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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 보고 여행가자고 하는 땡중..세상 말세네요.


BY dndud 2003-07-11

전 미혼입니다.
얼마 전, 동네 아는 분과 함께 어떤 스님이 왔습니다.
마침 저녁 때라 집에서 백숙을 해서 다같이 먹었습니다.
저는 무교라 별로 종교에 대한 편견도 없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대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스님,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도 닦는 스님이 아니라,
큰 절을 갖고 있고, 아내와 자식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자로서는 정말 매력만점이었습니다.
일단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청년같이 보일 정도로 젊고,
돈도 많고 예전엔 대학 나와서 잠시 고급공무원도 했다고
그러더군요. 말도 청산유수고 목소리도 아주 좋았습니다.
근데 그 스님이 간 후 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계속 그가 생각나고 한번 다시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생각이냐고 떨쳐버리려고 해도 잘 되질 않았습니다.
더구나 저는 사귀는 애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멀리 있어서 외로운 건 사실입니다.
며칠 후, 그 스님이 갑자기 전화를 했습니다.
대뜸 여행 가자고 하더군요.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갑자기 머리속이 아득해지면서 입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그가 뭐라고 뭐라고 계속 말을 했는데, 전 그냥 네, 네..대답만
하다가 끊었습니다.
그 날 하루종일 우울했습니다.
우울하고 불쾌하고 사람 정말 비참해지고...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였나 싶기도 하고,
하옇든 기분 엉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스님, 이런 수법으로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귀었을까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습니다.
줏대없는 여자들이
그런 천박한 수법에 얼마나 잘 넘어갔으면 아무 여자한테나
이런 말을 할까, 생각하니 정말 인간이 추해보이더군요.
다음 날 그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얘기했습니다.
난 스님하고 전화하거나 만날 생각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그가 긴 한숨을 쉬더니 아무런 말도 안하더군요.
생각같아선 그따위로 살려면 당장 승복을 벗어버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더군요.
스님에게 남자로서 끌린 건 사실이지만 솔직히 그런 관계보다는
그냥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볼 때 그게 순리니까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그 스님을 흠모하고 싶었고
충분히 그런 대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사람을 잘못 본거죠.
그런 사람은 그렇게 쉽게 여자 만나서 또 쉽게 버리겠지요.
깊이 없이, 그냥 인형 갖고 놀듯이 그렇게 사람을 만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더 불쾌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스님을 소개한 동네분이 그를 만나고 왔는데,
저한테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하더군요.
스님을 만나러 갔더니 하는 말이,
그 아가씨가 상당히 얌전하고 착한 사람같으니
한번 뒤를 밀어주고 싶다고 하더랍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더 역겨워지더군요.
그렇게 미끼를 던지면 여자들이 저절로 넘어갔었나봅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동네분 앞에서 저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그런 인간한테 잠시라도 마음이 흔들렸던 제가 한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