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서- (추영수)
주여
바우옆에 꿇어 앉아
바우로 굳는
저는 무엇이옵니까?
겨울나뭇가지 옆에 끼여
생명 잃은 나뭇가지로
바람에 시달리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빛바랜 잔디위에 엎드려
나를 모르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오늘도 저는
생선가게 좌판위에서
토막친 생선이 되어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도 전
고삐 매인 염소 새끼가 되어
몰잇군의 뒤를 따랐습니다.
오늘도 전
무거운 짐을 이고 땀 흘리며 가는
박물장수의 등에 업힌
애기가 되었습니다.
주여
수없이 병들어 죽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달리는 차와 함께 딩구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검은손을 흔들어
간교히 제 목숨만 빠져나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주여
저의 참 영혼을
불러 주시옵소서
저의 참 영혼을 보게하여
주시 옵소서
이 제
내 먼길 떠나
어느 만큼이나 왔습니까?
설움이 흘러 넘칠세라
내 항아리 싸안을
노을 빛 마음자락은
얼마만큼 익어가고 있습니까?
돌팔매 던져도
감싸안고
잔잔히 흐르던 강물은
또 어디만큼 흘러 갔습니까?
이제금
외줄에 매달린 광대인냥 흐느껴도
목숨은
아직도 다하지 않았습니까?
울음 그친 하늘이
저만큼 물러서선
또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주여
비워 주시옵소서
당신의 빛 항아리 만큼이나
온전히 비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뵙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담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에 물들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노래하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보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알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내 여정을 짐작케 하여 주시옵고
주여
창 밖
마른 나뭇가지에
하늘님 은총으로 물기를 되찾듯
메마른 내 영혼에
생수를 내려 주시옵소서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감동이 말라버린
생명 잃은 고엽이외다
관 속에 안이로 눈감은 시신이외다
주여
오뇌하게 하시옵소서
이 평안의 꽃방석에서
바늘방석의 고행을 절감케 하시옵고
근시의 백태를 베껴
눈뜨게 하시옵소서
내 이웃의 설움을
함께 나누고
내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하옵소서
주여
육교위에 엎디어
나를 향해 벌리는
때묻은 손목을 잡고
애통하는 순수를 주시옵소서
찢어지는 가슴을 주시옵고
각혈로 흘러 버리는
내 피를 나누어 갖는
끓는 가슴을 주시옵소서
우리들 마음 바닥에 깔려있는
동정을랑 거두어 주시옵소서
주여
진심으로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또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본래의 나를
되찾게 하시옵소서.
긴 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