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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말씀이 맞는것 같습니다. 저는 마음의 준비를 시작해야 할까봅니다.


BY zeit 2003-02-18

먼저 제 하찮은 고민에 스스로의 경험들을 되짚어 정말 좋은 말씀 주신 분들께 고맙습니다.

지독한 고민도 결국 당사자간의 해결이 아니고서야 매듭이 지어질까 싶어 남자친구 어머니와 동생들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뜸 화를 내네요.
"그럼 그게 다 우리 식구 탓이란 말이야?"
그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래 선배님들이 주신 의견에 못을 박는 기폭제가 될 것 같네요.

물론 남자친구도 얼마나 중간에서 치이며
달라지고 달라지게 해보려고 노력하는지 알고 있지만,

일단 안되는데 어떡하냐는 반문앞에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사람의 변화를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일 아닌가요?

남자친구는 살아보다보면 동생도 철이 들고 어머니도 나아지실거다 왜 사랑한다면서 자기를 믿지 못하고 자기 가족들의 노력도 배제하느냐 섭섭하다고 합니다.

소용없는 얘기지만, 스물 네살이나 된 막내가 뭐가 어리다는건지 이해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십대때부터 소년소녀가장으로 사는 아이들도 있잖아요? 아니 그것이 특수한 경우라 생각하면 저나 제 동생처럼 어릴적부터 신문돌리고 고구마도 팔고 식당일도 해가면서 학교 다닌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 나이에 집안 생계를 책임졌는데, 그 나이가 도대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행동조차 하기 어려운 나이로 왜 끊임없이 허용받고 용인될 수 있는 건지 저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제가 어렵게 살았다고 남들도 그러라는건 아니지만, 제 상식의 스물 넷은 그리 막무가내 철부지로 용인할만한 나이는 아닌듯 싶네요...

통화를 하다 다시 물었어요.

"그럼 나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나를 받아들이고 예의있게 대할때까지 계속 상처받으면서 기다려?"

그랬더니 그만 말하자구, 왜 자기 식구들 탓으로만 돌리냐고 기분이 상해 전화를 끊더군요.

네.

힘들어요 저는 지금 아주 죽어버릴만큼 힘이 듭니다.

그렇지만 흐느끼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눈물을 닦았습니다. 표독하신 시어머니 만나신 다음 가슴이 아파 어쩔줄 모르는 어머니가 혹시 제 우는 모습에 마음을 상하실까봐 이 좁은 집에서는 소리내어 울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멀미가 나도록 힘든 마음에도 한 가지 또렷한 것은 여러분들께서 하신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었어요.

사랑은 영원하지 않은것. 간쓸개 다 빼줄듯 하다가도 금새 이렇게 자기 가족들을 방어하기위해 저를 이해타산적이고 이기적인 사람 치부해버리는 남자친구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제 길을 가렵니다.

나를 기다려 환희의 순간에 그 사람이 함께 눈물을 흘려준다면 평생 감사하며 사랑할 것이고,

기다림과 현실에 지치고 식구들이 소중하여 다른 대안을 찾는다면, 그간 베풀어준 사랑에 감사하면서 행복을 빌어줄 요량입니다...

사람을 보낼 준비를 하는 마음이
마치 숨이 당장 멎어버릴 것만 같은 지독한 고통이라는 것을 오랫만에 다시 느낍니다만,

짧고 굵은 고통으로 지긋지긋해져버릴 삶을 구제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

이제 다시 홀로서는 연습을 해야겠네요..

사랑을 받아본지라 다리가 휘청이고 많이 추울듯 싶지만,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