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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난 지하철속에서 죽어간 효정이의 글입니다.


BY yebeen 2003-02-19

사고난 지하철 속에서 아빠에게 전화해서 사고가 나서 불이 난 것 같은데 어떻게해야 하냐고 묻고는 저 세상에 간 효정가 2학년때 교내 문집에 실은 글입니다.
효정이는 방화된 지하철의 반대방향의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가슴답답하게 저 세상에 갔지만 아직 사망자 명단에 없습니다.
시신이 너무 많이 손상이 되어서 사망확인이 안되어서입니다. 단지 실종자입니다.
뉴스속보에서 동동거리는 효정이 엄마를 보고 친구들이 전화했을 때
"효정이없다"는 말 만 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신 확인을 못해서인지 죽었다는
생각은 하지않는 듯 합니다.
효정이의 명복을 빌며 또 효정이 부모님에게 위로를 보내면서 글을 올립니다.

공부쟁이 동생

경북대 사대 부설 초등학교 2-4 조효정

이모는 우리집을 곧잘 딸기집이라 부른다. 네 살짜리 내 동생 수정이와 내가 모두딸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딸이 더 좋다고 말씀하시는데 아빠는 가끔 서운해 하시는눈치다.
엄마는 직장을 다니시기 때문에 동생을 내가 돌봐 줄 때가 많다. 아빠를 많이닮은 내 동생은 장난도 잘 치지만 매일 공부를 같이 하자고 조른다.
내가피아노학원에 가면 따라와서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하고, 자동차를 타고 이모집에갈 때 공부를 하자고 또 조른다. 그래서 나는 수정이를 '공부쟁이'라고 곧잘부른다.
며칠 전 글짓기 학원에 다녀와서 숙제하고 있을 때 내게 와서 가르쳐 달라고하면서 자꾸 장난을 걸고 공책에도 낙서를 하였다. 그래서 내가 부릅뜬 눈으로
"공부쟁이! 커서 무엇이 될 거야?"
라고 물었다. 동생은 화난 언니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계속 낙서하면서
"낙서 공부쟁이"
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너무 우스워서 입이 찢어질 것 같다.
그리고 아침에 내가 학교에 갈 때면
"나도 언니만큼 컸는데 왜 학교 안보내줘"
라고 보채며 졸졸 따라와 지각할 뻔 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동생은 가끔 날 귀찮게도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고너무 귀엽다. 나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부뿐만 아니라 피아노, 그리기, 글짓기도가르쳐 주고 영어를 배우게 되면 영어도 가르쳐서 진짜 공부쟁이동생을만들어야겠다. 그래서 아들 있는 집에 지지 않는 행복한 딸기집이 되도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