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들을 데리고 광화문을 갔다 왔다.
하도 오랜만에 광화문에 가는 길이라 글쎄 서울역에서 전철을 잘못 타서 엉뚱한 곳에 갔다가 광화문에 가니 한 저녁 8시가 넘엇나...
가는길에 사람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이 사람들이 다 광화문에 가는 사람들이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엇다.
광화문이 가까와질수록 흥청대는 사람들....그 사이를 뚫고 힘겹게 가면서 바로 가까운 곳에서 촛불시위를 하는데, 이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없이 마냥 즐거워 보여 좀 서글펐다.
드디어 도착...내가 너무 늦게 왔나?
사람들이 넘 없더만...뉴스에서 넘치던 사람들은 다 어디갔지?
내가 너무 늦게 와서 사람들이 벌써 집에 다 갔나?
커다란 깃발을 든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데, 좀 쓸쓸해 보엿다.
경찰들은 사람으로 벽을 만들어 길을 막고 있고, 어떻게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난 유모차를 밀고 대사관앞에까지 와 있었다.
주위에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오직 전경들이 철벽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여기가 대사관이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여기 있으면 안되니 빨리 가란다.
밤도 어두워 건물의 불도 반이상 꺼져 잇고, 아무도 내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빈 건물 지키느라 추위에 고생하는 우리의 경찰들도 불쌍하고, 빈 건물 앞에서 목청높여 소리지르는 사람들도 서글프다.
잠깐 서 있다가 다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나왔다.
추위에 떨면서 경찰들은 모인 사람들을 욕하고 있었고, 모인 사람들은 경찰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우리끼리 서로 원망할 일이 아닌데....
가해자는 없는 상태에서 우리끼리 서로 밀고 당기고...
하도 답답해서 경찰 지휘하시는 분에게 우리를 보호해 줘야 하지 않냐고 했다.
아저씨는 지금 대치하고 있지 않냐고...다른 길로 돌아서 집에 가란다.
나도 촛불시위하러 왔다고...
아저씨 얘 끌고 뭐하러 왔냐고...시위하러 왔으면 가만히 있다 가란다.
아저씨도 자식이 있지 않냐고...뻔히 왜 모이는지 알텐데...왜 그러시냐고....즐거워서 막는 것은 아니겠지만...너무 마음이 안좋다고...
아저씨가 눈길을 다른데로 돌렸다.
날씨는 춥고. 밤은 깊어지고...사람들은 적어지고...
내가 너무 늦게 온건가...
그래서 사람이 적은거겠지....?
아니면....벌써 남비 근성이라 식는건가?.......
아니겠지요?
내가 너무 늦게 가서 그런거지요.?
인터넷을 보다가 상황이 안좋아 보여 뛰어 나왔다는 한 아저씨가 떠오른다.
내가 너무 늦게 가서 그런거지요?
가는길에 흥청대며 사람들로 넘치던 거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