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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치치....그대는 때론 이런 실수없이 사는 감?'


BY 박 라일락 2003-06-01


목적지로 가기위해서..
'종로3가'에서 '을지로3가'방향 3호선으로 갈아타라고 했것다...
층계를 내려오니 수많은 인파가 오른쪽 왼쪽 양방향으로 적당히 나누어 갈라선다.
사람마다 각자의 가는 길이 있나보다.
어느 쪽으로?
오른손 잽이니깐 오른쪽부터 보는 것은 당연지사.
한 눈에 확 들어오는 글자.
'을지로 3가'
마침 전철이 들어온다고 꽥~~~ 소리 치더니 내 앞에서 덜컥 정지를 한다.
그 놈(전철)착하기도 해라.
'OK! 타고 보자꾸나. 뭐 별거 아니구먼...'
오후 한 나절이라...
지하철 의자는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날 보고 앉으라고 친절까지 베푸네.
컴컴한 터널을 지나는데 왠지 아까 오던 길과 조금은 낯이 설다.
개념하지 말자.
분명 을지로3가라고 적혀 있는 것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깐...
아까 올적에 한 50분 걸렸으니...
두 눈 지그시 감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만 가기를 기다려야지..
어림짐작으로 한 30분이 흘렀는가..
눈을 떠 보니 전철안이 썰렁하고 몇몇 뿐이다.
그런데 지하철이 딱 멈추어서 더 이상 움직이지를 않는다.
'이 놈의 전철 또 고장났나?...' 나 혼자 궁시렁 궁시렁..
"여보세요. 여기서 내리세요. 다 왔어요"
옆자리 뇨자가 앙칼지게 사기그릇 깨지는 소프라노를 부른다.
차창 밖을 보니 '구파발' 명찰이 떡 붙어 있구먼..
'우 쉿~이 뇨자가 미쳤나?
내 가는 곳을 그대가 어찌 안다고 다 왔다고 야단이야..
나는 '일원'역 간단 말이야.
아직 갈 길이 한참이나 멀었구먼...' 속으로 또 궁시렁 궁시렁....
엉둥이 의자에 더 밀착 시켰지 뭐...
"아니 이 아주머니가? 여기는 종점이라 다 내려야 한다니깐 요.
똥 고집 부릴때 부리지..원 참!"
'남 이사...
똥파리 타고 미국을 왔다갔다 하기나 말기나..
전봇대로 귀청을 후비기나 말기나...별 참관이야..' 궁시렁 궁시렁..
아~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무슨 일인가...
정말로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다 갔는지 아무도 없고 전철 안은 오로지 나 홀로이다.
나 어떡하지?
할 수없이 내려서 지나가는 역무원을 붙잡고 늘어졌지 랄..
"아저씨. 일원 역은 왜 안 가고 전철이 여기서 멈추어요?"
"예? 어디서 타셨나요?"
"종로3가에서.."
"아이고 손님께서 수서로 가는 방향으로 타야 하는데 반대방향으로 타셨군요.
이쪽에서 전철이 들어 올 겁니다. 타고 거의 끝까지 가면 됩니다.
한 시간 가량 걸립니다"
뭐라고? 앞으로 한시간이 소요된다고...
병원 예약시간은 불과 20분도 안 남았는데...
2시30분 예약을 *아 컴* 행사가 지연됨에
다시 오후 4시로 미루어 달라고 통사정해서 잡은 시간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을지로3가로 가는 방향으로 타라는 것을
이 뇨자가 착각하여 지나온 방향을 보고 탔는가 보다.
어느 유행가 가시처럼 눈물이 핑 돌고 울고 싶어라.
그런데 ....
때리는 신랑보다 말리는 시어머니가 더 밉다고 했던가..
옆에 서 있던 아저씨 왈...
"아주머니. 그래도 구파발전철 탄 것 다행인줄 아 슈.
대화발 전철 탔으면 오늘 하루종일 지하철에서 보내야 할 기라요.."
꼭 바보행진 놀이하고 있다고 놀리는 어투 같은....
그렇지만 듣기 좋은 꽃놀이도 한두 번 아님 가.
그 남자 뭐가 그리 대단한 것 발견하는 것처럼 가는 내내 연속으로 재 방송하니..
'치치치...그대는 때론 이런 실수없이 사는 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데..'
못 들은 체 하고 양 귀에 솜 틀어 막았지 랑..

그래서 병원 예약은 어찌 되었느냐 고요?
ㅎㅎㅎ...
다시 폰 때려서 이래저래 사정상 좀 늦을 거라고 했더니
이비인후과 의사님께서 기다리겠다고 하더라고요.
꼭 박 2년을 질질 끌던 이비인후과 이젠 졸업했습니다.
깨끗이 다 낳았다고 수영도 하라고 하네요.
그 날의 실수로 나 생전 구파밭인지 양파 밭인지...
시골 띠기가 서울지하철 구석구석 구경 한번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