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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이상한 만남


BY 좋은사람 2003-05-12

그애와는 11살 차이다.
말하자면 아직 학생같은 아주 젊은 아가씨와
벌써 아이가 한둘은 있을거 같은 아저씨와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다
내가 말했다
있잖아..난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야..
그래서 난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가 되었다

힘들고 외로운 날이 계속되었다
메마른 날들이었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끌어안고, 어루만지고, 사랑해주던 사람이
사라지고나자, 사랑했던 만큼 에누리없이 아팠다
하지만 그사람이 사라졌다고 사랑이 끝난건 아니다
사랑은 계속되었다.
나는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거기엔 끝이 없다는것을,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만 바라는건..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너무 메말라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여드름투성이.. 예쁘지도 않은 그애가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건 아마 내가 너무 메말라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건 내맘이 조금은 따뜻해졌다는 것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환한 웃음을 짓게 된다.
환한 웃음...
그렇게 웃으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나는 그런류의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주 잘 알고있다.
그애는 메마른 내맘에 존재감을 갖는 사람이 되어준 것이다
나는 그 존재감이 고마웠고, 일상에서 그 존재감을 자꾸 확인하고 싶었다.
훨씬 어린 그애에게 다 큰 어른이 자꾸 기대고 위로받고 싶어진다.

그 애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사람도 곧 떠날거라고 한다
그 아이가 짊어질 아픔이 내게도 느껴진다.
내가 느끼는만큼은 아니지만 그애도 나의 존재감을 느끼게 될것 같다

둘이서 생일파티도 하고,
토요일엔 '빅마마'콘서트에도 다녀왔다
요즘은 계속 '빅마마'노래를 듣는다
콘서트때 '체념'이란 노래를 들을땐, 너무 감동적으로 열창을해서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그 애는 몇곡 전부터 눈물을 흘렸다
콘서트가 끝나고는 밤늦게까지 동대문에서 쇼핑을하고
또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했다.
서로의 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바래주자고 이야기했다



어찌됐건 요즘은 많이 힘들지가 않다
깜박 잊었다던 말에도 웃으며 용서해줄수 있을만큼..
그래도 그말에는 가슴이 많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