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뺨맞고 한나라당에 화풀이하자
피투성이 왕현웅(소위 민주당 살생부를 작성한 네티즌)씨를 검찰에 고발한 민주당의 조치에 항의해 노사모의 마왕님이 연일 민주당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겨울에 1인시위를 하는 것이 엄청난 육체적 피로를 동반할 터인데 그것을 맛깔스럽게 표현한 마왕님의 글을 읽으면 꼭 자율학습 땡땡이 친 학생의 무용담 같아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을 띠고 그 글을 읽다가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뭉클한 감동을 느끼고 말았다.
"해가 완전하게 지고 땅거미 타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 하나 둘씩 기어 나오는 금뱃지들.. 그 앞에 차를 대는 고급 승용차들. 최소한 다이너스티. 에쿠우수의 그 히타연기가 꼭 국민의 한숨처럼 보이니까... 마왕도 스스로 모르게.. 눈물이 싸르르 어렸다. 씨 발..."
씨발. 정말 씨발이다.
없는 사실을 날조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이웃집 아저씨의 사생활을 까발린 것도 아닌, 명색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공인 중의 공인이라 할 국회의원들의 치졸한 철새행각을 통렬하게 꼬집은 글을 가지고 검찰로 쪼르르 달려간 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족속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민을 벌주라고 검찰에 고자질하는 국민의 대표.
참 훌륭한 분들이다. 너무나 고마워서 입으로 세 번 그 이름을 되뇌어 본다. 한화갑, 정균환, 이협, 김충조, 나는 오늘부터 이 사람들을 의원이라 부르지 않겠다. 그냥 ~씨라는 호칭을 붙여드리겠다.
격에 어울리지 않는 영감님 소리 빼고 김충조씨, 이협씨, 정균환씨, 한화갑씨, 이렇게 부르니 참 친근하고 정겹다.
어느 분 말처럼 이분들에게 국희의원 금뱃지는 지나치게 무거운 짐이다. 지금이야 일단 호칭으로만 벗겨드려야 하는 것이 유감이다. 내년 4월 총선에 정식으로 금뱃지 떼도록 해드리겠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마왕님께 뜨거운 성원과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나도 맘으로는 그 옆에서 피켓 들고 서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에쿠스와 다이너스티의 흰 연기보다 더 뜨겁고 거대한 국민의 분노가 동교동계와 후단협 정치 자영업자들의 머리에 내년 총선에서 불벼락이 되어 떨어질 것임을 확신한다.
파렴치하고 양심이 마비된 정치 자영업자들에게 고소당한 왕현웅씨를 비롯한 여러 네티즌들께서도 용기 잃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그냥 길 가다가 재수 없는 양아치들과 시비 한번 붙었다고 여겨주셨으면 한다.
글을 쓰다보니 감정이 격해졌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글쓰는 사람의 기본적인 자세인데 아무래도 나 또한 당사자로 연루된 모양새가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흥분하게 되었다.
독자들께서는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 개인의 이해와 원망(願望)을 대중의 이익인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해 판매하는 조중동과 달리 서프라이즈는 무대와 객석의 구별이 없다.
희로애락을 거듭하는 감정의 기복을 독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이 서프의 매력이자 특장이다. 조중동 지면에 어떤 회사가 유망하다는 소식이 실리면 사주일가가 해당기업에 투자를 했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갑자기 어느 지역의 부동산이 개발가치가 있다는 기사가 등장하면 혹 그 동네 등기소에 가서 기자의 친인척 명의로 최근에 구입된 토지가 없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여기에 비하면 동교동과 후단협에 막말을 뱉어내는 서프는 앙증맞고 귀엽지 않느냐는 협박성 질문을 드리는 바이다.
제도개혁이 우선이냐, 인적청산이 먼저냐는 논란이 분분하다.
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기실 제도만으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나쁜 축에 속하지는 않는다. 좋은 제도를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인간들이 문제다.
사람 나고 제도 낳지, 제도 나고 사람 나은 것은 아니다. 현행의 제도를 아무리 뜯어고친다 해도 대한민국의 정치 자영업자들은 절묘한 처세술을 발휘해 생존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공화국을 바꿔 가면서 정치생명을 연장해온 JP 한 명만 봐도 인적청산이 전제되지 않은 제도개혁이 영원한 신장개업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유연성은 고정되고 경직된 제도를 종이호랑이로 무력화시키기 마련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수십년 동안 잔뼈가 굵은 대다수 정치 자영업자들은 천지를 개벽시키는 기상천외한 새로운 제도가 창출되지 않는 한 여전히 만수무강할 것이다.
