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방학 중에 설이 다가왔다
오전에 은행에 들러서 돈을 찾고 신권으로 바꿔와서는
메모한 대로 일일이 봉투에 넣었다
8남매의 일곱번째 아들에게 시집온 나는 시댁 가족들의 대소사가 퍽이나 많다
또 친정에서는 어른들이 모두 돌아가셔서 맏이로서 챙겨야 할 동생들도 많으니..
명절이 돌아오는 게 한편으론 참 부담스럽기도 하다
시어머님 용돈..
어머님, 새해에도 건강하시구요 오래 사세요 늘 감사합니다
용돈 늘 부족하시죠? 많이 못 챙겨 죄송합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둘째 형님네 막내가 올해 대학에 입학을 한다. 어머님을 모셔주는 감사한 마음을 좀 더 표현하기 위해 내게는 퍽 큰 거금을 털었다..
민정이 대학 입학 축하금..
민정아, 대학생활 보람있게 하고.. 더욱 이뻐지렴.. 숙모가
세째형님네 큰애가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간다. 나랑은 제일 친한 형님인데.. 멀리 서울에 계셔서 자주 못보지만 늘 마음은 함께이다..
성민아, 고딩이 되는구나 어느새.. 열심히 공부하고 멋진 남학생이 되길 바래.. 대구숙모
내일은 새벽같이 달려가야하는 시댁.. 첨 시집왔을 땐 그렇게 어렵기만 하더니 지금은 꼭 친정처럼 정겹고 반가운 많은 식구들.. 그중 우리 둘째 형님..어머님 모시고 살면서도 크게 어려움 내색하지 않으신다.
제사비..형님, 매번 제사비 부족하죠? 많이 못드려 죄송해요.. 차라리 그냥 얼마 내라고 하심 더 좋을테고 부담도 적을텐데 우리 편하라고 하시는 맘은 알지만.. 늘 고맙습니다. 새해도 건강하시고 속상하신 일 있음..저한테 전화주세요.. 자주 전화 못드려 늘 미안해요
대충 이 정도면 시댁은 다 챙긴건가?
다른 애들은 대강 세뱃돈을 주면 될 거 같구..
친정동생들에게도 제대로 언니, 누나, 시누이로서 역할을 못하는 거 같아 맘이 아프다
남동생과 여동생의 막내가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다
보름 차이로 두 아이가 태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만큼 자랐네..
두아이에게 봉투 하나씩,
형진이는 옷하나 사입을 정도..
예지에게는 유치원 등록금(엄청난 액수더라)과 옷하나 살 돈을 넣었다.
그리고 막내 동생.. 두 언니 사는 거 보면서 자기는 별로 시집갈 맘이 없다는 말이 얼마나 신경쓰이고 미안한지..
혼자서 직장생활하면서 결혼도 않고 사는 동생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녀를 위한 봉투 하나..기름값에 보태라..고
또 여동생의 시댁어른을 위한 봉투 하나..
직장다니면서 애들 키우는 나를 사돈께서 늘 염려해주신다. 그래서 가을에 깨를 털면 참기름을 짜 보내시고 떡국해먹으라며 지난 주엔 떡도 보내주셨다. 많지는 않지만 고기라도 두어근 사드려야 하지 않을까..
남동생의 처가 어른들께도..봉투가 있어야지..
우리 올케.. 남들처럼 번듯한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만성신부전증인 줄 알면서도 친정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생과 함께 살면서 아이를 키우는 올케,, 그녀의 어른들께 늘 죄송스럽다. 새해에는 꼭 두사람의 결혼식을 올려주겠습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친정에서 내가 젤 어른인데도 제대로 역할을 못해내고 있으니 늘 생각만으로 코끝이 시큰하고 눈 앞이 흐려진다.
또 우리 외할머니..
두해전 88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삼촌이신 아들과 우리 엄마였던 딸을 동시에 잃어버리신 우리 할머니는 아마도 94세쯤 되셨을것 같은데..정확한 나이는 나도 잘 모르겠다..하지만 구순이 넘으셨지만 여전히 단아한 모습으로 새벽이면 교회의 새벽기도회에 빠지지 않으신다. 그 분은 어릴 때 엄마대신 우리들을 키워주셨었다.. 명절이면 꼭 찾아뵙는데.. 이제 몇번의 명절을 더 함께 할 수 있을지.. 그분을 위한 또 하나의 봉투..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사탕이랑 단감을 함께 사가야지..
마지막으로..
내 좋은 친구의 하나였던.. 영경이엄마
지금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녀의 아이들이 존재하기에
그녀 역시 내 옆에 있는 듯하다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어느새 3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초등 3, 1학년이던 두 딸이 벌써 커서
영경이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얼마전 우리 두 아들과 그녀의 두딸을 함께 데리고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 가까이 있지 못해서 잘 보살펴주지도 못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재혼 생각도 없이 두 딸을 참 잘 키웠단 느낌이 들었다. 영경이는 참 의젓하고 성민이는 무척 귀여웠다.
영경이를 위한 축하 봉투하나..
영경아, 중학생이 되는구나, 벌써..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할 걸로 믿는다. 네가 너무 자랑스럽단다..
이제 나의 명절 준비는 다 끝난건가??
선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나는 이렇게 늘 명절마다 봉투를 나누면서 가족을 다시 생각한다..
내 좋은 사람들을 위해.. 이걸 기꺼이 즐거운 맘으로 받아들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