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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과 강준만은 내게 선생과도 같은 사람들이다. 깨어있는 정치의식을 갖고자 하나 내 의식의 잣대가, 보폭이 적절한지 자신이 없었을 때 나는 그들에게서 해답을 찾곤했다. 탄핵정국을 바라보며 더할 수 없는 씁쓸함으로 뉴스를 보는것조차 역겨워지던 차, 오늘 이 글을 발견한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가진 무수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갈 곳을 잃게 만들었다' 아래, 김민웅의 글 중에 나오는 이 한 문장은 요즘의 내 딜레마이기도하다.
아! 민주당이여! 다시 일어서라!
(다음은 프레시안에 실린 김민웅 님의 글)
한나라당의 정치적 퇴패는 아쉬울 것이 없다. 그러나 “민주당의 눈물”은 사뭇 가슴을 아리게 한다. 냉전수구 및 부패세력으로 낙인찍힌 한나라당과 탄핵가결의 과정에서 결탁함으로써 민주개혁진영을 이탈 내지 배신했다는 오명 아래 처참한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민주당이 과연 이 시대의 역사적 발전을 가로막는 냉전수구세력이었던가 라는 질문 앞에서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눈물이 가슴 아린 것은...
잘못이 있다면, 노무현 정권의 적지 않은 정치적 파행으로 발생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국민적 공론의 장에 넘겨 국민들 스스로가 이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치적 전망과 정책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이를 극복해가는 방책을 세우지 못하고, 정략적 수준에서 대응하는 오류에 빠졌다는 점일 것이다. 지도부의 돌이키기 어려운 오판과 실책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국민과 함께 가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우습게 여긴 채 정파적 이해를 앞세운 오만의 결과이다. 자유주의적 보수정치의 틀 속에 있기는 하나 평화개혁세력의 본산(本山)이라는 자신의 전통적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채, 정략적 대치선을 만들어 승리하는 일에 몰두해버린 지점에서 직면하고 있는 비극이다.
개별 정치인의 차이가 있긴 하나 전체적으로 볼 때 민주당이 개혁에 수구적으로 저항해왔다거나 호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의 봉건적 정치에 매몰되어 왔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집권당의 위치에서 남북간 평화정책의 추진에 힘을 실어왔고 오랜 지역 차별에 대한 교정의 정치를 위해 노력해온 기록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라크 침략 전쟁 동조 파병에 대한 반대를 권고당론을 결정한 바 있듯이 (그 동기에 있어서 노무현 정권과의 대치선을 위한 정략성도 있었으나 이를 주동적으로 추진한 세력은 일관해서 반전평화 정책을 내세운 세력이었다) 파병 가결을 해버린 열린 우리당에 비해 민족적으로나 인류적 차원의 도도성에 있어서 나으면 나았지 결코 못하지 않다.
압축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민주당의 존재는 영남 패권주의적 기존질서에서 소외되었던 호남의 정치적 발언권을 강화시키는 균형자의 역할을 하는데 크게 이바지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적 동력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한계는 있으나 서민 친화적 경제정책의 집행과 파병반대에 이르는 반전평화의 정치적 보루로서의 임무를 수행해온 대목이 분명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자산을 가지고 하는 정치
따라서 민주당의 오늘날과 같은 비극적 쇠락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지켜왔던 이러한 정치적, 민족적 자산은 가볍게 저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의 경우 도리어 냉전수구세력의 분파인 한나라당 출신들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며 열린 우리당의 경우 주체적인 남북평화정책의 추진보다는 종미적(從美的) 자세를 지닌 세력이 지배적 위치에 있고 파병 가결에서 보였듯이 반전평화의지가 민주당에 비해 한결 떨어짐을 확인하게 된다.
