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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두 안하고 애도 안 나 본것이!!! 늙은 시누한테!!!


BY 늙은 시누... 2003-04-19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인 늙은 시누이입니다.
이렇게 시누임을 강조하는 내 40년 살믄서 결혼도 안 해보구 애도 안 나 본 것이... 하는 소리를 손아래 올케한테 들었습니다.

우리집은 아들 넷에 딸 하나입니다.
어찌어찌한 사연으로 세째 아들인 밑에 동생이 먼저 장가를 가서 말하자면 세째 며느리가 시집온 지 10년이 넘은 고참이 됐습니다.

오년 전에 큰올케가 들어오고 작년에 둘째 올케가 들어왔습니다.
드디어 나도 올케가 셋이 된것이지요.

그동안 시집 안 가고 명절이나 큰일때면 집안 일을 올케와 더불어 했습니다. 올케는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어찌어찌한 사연으로 나는 제법 살림을 할 줄 알게 된 탓에 가장 큰 일은 엄마가 하셨지만 그다음으로는 내가 했고 올케는 그저 옆에서 돕는 정도였습니다.

아버지가 오랜 투병생활로 돌아가신지 일년 됐습니다.

그동안 세째 올케는 바락바락 대들면서 시아버지와 싸우기를 수차례 하더니 드디어는 혼자 남은 시어머니와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몇번째인가 시어머니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대들고 사과를 했다가 다시 대들고...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처럼 그저 시누 노릇하기 싫어서 꾹꾹 참았지요...
그러다 어제 드디어 전화를 해서 몇마디 했습니다.

대체 불만이 뭐냐... 시어머니가 조카 백일이라고 알려주려고 전화한 게 그렇게 못할 짓이냐... 뭐 기타등등...

대뜸 하는 말이,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지 마라... 그리고 니가 뭔데 나한테 그러냐... 니네 엄마한테 물어봐라...

차암...
울엄마요... 동네에서 몇십년동안 소문난 괜찮은 사람입니다. 남의 집 일을 해도 내일보다 더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이 같이 일하려고 안할 정도로-비교 되니까- 마음을 다하는 분입니다.
남한테 베풀기 좋아하고 당신 몸 부서져도 자식들 위해 김치담가 바리바리 보내고 깨끗한 곳에서 나물 뜯어 보내고 손자 병-아토피-에 좋다고 일년이면 청국장을 다섯 번씩 띠워 보냅니다.
돐이나 백일이면 새벽에 수수팥떡 해서 바리바리 하다못해 자연식품이라고 깻잎이며 무우짱아찌 참기름 들기름까지 노인네가 들고 다니기를 몇년동안 했습니다.
정말 하늘을 우러러 며느리라는게 그따위 건방을 떨만한 분이 아닙니다.

물론 그올케에게도 존경할만한 미덕은 있습니다.
생활력 강해서 부지런히 일하고 돈버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무랄 것도 아니고 사치나 허영있어서 집안 말아 먹는 여자들에 비하면 훌륭한 점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걸 무기로 피곤하다 몸이 부서지겠다 먹고 살려는데 돠와주지는 못할망정 시비만 거냐... 이러고 늘 불만입니다.
어른도 몰라보고, 집안 대소사는 마지못해 내려왔다가 닭싸우듯 신랑하고 싸우고 가거나 잔뜩 부어서 돌아갑니다. 열번에 여덟번이 그랬지요...

최근엔 큰올케가 모든 걸 맡아서 하게됐습니다.
다행히 큰올케는 심성 반듯한 사람입니다. 엄니는 아부지 돌아가시자마자 세째며느리한테 들은 기타등등 독설때문에 복구 안될 상처를 입으신 모양입니다. 나중에 잘못했습니다. 한다고 해서 결코 덮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린 그때 동생네 이혼하는 줄 알았습니다. 제 입으로도 시어머니한테 전화해 이혼한다고 짱짱하니 말하더니 아직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엊그제 또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좋은 며느리-큰올케-얻으셔서 좋으시겠어요... 하고 비아냥대더랍니다. 집에서 신랑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집에서 놀고 먹으니까 맨날 시어머니한테 전화나 해 대서 옆에 있는 사람 나쁜 사람 만든다고...
나한테도 그러더군요. 후후

세상에 아무리 경우가 없고 무례하고 단순해도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지가 나쁜 며느리니까 다른 모든 며느리도 나쁜 며느리 되라는 얘기 아니고 뭡니까??

여자는 -남자도 그렇지만- 늘 역지사지의 삶을 살게 되 있습니다.
결혼하면 아내가 될 것이고, 며느리도 될 것이며 자식을 낳으면 어머니가 될것이며 형제들이 있다면 올케도 됐다가 시누이도 됐다가... 딸을 낳아 시집을 보내면 친정어머니도 됐다가 아들이 있으면 시어머니도 될 것입니다. 어리석은 인간은 그 간단한 논리를 생각조차 못하고 사는 모양입니다.

물론 나는 아직 며느리도 되보지 않았고, 올케도 되보지 않았습니다. 정말 시집이 싫어서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 말처럼 시댁식구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존재들로 느껴지는가요?
며느리도 자식입니다. 적어도 내가 울엄니를 본 결과로는...그리고 많은 시부모들이 며느리 골병들게 하려고 일부러 고생시키는 정신나간 사람들은 아닐 것입니다.

세상은 늘 인과응보의 논리로 돌아갑니다.
부모-시부모든 친정부모든-알기 우습게 아는 집안치고 자식 잘되는 일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누가뭐라든 내가 먹은 사악한 마음은 늘 떠도는 기운으로 남아 내 주위를 떠돌다가 종국에는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시집도 못가고 애도 못낳아 본 모자란 인간은 믿습니다.

세치혀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