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실록'이라 이름 붙인다.
얼마전부터 막연했던 생각이 오늘 비로소 구체화 되었다.
그리고 중대 결심을 한다
요 몇년간 나는 지역의 역사문화 운동가라는 새로운 길을 찾느라 소설가로서의 내 직분에 스스로 소홀하였다.
그러나 오늘 나는 소설가로서의 내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고자 다짐한다.
거기엔 지역문화운동가로서, 역사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한다.
그래서 그동안 내가 주로 써먹던 '역사애호가' 딱지도 떼어 버리겠다.
이제 나는 역사가 노릇도 해보겠다.
지금 원흥이의 역사, 아니 청주의 역사를 정확히 기록 하겠다.
이 결심의 배경은,
지금 여기 원흥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청주에서 원흥이가 갖는 의미, 청주의 역사 속에서 원흥이의 위치,
원흥이 안과 밖에서 지금 청주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을 느꼈다.
이건 원흥이 현장에 깊숙히 발들여 놓은 나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자,
원흥이에 청주의 역사와 청주의 미래가 담겨있다는 걸 고민하는 사람이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원흥이 기록자로 나선다.
내년 여름쯤 이원흥이 실록을 완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이 원흥이 실록 소설에는 참으로 많은 인물이 등장할 것이다.
등장인물은 모두 실명이다.
토지공사와 대보건설 직원들.,
원흥이에 오든 안오든, 지금 청주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쓰여질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보다 더 냉정하게 주의 깊게 원흥이와 사람들을 들여다 볼 것이다.
원흥이에서 토지공사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어떤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가.
그들이 우리 청주 땅에 와서 우리 청주 사람들의 공동체를 어떻게 분열 시키고 있는가.
청주의 환경을 역사를 사람들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가를 똑똑히 기록할 것이가.
이재영이란 토지공사 현장 소장이 전국 기업인 토지공사의 일원으로 아니 똘마니로서 어떻게 대보건설을 조이고, 청주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가.
대보건설이 어떻게 공사를 하고 있는가.
누가 원흥이에 와서 진정성을 다하는가.
누가 원흥이를 가지고 이용하는가.
누가 원흥이와 청주 사람들을 가지고 장난치는가.
누가 원흥이를 배신하는가를
철저히 지켜보고 글로 남길 것이다.
역사에서의 기록에 어떤 사람으로 남는가는 순전히 등장 인물들의 몫이다.
또한 나 스스로도 원흥이로 인해 얼마나 변화하고, 내 삶이 얼마나 진지해졌는지,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맞아 내가 어떤 사람으로 거듭나지는지, ,
어려울 때 함께 해주는 사람을 어떻게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는지,
어떻게 함께 청주의 역사를 만들어가는지를
깊이 들여다보고 정직하게 기록해 나갈 것이다.
그러자면 형식은 자전적 소설이 될 텐데, 좀더 고민해 보기로 하고,
어쨌거나 분명한 건,
원흥이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엄격하게 그려내고, 다루겠다는 것이다.
훗날, 이 실록을 청주의 역사적 자료, 혹은 교육의 자료로서 쓸 수 있도록.
주(이글은 소설가로 청주 역사 문화학교 대표로 원흥리 두꺼비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고 계신 김해숙 선생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