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에서 -김윤진 가을 속에서 알뜰하게도 내재된 부스러기조차 긁어내고 숙달된 혀로 핥아 한낱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나이를 지내갔다 손엔 아무것도 쥐어진 것 없고 허탈의 막바지에서 춤을 추며 바보 같은 비소를 간직했으리 무표정 무관심에 길들여져 가고 희열의 향기가 궁금하기까지 긴 나날이 가을을 붙들고 그 가을은 살자 했지 살고 싶은 시간은 밀 알의 소중함을 일깨우듯 긴 잠에서 "일어서라" 부르니 그래 오너라 남은 시간들은 시작이 무서우면 끝을 보고 끝이 무서우면 시작이 계속 되는 것이라 하루 이틀 사흘 한달 아니 몇 년이 지나면 어떠리 참 잊고 잊던 시간 내 아버지 암 선고를 받고 병실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 죽어도 좋다 했지, 어버이를 위해선 병실을 지키던 그때 지금 난 머리가 없는 것 같다 내일은 아버지를 뵈러가야지 숨쉬기도 싫었던 아픔을 잊었어라 수첩이 일기장이 어디 있던가 오늘이 벌써 붉게 다가온 가을 다시 또 한 계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