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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대체 1인 몇 역일까?


BY 엘리나 2003-04-16

요즘 곰곰히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1인 몇 역을 하고 살아가고 있을까?하고....


친구들은 바빠서 좋다고하는데 사실 좋은 것도 참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과 식사를 하고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 학교가 멀어 차로 데려다주고 나도 출근한다.

작년에는 남편과 같이 나가서 일찍 도착하여 운동장도 20바퀴돌았고 같이 대화도 많이했는데 약간 아쉽지만 딸과의 데이트도 좋다.


출근하여 우리 반 꼬마들과 인사하면 책상에 수북이 내놓은 일기장
우리반 전원이 대학노트에 쓰므로 그 두께도 대단하다.

숙제며 기타 회람들 ...

마음을 가다듬고 옆에 행정실에가서 직원들과 웃으며 차 한잔 여유있게 하면 어느새 또 새로운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는 자세가 된다.

부장인 덕에 쉴새없이 인터폰도 울리고 동료들과 회의도하고 고학년이니 수업을 마치면 3시 정말 화장실도 미루었다가 간다.

5시에 퇴근할때까지 영어 테이프를 틀어놓고 아이들 시험지 체점에 유인물복사에 각종 회의 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차속에서 또 영어를 듣는다.

무의식적으로 영어테이프를 들은지 벌써 오년째 귀가 트였는지 모르겠다.


집에 오면 두 녀석 영어 학원가기전에 간식을 먹인다.
그리고는 다시 테이프 틀어놓고 꽤 넓은 집 청소와 빨래를 한다.

우리 윗집은 주부가 집에 있어도 깨끗한 것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두 번 청소하시는 분을 두고 월 40만원을 지출한다지만 나는 왠지 아깝다.
나에게는 너무 청결함보다는 적당한 편안함이 더 좋다.

아이들의 방과 거실을 챙기면서 공책도 보고 남편 옷가지도 정리하니 주부의 손이 가는 곳은 내가 직접 해야 편하고 살림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제 저녁준비가 끝나면 아이들은 돌아와서 자기 일도 좀 하고 남편과 같이 식사를 한다. 남편은 철저히 집에서 식사를 하고 순수 토종음식을 좋아해서 나가서 먹는 것은 싫어한다.

좀은 힘들지만 나역시 같이 먹는 것이 좋고 아이들도 그 덕에 신체가 아주 건강하다.

식사후 남편은 소파에 눕거나 앉아서 책을 본다. 그러면 나는 세탁물을 베란다에 걸거나 설겆이를 하면 미안한지 나중에 같이 하자면서도 좀체 못 일어선다.


기다리느니 내가 얼른 하지 하면서 혼자 거의 다한다.


같이 9시 뉴스좀 보면 아들 녀석 과외 선생님이 일주일에 세번 오신다.

온갖 간식을 챙겨주고 (둘 다 덩치가 커서)또 정리하고 10시쯤 딸 아이의 공부도 좀 돌봐주고 인터넷에서 각종 자료를 찾아서 시험지도 제공해준다.

영어학원 말고는 보습학원은 안 보내므로 집에서 독서와 수학공부를 챙기는 편이다.

어느듯 11시 가 훌쩍 지나고
자기 전에 내 공부좀하거나 책도 좀 읽고 하면 열두시다.

남편은 그전에는 안그랬는데 요즘은 나를 보면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다.

돈도 열심히 벌고 (사실 40넘어 돈 버는 아내는 요즘 업어준다고 남편은 농을 한다)집안 일도 손수하고 사실 남이 보면 슈퍼우먼이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보고 나중에 며느리 힘들겠다고 놀린다.

하지만 남은 남이고 나는 나다.
내가 즐겨서 한다고 남도 그러리라고 생각은 결코 안한다.
또 내가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는 정말 좋아서 한다.

작년에 입주하면서 아파트 반장을 맡았다. 좀은 부유층이 살아서 재활용하는 것도 돈 더 주고 사람을 썼으면 하지만 같이 의논하여 당번도 정해서 같이 활동하기로 했다.

아무리 바빠도 7개월동안 반상회 한번도 안 빠졌다.
좀 더 건설적이고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싶다는 순수한 바람이었다.

반상회 덕분에 입주민들은 참 격의 없이 지내고 나는 반장 역할도 성실하게 한다.

퇴근후 아이들이 학원 간사이 얼른 계단을 뛰어서 유인물도 전하고 심부름도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시간이 무궁하게 많은 주부들 중에서 바쁘다는 말이 입에 배여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깊이 생각하기전에 무조건적인 불참은 참 아쉬었다.

아마 그 분은 더 보람있는 시간을 다른 곳에 투자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산 교육은 바로 엄마가 인생을 최선을 다해서 사는 모습이 아닐까?


요즘 참 분주한 나날이지만 보람있다.

이제 사십둘 어느새 인생의 황금기이다.

전에 땄던 자격증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따볼 요량으로 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일주일에 세번 아들의 과외없는 날 나도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꼭 승진을 위한 공부가 아닌 내가 전부터 하고 싶었던 학문을 위해 대학원을 한번 더 다닐 것이다.

이렇게 계획을 세우니 때로는 아침에 좀은 몸이 무거워도 나를 필요로 하는 직장과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또 나를 인정해주는 든든한 남편이 있기에 더 힘차게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몸이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 요즘은 아주 기쁜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