인적청산이란 말이 좀 살벌하게 들리나보다. 이런 논의가 제기될 조짐만 보여도 경기를 일으키는 정치인이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과잉반응이다.
언필칭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인적청산은 3족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인들께서는 당분간 사극시청을 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TV에서 매일 주리틀고 치도곤 하는 광경만 방송되니 어디 무서워서 정치하겠는가.
우리가 추구하는 인적청산의 지향점은 해먹을 만큼 해먹으셨으니 자라나는 신진기예와 능력 있는 후학들을 위해 길을 내달라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일종의 비정규직 노동자다.
일을 잘했으면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신임을 얻어 재계약을 하는 것이고, 일을 못했으면 해고당하는 것이다. 일을 못했으니까 그만 하라고 하지 일을 잘했는데 나가라고 하겠는가.
조중동이 자세히 취급하지 않았지만 토씹새격문이 위력을 떨치고 있는 곳은 민주당이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이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 여러 한나라당 의원들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둘러보았다. 예외 없이
'2004년 척결!'님이 작성한 한나라당판 토씹새격문이 퍼져 있었다. 그런데 반응이 몹시 재밌다. 가관이 따로 없다. 민주당이 개혁파와 당권파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면, 한나라당은 십인십색으로 갈라져 있다.
민정계는 민주계를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동일한 민정계 안에서도 이회창 후보 친위세력과 영남 민정계가 살생부를 서로의 소행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심지어 토씹새격문이 한나라당 버전에서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된 중진의원의 자작극이라는 용감한(?) 추정도 있다. 그러자 곧바로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세력의 작품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인터넷 살생부로 빚어진 민주당의 내홍은 한나라당에서 내연하고 있는 분열의 마그마에 비하면 장강 옆을 흐르는 작은 도랑에 불과하다.
3김이 주도한 지역대결구도 하에서 호남을 발판으로 서식한 민주당 당권파와 영남을 근거지로 암약한 한나라당 주류세력은 일종의 적대적 상호의존관계에 있었다.
정권의 향방을 놓고는 서로 사사건건 대립하는 사이었지만 동시에 상대방이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현상을 지역 유권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자기들 텃밭에서는 말뚝만 꽂아도 당선되는 웃지 못한 촌극을 연출해온 것이다.
동교동의 퇴조와 후단협의 몰락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작금에 자행되고 있는 네티즌들에 대한 무더기 고소고발 사태는 꺼져 가는 정치생명을 연명하려는 단말마적 몸부림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정균환씨와 박상천씨, 이협씨와 이훈평씨, 그리고 김충조씨가 사악하거나 부패한 인물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이들은 변화한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적응장애를 앓고 있을 뿐이다. 적응할 의사도 역량도 없다면 조용히 떠나면 되는 법이다. '떠날 때는 말없이'라는 현미의 노래도 있지 않은가.
민주당을 휘감고 있는 격변의 해일은 조만간 한나라당을 덮칠 것이다. 동교동의 외곽수비를 무너뜨린 기세를 몰아 우리는 곧장 한나라당의 방어선을 돌파하고, 나라의 운명을 건 조중동S와의 최후의 결전에 나서야 한다.
수구는 지연작전으로 생존하지만 개혁은 가속페달을 밟아야 산다. 동교동과 후단협을 더욱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혁은 호랑이등과 같아서 일단 올라탄 이상 속도를 늦추기는 불가능하다. 속도를 늦췄다가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최근 노무현 당선자가 보여주고 있는 초당파적 행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아우르는 격동의 물결이 정치권을 강타할 것이라는 정확한 예측에 기초하고 있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연스런 변화의 동인을 인공적으로 억누르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
민주당은 두들기면 묵은 때가 빠지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보다는 세제를 훨씬 듬뿍 뿌려야 하고 타격의 강도도 단연 높여야 한다.
낡은 정치 자영업자들을 외과적 수술로 제거해 구심력을 높이는 것이 민주당 정화의 요체라면, 민정계와 갈라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개혁파들의 분화를 촉진하기 위한 외부적 충격을 가하는 것이 한나라당 개혁의 관건이다.
내 귀에 한나라당 개혁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울고 싶으니 뺨때려 달라는 아우성이다. 좋다. 앞으로 신나게 때려드리겠다. 우리 모두 한나라당 뺨 때리려 가자. 철썩. 한나라당은 맞아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