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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BY switch 2003-11-09

-기도서-   (추영수)

 

주여

바우옆에 꿇어 앉아

바우로 굳는

저는 무엇이옵니까?

 

겨울나뭇가지 옆에 끼여

생명 잃은 나뭇가지로

바람에 시달리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빛바랜 잔디위에 엎드려

나를 모르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오늘도 저는

생선가게 좌판위에서

토막친 생선이 되어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도 전

고삐 매인 염소 새끼가 되어

몰잇군의 뒤를 따랐습니다.

 

오늘도 전

무거운 짐을 이고 땀 흘리며 가는

박물장수의 등에 업힌

애기가 되었습니다.

 

주여

수없이 병들어 죽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달리는 차와 함께 딩구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검은손을 흔들어

간교히 제 목숨만 빠져나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주여

저의 참 영혼을

불러 주시옵소서

저의 참 영혼을 보게하여

주시 옵소서

 

이 제

내 먼길 떠나

어느 만큼이나 왔습니까?

 

설움이 흘러 넘칠세라

내 항아리 싸안을

노을 빛 마음자락은

얼마만큼 익어가고 있습니까?

 

돌팔매 던져도

감싸안고

잔잔히 흐르던 강물은

또 어디만큼 흘러 갔습니까?

 

이제금

외줄에 매달린 광대인냥 흐느껴도

목숨은

아직도 다하지 않았습니까?

울음 그친 하늘이

저만큼 물러서선

또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주여

비워 주시옵소서

당신의 빛 항아리 만큼이나

온전히 비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뵙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담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에 물들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노래하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보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알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내 여정을 짐작케 하여 주시옵고

 

주여

창 밖

마른 나뭇가지에

하늘님 은총으로 물기를 되찾듯

메마른 내 영혼에

생수를 내려 주시옵소서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감동이 말라버린

생명 잃은 고엽이외다

관 속에 안이로 눈감은 시신이외다

 

주여

오뇌하게 하시옵소서

이 평안의 꽃방석에서

바늘방석의 고행을 절감케 하시옵고

근시의 백태를 베껴

눈뜨게 하시옵소서

 

내 이웃의 설움을

함께 나누고

내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하옵소서

 

주여

육교위에 엎디어

나를 향해 벌리는

때묻은 손목을 잡고

애통하는 순수를 주시옵소서

 

찢어지는 가슴을 주시옵고

각혈로 흘러 버리는

내 피를 나누어 갖는

끓는 가슴을 주시옵소서

우리들 마음 바닥에 깔려있는

동정을랑 거두어 주시옵소서

 

주여

진심으로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또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본래의 나를

되찾게 하시옵소서.

 

긴 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