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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야 안녕..


BY hjnjh 2003-09-24

한 동안 바쁜 핑계대고 별마을 이야기는 꼭꼭 묻혀버리는가 싶었다. 오랫만에 들을 쓰려니..도대체 어디 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암튼..오늘 있었던일.. 그 동안 우리 앞집 나래네가 살던집은 금곡에서 학원을 하신다는 슬이네로 주인이 바뀌었다. 주인이 바뀌면서 그동안 버려지다 시피했던 집은 나날이 새집이 되어 간다. 측량이 잘못 되어 좁아진 마당을 넓히고 다용도실을 지어 붙이고. 수도관도 다시 묻고..주인이 바쁜 와중에도 공사는 팽팽 잘도 돌아 간다. 공사하는 중에 제의가 하나 들어왔는데...우리 집 바로 앞 축대위에 있는 전나무에 대한 것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커다란 전나무가 나란히 있어서 내심 나로서는 그 전나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었고 두 그루 사이에 물탱크와 단비집이 있어..남편과는 장난스럽게 추사 김정희의 새한도(맞나??) 라고 우겨보기도 한 나무였는데.. 작년 가을 돌풍때 한그루가 그만 가지 중간이 뚝! 뿌려져 버렸던 것이다. 하마터면..우리집 쪽으로 넘어졌거나..또는 슬이네 쪽으로 넘어졌을 터였는데..다행히도 나무는 우리집도 아니고 슬이네도 아닌..쪽으로 쓰러졌었었다. 한 그루가 그랬으니..나머지 한그루에 대한 불안감은 남편에게도 남아 있었고 새로 이사온 슬이네는 2층에 누워있다 창밖을 보면.. 바람에 이리 저리 휘청거리는 그 전나무가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을터.. 태평천가 왕 무던한 나의 판단으로는..작년 태풍때 집앞쪽 낙엽송이 몇그루가 넘어졌을때도 집과는 반대쪽으로 넘어졌었고. 남아있는 전나무 한그루는 아래쪽에 물탱크가 당당히 버티고 있으므로..그다지 쉽게 전나무가 넘어지지는 않을꺼라고 우기면서 우리 집앞을 터줏대감 처럼 지켜주는 전나무가 너무도 아까웠었다. 그러나..가족을 책임지는 남자들은..결국 불안감에..공사하는 김에 포크레인의 힘을 빌어 그 나무를 아예 넘어뜨려버리자고 합의를 본 것이었다. 아침..아이들을 보내고 신문 한켠을 때리고 있는데..초인 종 소리.. 혹시 집에 큰 톱이 있지 않냐는 슬이네 아빠.. 올것이 왔구나.. 총알 처럼 튀어나가..가엽은 전나무의 마지막 모습을 봐주었다. 바로 앞에 매어있던 단비를 앞마당으로 옮겨 매주고.. 이제 두달이 다 되어가는 새끼들도 옮겨주고.. 슬이네 아빠는 안쓰러워 하는 내모습에 또 미안했는데.. 중간 부분이라도 남겨놓으려고..톱자국을 내어 놓고 있었지만.. 난 끝내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고..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쿵하는 소리가 나고..힘없이 쓰러지는 전나무의 최후를.. 부엌창을 통해서 바라보았다.. 안녕 전나무야.. 쓰러진 전나무는..냄새도 향기로웠다. 당당하게 몇십년을 제자리를 지켜왔을 전나무.. 사람들은..너무도 쉽게 자신의 안전을 위해..나무들을 베어낸다.. 결국..우린 굴러온 돌들이 아닌가.. 전나무가 없어진..집앞이 너무나 쓸쓸해 보인다.. 멀리서도 전나무가 보이면..아! 우리집! 했었는데.. 덩그렇게 놓인 마을 물탱크가 먼저 보이고.. 집에선 보이지도 않던 산쪽 공사장 축대가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난 창문의 커튼을 모두 내려버렸다. 전나무 옆에 자라던 밤나무도 뽑혀버리고.. 나무에서 떨어진 밤을 심어주었다..밤나무라도 자랐으면 하고.. 산을 의지하고 있던 우리집은..이제 벌판에 선듯하다.. 내년에..해바라기라도 잔뜩 심어야 할까보다.. 전나무야..안녕. 스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