.
첨에는 그여자애 원망했지만.
남친이 제발로 간거니까요. 남친을 탓해야겠지요.

그런데 너무 분해서 참을수가 없더군요.
그여자 메일을 어떻게 알아냈어요.
그래서 저랑 남친 사이에 있었던 모든일들을 장문의 편지로 보냈죠
물론 다 사실만요.
같이 살았던거.. 임신경험.. 저한테 했던 행동들.. 술먹고 때린거두. 알면 실망할 큰 단점들과

또 이건 누가 가르쳐 주더라구요.
남친의 신체특성을 말하면서
그러니까 코가 이쁘지않니? 손이 하얗지?
어디어디에 점이 있는데. 좀 특이하지? ...
그러면 그여자가 코나 손.. 몸의 점들을 볼때마다
저를 떠올릴거래요. 제가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또 이말도 했죠.
그남자한테 너뿐이다.
본인도 집에도 가진돈없지.
직장도 그저그런데다 힘들지
남동생 올해만 음주운전사고쳐서 면허취소 2번에 벌금 물어줘야지..
그친구한텐 너밖에 기댈대가 없다.. 라고 약간의 부담을 줬는데
(사정이 이렇지만 사람 하나 보고 만났던 건데.. )

저보고 잔인하다고 하시겠지만.
한편으로는 한번 바람핀남자 또 바람필수도 있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그여자애가 걱정이 되더라구요.
언니로서 그남자를 잘아는 사람으로서 충고한다 그랬죠.

그런데 반응이요.
남친이 고~맙다네요.
"넌 방해할려고 한짓이겠지만, 덕분에 둘사인 더 가까워졌어" 그러면서..
그여자 첨에는 놀래서 울고불고 난리났는데
남친이 순순히 잘못을 시인하고
앞으로는 그렇게 안할거라고.
지금은 둘이 한달된 사이니까.
죽네 못사네 사이겠죠?
그래서 그여자도 오빠 믿어.. 그랬다네요.

그리고 둘다 서로의 마음이 너무 이뻐서.
따뜻하게 꼭 껴안고 꿈같은 밤을 보냈답니다.

제가 궁금한건요.
부처가 아닌이상. 언젠가는
제가 해준 말들을 떠올리지 않을까..예요
지금은 장점만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투고. 그러면서
단점이 보이겠죠?
남친의 기본적인 행동성향, 성격들이
하루아침에 변하진 않을거잖아요.
그버릇 그대로 나타날건데.
고친다고 해도 쉽게 고쳐지나요? 그게..

그러면 그땐 그여자가 그 메일내용을 떠올릴까요?
그러면서 아차.. 생각이 들까요?
정말 사실이구나. 나쁘구나.. 하면서

지금은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무시하거든요.
정말 안먹히는군.. 혼자 중얼거렸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부딪히면...

둘이 헤어지길 바라거나.. 복수심에 이러는건 아니구요
정말 궁금해요.
제가 해준 말들을 정말 잊어버릴지.
기억하고 있을지.

저같으면 많은 실망을 했을텐데.
어쩜 저렇게 의연할수 있는지.
포용력이 정말 큰 사람인지.. 바보인지.. 아님 여우인지.

님들도 지금 애인이나 남편분들과 싸울때
과거의 애길 하시나요?
여자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는데..
저도 그랬고.

한심하다 하실분도 계시겠죠.
근데 전 정말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