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세종과학기지 조난사고를 계기로 알려진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의 생활상은 이 나라 이공계 연구원과 기술직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야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숨진 전재규 대원의 경우 현행법상 지원 가능한 보상금은 ‘산재보험금’뿐이다. 남극 파견 대원들은 ‘극지 등 위험지역 근무자’로 분류돼 일반 보험에 가입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법적 보상금인 산재보험금도 너무 박하다. 전 대원이 ‘계약직’ 신분으로 파견됐기 때문에 보상 기준은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인 100만원이다. 해양연구원측이 현지에서 받게될 월급 320만원으로 보상 기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라고는 하지만,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보험 가입조차 안되는 ‘위험지역’인 세종기지 대원들의 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연구원은 연간 5000만원, 전문 기술직은 3000만~4000만원선이다. 한국에서 받는 연봉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해양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은 비교도 안되고, 중국만 해도 남극에서 연봉이 본국 3~4년치 수준은 된다”고 말 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다른 국가 대원들은 본국에 돌아가면 최고 대우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1년 계약직 신분으로 파견되 는 대원들은 더 암담하다. 이들은 월동대 교체 시기가 가까워오 면 실직 신세를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해양연구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추천서’ 한 장 써주는 게 전부다. 현재 계약직 출신 대원들은 대부분 개인 사업을 하거나 알아서 직장을 구해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실상이 이렇다보니 세종기지 월동대원 중에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인맥’이나 ‘정’으로 지원한 대원들이 적지않다. 남극 월동대 출신 한 대원은 이렇게 전했다. “월급과 처우를 따지면 누가 남극에 가겠습니까. 그저 자긍심 하나로 떠나는 거죠.”
세계경제 11위(교역량기준)인 한국이지만 과학에 대한 투자만큼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