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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감동으로


BY 콩새 2003-12-01

작년까지만  해도 글이란 것은 재주 있는 사람들만 쓰는 것이라 생각하고

멀게 느껴졌지만 가끔씩 마음을 잡는 글이 발견되면  나도 한 번 저렇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하는 시기에 가까운 부러움이 올라오곤 했다.

 

'나는 도저히 못해'란 말은 쉽게 단정하지 못할 말이 됨을 깨달았다.

글이라면 고개 흔들던 내가 가끔씩 일기장에 한 줄 두 줄 긁적거리기

시작했고 어느 새 각종 제목 달린 글이 백여편을 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표현의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글이라곤 그 옛날 국민학교 다닐 때 검사 맡기 위한 일기를 쓴 것이

고작이고 책이라면 골치 아파했으니 당연히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결책을 찾은 것이 책이었다. 

한 두권 가벼운 수필집에서부터 '태백산맥' 과 '아리랑'등 대하소설까지

올 한 해 읽은 책만 해도 수십권이 넘으니 마흔 중반까지 읽은 책보다

더 많아 나 자신 놀라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 문고를 기웃거리며 읽고 싶은 책을 찾아 클릭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 되었고 신간을 구입하여 '신간 코너'로 구별된 책꽂이에

책을 추가하면서 행복해 하고 있다. 

 

오늘...육백여명이 모인 어느 글짓기 대회에서 꼴찌에 가까운 등위지만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분명 예전의 나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가만히 글이 내 안으로 들어 온 이유를 짚어본다. 그것은 남편의 부재로

인한 나 만의 '여유'에서 부터 찾을 수 있다.

 

올 1년 동안 글로 인해 적지 않은 남편과의 갈등이 있었지만 글짓기

대회에 직접 데려다 주고 오늘 아침  수상 소식을 먼저 살피고  멀리서

전해 주는 그 모습에 기쁨을 느낀다.

 

우리 삶은 전혀 생각지도 못할 일을 잘 만들어 내고 다가서게 하고

이렇게 작은 감동으로 휘감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며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열심히 노력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