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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라....부끄러워라........


BY 나의복숭 2002-12-03

요즈음 내가 살고 있는 정부. 의정부는
미군의 여중생 사건때문에 곳곳에서 시커면 전경들이
무장하여 지켜선 모습을 자주 볼수있다.
의정부역을 나오면 바로 그쪽에 미군부대가 있기에
누구나 조금씩 뜻깊은 분노를 삼키면서 그쪽을 지난다랄까?
미국.
그 인정많고 신사의 나라인 미국이
어쩌다가 우리에게 이런 존재로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춥고 배고픈 시절
우리를 도와주든 그 우방의 미국은 어디로 갔는가?

날씨는 희끄무래하고 금방 눈이라도 올거 같았다.
길을 지나치는데 머리가 희끗한 어느 남자분이
전단지를 나눠줬다.
뭔가 싶어보니
미순이 효순이를 위한 시위에 동참하자는
호소 전단지였다.
지나쳐오는 부대앞에는 전경들이 완전 무장을 하고
서있었는데...
시위대와 맞부딪치면 티비에서 봤든
부상을 당할 조금 살벌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동참합시다. 동참합시다"
맘은 나도 동참하고 싶었다.
그런데 춥기도 하고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어쩌고 저쩌고... 스스로 되도안한 핑계를 대면서
슬슬 시위대쪽을 조금씩 빠져나와서 집으로 왔다.


많이 비겁한거 안다.
나 하나쯤...요러면서 빠졌으니...
양심의 가책이 많이 됐다.
그러면서도 시위하다 맞으면 나만 손해인데하는 생각으로
그 자릴 빠져나왔으니 아마 그옛날 나같은 사람만 있었다면
우리나라 해방은 택도 없었으리라.
세삼 같은여자인 유관순 열사가 존경스럽고 위대하게 보인다.

저녁밥을 다먹은 아들넘
주섬 주섬 옷을 줏으입드니 외출준비를 한다.
'아니 밤에 어딜가는데?'
왠일로 좀 일찍 들어왔다했지.
오마니 따거운 눈길앞에서 거짓말을 못하는넘.
머뭇거리드니 왈
"저 촛불시위하러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뭐? 아이구..."
혹시나가 역시나다.
"야. 아서라 말아라...하라는 공부는 않고 왜그러냐"
그 두들기고 맞고 하는 현장을 보면서
걱정을 않했는건 아니었다.
그래도 내 아들은 운동권은 아니니 저긴 없겠지 생각했다.
근데 촛불시위라니....
이럴때 내 머리는 아이큐가 한자리 이하로
내려가버린다.
"너 여자친구가 시위하자고 꼬시든?
공부하기 싫으니까 그런데나 갈려고 하지?"
못가게 두팔 벌리면서 막아선 나에게
아들넘은 내 손을 꼭 잡고선
"그냥 평화적으로 하는 촛불시위일뿐예요.
다 어머니같이 생각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어요?"
그리고선 나를 주르르 밀어 자리에 앉치고선
얼른 나가버린다.
그래 이 나쁜넘아. 니 혼자 애국자 다해라...

어머니같이 생각하면 나라가 어찌되냐고
반문하는 아들넘말이 귀에 맴맴 도는데
왜 나는 아들의 그말이 무모한 객기로 들릴까?
고등학교때와는 달리
대학에 보내놓고나니 데모 소리만 나도
간이 덜컥 내려앉은적 얼마나 많았든가?
다른 아들들이 데모를 해도 제발 내 아들만은
데모데에서 빠져주길 원했었고
데모 선봉장에 서서 열사가 되기보다는
비겁해도 좋으니 데모같은거 하지말아줬슴 했었다.

요즈음은
불경기로 인하여 전부 취업공부한다고
데모 같은건 없다고 들었는데
저넘의 미군사건땜시 불이 붙었는모양이다.
하긴 머리가 히끗히끗한 사람들도
효순이 미순이 살려내라고 하는판이니...
그애 부모들 입장으로 보면 얼마나
가슴을 치며 통탄할일인가?
죽여놓고선 희죽거리는 코쟁이들.
형식적인 사과.
일이 이토록 되기까지 수수방관한 위정자들.
모두 한통속이니....

어디서 촛불 시위를 하는걸까?
선두에 설 자신은 없지만 꼬레비에라도 서서
동참하고싶은 맘이 든다.
아들도 동참했는데
어미가 따뜻한 아랫목에 배깔고 누버있는것도
죄스러울거 같아서...
아 난 정말 비겁하다.
비겁한줄 알면서도 용기도 없고
자꾸만 그런 시위는 나아닌 다른 사람이 하리라 생각되어
선봉장에 나서는것도 미루니...
나보다 더 나이많은 사람도 젤 앞줄에서
목 터져라 구호를 외치든데
평소의 큰목소리의 나는 어디로 갔는가?
부끄럽다...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