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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헤프닝


BY 나의복숭 2004-02-15

시골은 해만 빠지면 온 사방이 깜깜한게
무서울 정도로 어둡다.
걸어서 밤중에 어딜간다는건 나같은 겁보에겐
택도 없는 소리다.
그러니 저녁먹고 할게 뭐 있겠는가?
엄마 아부지 잠자리 봐드리곤
TV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곤 하는데...

원래 야행성이라 12시가 넘어야 잠을 자고
정적이기보담은 동적인 내가
컴퓨터도 없는 시골에서 지내기란 참말로
징역을 사는것같다.
엄마 아부지 병간호가 아니라
놀러와서 이렇게 지겹다면 벌써 보따리 싸서
도망을 가도 갔지....
불이라도 커면 좋겠구만
울 엄마는 환하면 잠을 못주무시니 어쩌겠는가?
깜깜한데 누워서 안오는 잠을 청하며
별별 공상을 다하다 잠이 든다.

원래 누웠다하면 누가 메고 가도 모를정도로
깊은잠을 자고 중간에 볼일보러 깨지 않는데
어제는 자다가 깼다.
생리적인 신호가 온거다.
귀찮지만 할수 있나.
엉금엉금 문쪽으로 더듬어서 마루로 나왔다.
시골집은 푸세식인 재래식 화장실인데
깜깜한 만큼 무서워서 갈 생각을 못했다.
이 나이에도 무서움을 잘타는 내가 참 싫다.

마루에 오강이 얌전하게 놓여있다.
사기 오강을 내가 깨어먹고나서
깨지지 않는 가벼운 스탠 요강을 사놓았다.
낮 같으면야 쪼르르 화장실로 달려가겠지만
깜깜한 밤. 더구나 춥긴 좀 추운가.
그러니 누가 보는 사람도 없고
에라이~
나도 오강에서 볼일 좀 보자싶었다.
양심껏 평소에는 절대 오강에서 볼일 안본다. 믿거나 말거나. ㅎㅎㅎ

졸리는 눈을 반쯤 감고서
대충 짐작만 하고 오강에 엉덩이를 걸치는데
아는 사람은 알다싶이 내 허리랑 엉덩이에 살이 좀 많나.
그 작은 오강에 제대로 앉아지질 않는거다.
중심을 잡고 다시 앉을려고 하는데
아니 몸이 허해진겨?
갑자기 기우뚱하며 그만 오강과 함께
철퍼득 주저 앉은거다.

애구 애구...
까짓거 내 엉디 찬바람에 내어놓는거야 뭐 대수겠나마는
그넘의 오강속의 고여있든 오줌이 마루로 좌악 쏟아진거여.
이기 뭔일...
잠이고 뭐고 다 달아나고 정신이 번쩍 들어서
얼른 걸레통의 걸레를 집었는데
아니 저녁에 빨아놓은 걸레조차 꽁꽁 얼어있질 않는가?
흐미..
찝질한 물은 주르르 흘러내리면서
마루문틀로 내려가는데 이일을 우야믄 좋노.

마루에 걸려있는 수건을 집어들고
양사방으로 후딱후딱 딱았다.
달밤에 체조하는것도 아니고 이기 뭐여?
냄새 안나느냐고?
물으나 마나 한 질문 하믄 실례여.
시방 내가 냄새에 신경 쓰게 됐남? 흑흑...

밖을 나가보니 깜깜한데 살을 에일 정도로 춥다.
수도 물을 틀어보니 꽁꽁 얼어있고...
할수있나
부엌으로 가서 싱크대에서 짭짤한 수건을 빨았지러.
참말로 울 오마니 오줌이지만 냄새 지독하다.

평소에 누가 싱크대에서 오줌 수건을 빤다고 했다면
'어머나...우째 그런일을..'
했을껀데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그럴수도 있구나 싶었다. 안그런들 어쩌겠나만....ㅎㅎㅎ

날이 밝았다.
마루 문을 여니
노르스름한 얼음이 군데 군데 박혀 있었다.
오늘 이거 딱느라고 아침부터 힘 다 빼겠구만. 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