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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BY L 2003-03-15

지금 생각해보면
넌 나빴어.
그때도 모르진 않았겠지만 지금 생각하니까 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래도 우리에게
순수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돌아올 수 없는 그런 시절.
그 때문에 더더욱 널 잊을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어.
가끔 생각해본다.
내 생애 다시 없을 만큼 사랑했던 순간들을.
그리고 그보다 더 전에 널 사랑하지 않았던 그 시간들도.
나보다 니가 더 날 사랑했던 시간들.
그런 너에게 빚을 갚기 위해 우리가 다시 만났었나보다.
우리가 이쯤에서 멀어진건 어쩌면 다행일거야.
내 인생의 평행선이라 여겼던 너이니까 언젠가는 이렇게 완전히 헤어져서
살아가야 맞는거겠지.

너와 내가 만난게 1985년이니까 벌써17년이구나.
그중에 정말 제대로 만난건 처음 1년. 그후로 몇 년은 니가 날 그리워하며 살고 그후 몇 년은 그저 서로 생각만 했을테고 다시 만난게 헤어지고 8년후였고 다시 6개월 만나고 또
헤어지고 그 한달후부턴 헤어진 상태로 계속 만나다 내가 결혼했고 지금은 난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우린 완전히 멀어진채 살고 있다.
처음 만났을때는 니가 날 너무 사랑했었고 8년후 만났을땐 내가 널 너무 사랑했었지.
내겐 너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신뢰가 아니라 믿음. 그걸 어찌 설명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어쩌면 넌 알지도 모르겠다.

널 완전히 내 삶에서 떼어내는게 불가능한거라 생각했었다.
지금 니가 결혼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절대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만약 했다면 너의 못된 습성 버리고 성실한 남편이 되길 바란다. 진심으로..
널 사랑했었기에
널 사랑하는 다른 여자의 마음도 알것만 같기에..
한 때 너 때문에 인생 자체에 절망을 버릴 수 없었지만
또 가끔은 내게 줬던 상처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고맙다.
니 덕에 인생의 많을걸 알고 죽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내게 너란 사람은 하나뿐이듯이 너에게도 나란 사람은 하나란걸 믿는다.
니가 이 편지를 볼리는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다신 할 수 없는 말들이니까…
널 보면 습관처럼, 지독한 병처럼, 그렇게 하지 않으려 애를 써도 사랑하게 되는 나.
그래서 난 널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널 보면 너무 아팠다.
Love of my life.
건강하렴..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