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27

우울한 결혼기념일(ㅜ.ㅜ)


BY 어쩌지? 2003-01-08

정말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내가 결혼한지 어느덧 9년차 라니~~
오늘은 내가 결혼한지 9년째 되는 날이랍니다.
분명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하는데.......
근데 남편과 난 법원에서 합의이혼 확인서를 받아 놓은
상태거든요.
구청엔 둘중에 한명만 가면 되는데 남편이 저에게 판결문을
주고서 알아서 하라고 했거든요.
제가 원했지만 막상 구청엘 가려니까 왠지 마음이 짠~ 한거
있잖아여.(아마 살아온 정 때문일거에여ㅡㅡ;;)
그래서 아직 못 갔어요.
남편이야 내가 원해서 합의를 해 준거지만 아직 저를
떠나 보낼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건강이 좋지 않아요.
아주 나쁜병에 걸려서 치료를 받았고 앞으로 5년은 정기적으로
체크를 해야 하는 상태죠.
그렇다 보니 제 삶이 정말 무기력하게 느껴 지더라구요.
이렇게 사는게 정말 재미가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가슴 조려가면서 살아 왔을까? 하는
회의도 들구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건강이 좋지 않으면 가족들이 더 절실하게 필요해 지고
소중해 진다는데......
사실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도 이 지긋지긋한 삶과 나를 옭아메고 있는 끈들로
부터 벗어 나고픈 간절함이 더 크게 작용했나 봅니다.
남편도 그런 나를 이해하고 나의 의견을 존중해서 내가
내린 결정을 따라 준거죠.
이런 상황에서 결혼 기념일을 챙기는 남편을 보니 가슴이
아리고 시려요.
오늘도 저녁에 가족들이랑 간단하게 외식을
하자고 하더군요.
대답을 못했어요.
뭔가 모순이 짙게 깔려 있는것 같아서요.
미적 거리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면 제가 뭘 원하고 있는지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란게 뭔지....
보통 여자라면 결혼해서 좋든 싫든 아이 낳고 남편 뒷바라지
하면서 가정 지켜 나가는게 순리라고 생각하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근데 이젠 그런 삶을 포기 하려 하고 있어요.
나 자신을 위해 살아 본적이 없는것 같아서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한 삶을 영위해 보고자 한게 이혼이라니......
우습죠? 기가 막히기도 하구요.
사실 제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요.
그래도 아직 함께 살고 있으니 저녁에 조촐한 외식이라도
하는게 옳은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