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날이 더 많았던 겨울날... 한 눈에 담을 수 없었던... 푸른 하늘을 참 오랜만에 올려다 보았습니다. 바람이 솔솔 불어와... 볼을 붉게 물들이던 햇살 좋은 오후... 아무 생각없이 옛 추억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이미 발걸음은 옛 교정에 머물렀고... 잠시나마 스친 지난일들... 그래서 지금은 그때처럼 가뿐하기만 합니다. 지독히 불어오는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이순간만큼은 동심의 세계로 ... 흠뻑 빠져 들고 싶습니다. 매서운 바람에 시린 한쪽 손은 주머니에 집어 넣고... 또 다른 한쪽 손에는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고... 넓다란 운동장에 거침 없이 동그라미를 그려 보았습니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운동장을 선따라 뛰어도 보았고... 운동장 한쪽에 있는 놀이터의 미끄럼틀도 타 보았고... 내가 그린 단순한 동그라미 안에 나를 가두어도 보았습니다. 문득 스친... 어린시절의 내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아직은 펼쳐지지 않은 도화지 안에 맘껏 꿈의 나래를 펴고...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동자의 아이들처럼... 내게도 그러한 때가 있었던가....... 너무도 힘겹고 바쁘게만 살아왔던 삶속에서도... 오래전 동화책 속의 이야기 같기만한 어린시절이... 그리워지는 시간이였습니다. 많은 꿈들을 품었던 지난날을 생각하자니... 미래의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 만큼... 지금의 내 모습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지난 어린 시절처럼... 마음에 담아 두려 애쓰지 않아도 삶이 흘러가는대로... 따라 가기만 했던 지난날이 더욱 그리워 집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길따라 한 없이 걷다보면... 꽁꽁 얼어 붙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날씨처럼 녹아 드는 기분 참 좋았습니다. 어떤 인연의 만남에 있어서... 필연이든...우연이든...악연이든... 감정의 물결에 참 많이도 아파했던건 사실입니다. 그만큼 아퍼했던 만큼 그리움의 순간들이... 한층씩 정성으로 가꾸고 보살핀 화초를 바라보듯... 눈에서...마음에서...생각에서... 갇어 두고 싶었던건 사실입니다. 물론 생각 안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어느 글귀처럼... 마음 가는대로 맡겨 두고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습니다. 내가 품어야 할 인연이 아니라면... 눈을 꼭 감아 지우고 싶었던 기억들도... 한순간 악몽에 시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심한 열감기를 치루기라도 한 것처럼 ... 그렇게 나를 휘 감고 도는 아픔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쯤에선가 멈추어서기를 기도 합니다. 이제 난...난 이제... 이제는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싱그러운 계절 봄날을 기다리렵니다. 언제든 지워지질 않을 아픈 기억이지만 겨울바람속에 날려 보내고... 늘 처음처럼 푸릇푸릇 움트는 새싹들처럼... 맑고 화창한 봄날만을 그리고 싶습니다. 언제든 생각나는 사람...언제든 불러 보고 싶은 이름... 바쁜 시간 속에서도 늘 내 안에 숨쉬는 사람... 떨구어 내지 못하는 그리운 사람입니다. 짙은 향기가 느껴지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떠올리면 눈에 띄지 않을 은은한 풀꽃 향기처럼... 머릿속을 꽉 채우는 그리운 사람 입니다. 이제 봄이 다가 오고 있음을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인지... 눈에 들어 오는 모든 것들이 화사하게만 느껴 집니다. 지나치는 옷가게 진열 된 옷들의 색깔에서 부터 ... 계절의 바뀜을 빨리 느낄 수 있는 꽃가게의 노란 프리지아꽃에서 부터... 머리카락 손질을 하고 싶다...라고 느끼며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내 생각에서 부터... 이렇게 차가웠던 겨울의 날씨보다는 그 속에서... 꽉 얽혀 있던 무거운 마음들을 풀어 두고... 가벼운 깃털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 가고픈 계절,... 봄을 기다립니다... ~~~~~ 무 정 ~~~~~ 2003년 02월 19일...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