민주당은 기실, 이런 자신의 자산을 보다 강력하게 내세워 오늘의 현실을 돌파하는 정책의 기조를 내세우는 방향으로 정국대처 능력을 보였어야 했으며, 탄핵이 아니라 파병 반대를 한 당 답게 그 문제를 가지고 헌법정신을 기준으로 하야논쟁을 주도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혼선을 국민적 논쟁으로 이끌었다면 상황은 아마도 달랐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말해서 노무현 정권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과연 이대로 4년을 더 맡길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국민소환권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면, 야당으로서의 역할도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전통도 모두의 자산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탄핵 하나만을 가지고 정국 전체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아니라, 보다 많은 논제를 가지고 우리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열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단견으로 스스로를 망치고 말았다. 또한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가진 무수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갈 곳을 잃게 만들었다. 이것은 모든 정당이 깊이 응시해야 할 교훈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자산의 가치를 중심으로 국민적 호소력을 갖는 정당이 될 때 성공하는 것이다.
돌이키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을까? 내분과 노선의 혼란으로 몰락의 지경에 처한 민주당의 현실은 보수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에 충실하지 못한 정치세력의 비통한 자리를 드러내고 있다.
증오와 원한의 정치, 그리고 강준만의 슬픔
그러나 이렇게 비판의 칼을 그대로 날카롭게 세우기에는 민주당이 겪은 통한의 과정도 함께 고려해주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오늘의 현실은 민주당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대목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논객이자 김대중, 노무현 2대에 걸쳐 이 사회의 기득권이 능멸하고 편견으로 대한 인물들을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정통성을 갖도록 만드는 일에 진력을 다해온 강준만 교수는 한국일보에 그가 연재해온 칼럼을 중단하면서 그의 아픈 마음을 토로한다.
그 글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편지 형식으로 그에 대한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깊은 애정을 담아 개혁을 명분으로 하여 어제의 동지들을 대상으로 칼을 꽂는 분열주의적 정치의 폐해와 그로 인한 고통을 쏟아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님. 외람됩니다만 저는 몇 개월 후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모든 일이 대통령님께서 원하고 기대하시는 대로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님께 위로보다는 고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분간 한가한 시간을 ‘학습’과 재충전의 기회로 삼으시면서 제 고언을 음미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3, 4개월 전 민주당 분당과 관련하여 열린 우리당을 강하게 비판했었습니다. 대통령님도 비판했지요. 그 후 저는 정치에 관한 글쓰기를 중단했습니다.....지금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대화 불능의 상태입니다. 도무지 저 같은 중간파가 설 땅이 없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을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양극으로 갈려 이 모양인데 대통령님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어떠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극단적 분열주의의 문제
저는 이런 극단적 분열주의에 대해 과거 대통령님을 열렬히 지지하는 책들을 썼던 사람으로서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도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저는 탄핵안 가결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분노하고 개탄하는 사람입니다만, 열린 우리당의 비판 내용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통령님과 열린우리당이 추구하는 숭고한 목적을 모르지 않습니다. 제가 동의할 수 없었던 건 그 방법론이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저주를 이용해 과거의 민주화 동지들에 대한 사실상의 ‘인격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신당 창당에 대한 생각을 달리 한다고 해서 민주당에 남은 사람들만 어떻게 하루아침에 ‘반(反) 개혁, 친(親) 부패, 지역주의 기생세력’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들이 느꼈을 인간적 배신감과 모멸감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셨습니까? 감옥 가서 고생하는 건 나중에 명예나 되지요. 그런 식으로 모멸을 당하는 건 감옥에 몇 년간 처박히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일 겁니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국민적 혐오와 저주의 대상이라 하더라도 그들도 자식들에게 지키고 싶은 명예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저질러진 ‘호남 소외’를 누구보다 더 잘 아실 대통령님께서 영호남 지역주의를 양비론으로 대하는 것도 전혀 옳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대통령님께선 그런 것들은 개혁과 미래를 위해선 ‘작은 문제’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저는 바로 그런 생각을 재고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증오와 원한을 만들지 마십시오. 더디 가더라도 화해와 타협을 해가면서 우리는 옳은 길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열렬한 지지자들에게도 사랑과 관용을 호소해 주십시오. 대통령님이 모든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될 자질과 역량이 충분한 분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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