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65

현명한 아내...


BY 그럼에도 불구하 2004-02-18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 한다.

'가정'은 우리의 보금자리라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처음 한 사람은 분명히 남자일께다.

가정은 여자들에겐 곧 직장이니까.

남자들은 결혼을 하면서 퇴근 후 맘편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기지만, 여자는 결혼을 하면서 '주부'라는 또 하나의 직업이 생긴다.

 

내가 결혼전 생각한 가정은 편안하고, 위로가 되고, 언제나 나를 

넉넉히 안아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거였다.

하지만 결혼 후 가정은 나에게 힘겨운 노동장소요, 늘 아이들과 싸워야

하는 전쟁터요, 늘 남편을 기다리고 뒷치닥거리해야하는 그런 자리였다.

거기서 나는 항상 나의 희생에 대해 강조하며 왜 가족들은 나에게 그만

큼의 위안이 되지 못하는지 늘 불만스럽고, 그래서 더욱 짜증내고, 자주

화만 내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가정은 여자들의 희생을 통하여 비로소 남자와 아이들에게 '보금자리'가

된다는 것을.

어쩌면 내가 결혼 전 누렸던 가정이라는 안식처도 아마 나의 어머니의 희

생을 통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현명한 아내'였던 것이다.

 

나는 가족에 대해, 가정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를 깨끗이 접기로 했다.

가족은 내가 위안 받는 곳이 아니라, 내가 열심히 일해야하는 노동의 장소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가족에게 기대했던 것들을 이제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 다른 일, 다른 만족감을 찾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