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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엄니와 통화하면,가슴이 답답해.


BY 지나다 2003-04-05



우리 애는 무지 건강한 편이다.다른 사람들이 어쩜 애가 그리 튼튼하고 체력이 좋냐고 부러워할 정도로.그래도 일년에 감기 2~3번 정도는 걸린다.
나 역시도 결혼전까지는 병원에 간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런 우리 애가 감기에 걸렸다.나도 걸렸다.그것땜시 오늘 울 시엄니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시엄니 애가 감기만 걸려도 자지러진다.어쩌다 애가 감기걸리게 했냐고.애가 살다보면 감기 걸릴 수도 있는거지.그리고 우리 애 같이 건강한 애도 흔치 않은데.
그리고,나도 결혼전엔 정말 말랐어도 강단 있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시집오고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정신과에 한번 가 볼까 할 정도로-그 화가 병이 되어 병원을 좀 찾게 되었다.
그런데 울 시엄니 하는 말이,'니가 그렇게 안 먹으니까 매일 골골하지.그리고,애도 너 닮아서 안 먹으니까 감기에 걸리고 그러지.'
나 말랐어도 무지 잘 먹는다.그렇게 잘 먹는데 어찌 살이 안 찌냐는 말을 지겹도록 들은 나다.
다만 우리 시엄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는건, 내가 우리 시엄니가 만든 음식 좀더 정확히 말하면 울 시엄니 방식대로 만든 음식은 내가 잘 안 먹기 때문이다.좋아하는 음식의 종류도 다르고.
난 육식을 좋아한다.물론 야채도 잘 먹는다.다만 난 나물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울시엄니는 나물 매니아고 고기는 백해무익한 음식 취급을 한다.
나는 시댁가면 시엄니 잔소리 듣기 싫어 나물을 먹는 시늉은 하는데 그리 많이 먹질 않는다.우리 시엄니처럼 나물만 먹고 살지는 않는다.
그런데 울시엄니는 내가 나물 잘 안 먹는다고 나더러 고기만 먹고 살아 병이 많단다.난 나물을 뺀 다른 채소들은 잘 먹는데,나물만 채손가? 그리고 우리 딸은 나 닮아서 그런거라고 하시고.
참내, 요즘 세상에 우리 딸 같이 인스턴트에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도 드물거다.우리 아이는 비교적 골고루 먹는 편이다.다만 먹는 양이 많질 않아서 그렇지.
그리고,과일도 나는 밥먹고 입가심 할정도로만 먹는데,우리 시댁식구들은 과일로 배를 채우려고 한다.그러면서 과일 안 먹어서 병이 많네...하면서 일장 연설이다.딸이 태어난 이후부턴 내 딸까지 나 닮아서 그렇다고 하시면서.
정말 듣기좋은 꽃노래도 하루이틀이지,무슨 꺼리만 있으면, 채소 안 먹고 고기만 먹어서 애도 안 생기네-난 결혼하고 3년뒤에 애를 낳았는데 사실 그 원인은 남편에서 있었다-적게 먹어서 애가 안 생기네,그 일년에 2~3번 걸리는 감기때마다 그 소리...
어쩜 토시하나 안 틀리고,우리한테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다 거기다 갖다 붙이는지 모르겠다.
외곬수이고, 우물안 개구리,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은 진실이고 그 외의 것은 모두 거짓이라 믿는 분,당신 자식이 아프거나 안 좋은건, 일이 많아 피곤하고 사는게 고달프거나 아님 다른 이유가 있지만,며느리는 팔자가 늘어졌는데도 안 먹어서 매일 골골거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모든 걸 당신 기준에서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하시는 분.
울 친정엄마는 원래도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다가 다른 사람 입장에서도 많이 생각해주고 직장 생활을 해서인지 우리 세대들에 대해서도 이해가 많으신 편이었는데,우리 시엄니 같은 사람을 만나니 정말 답답해 죽겠다.말이 통해야 대화를 하지.
이제 결혼 7년에 익숙해질만도 한데,아직도 울 시엄니와 얘기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건 훌훌 털어버리지 못하는 내 성격 탓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