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등 공익활동에 앞장서온 인기개그우먼 김미화씨가 가정폭력과 외도 등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여성계는 ‘야구방망이 폭행’사건으로 파경을 맞았던 개그우먼 이경실씨, 외도가 문제가 된 탤런트 최진실씨 사건에 이어 김씨 사건도 아내의 가정경제 주도와 관련이 있고 이혼제기에 따른 양육권 다툼과 가정폭력 문제등이 얽혀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 성역할 전환에 거부감〓여성학 전문가들은 우리사회에서 ‘가사·양육〓여성, 경제활동〓남성’이라는 기존 가정내 성역할이 양성평등 구조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지만 의식변화가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파경의 한 이유로 보고 있다. 성신여대 김태현(가족학) 교수는 “전통 가족구조가 유지되는 사회에서 성역할이 전도된 남성들은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며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이 이혼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정폭력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에 비해 수입이 월등한 여성연예인들의 중년 이혼이나 파경에는 이같은 모습이 더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가정폭력 등 전통적 이혼사유 증가추세〓이혼소송이나 파경의 직접적 이유가 가정폭력, 외도 등 전통적 사유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실제 지난 1998년 가정폭력특별법 시행후 가정폭력을 이혼소송의 직접 사유로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성부 집계에 따르면 2002년 전국가정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17만7413건으로 해마다 4∼5%씩 상승하고 있다. 경찰청의 가정폭력사범검거 건수 역시 해마다 늘고 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경제활동 구조의 변화와 함께 가정내 양성평등 의식도 뚜렷이 확산됐다”며 “참고 살지 않겠다는 의식과 배우자 윤리가 더욱 강조되면서 가정폭력이나 외도같은 전통적 이혼 사유를 직접적 파경원인으로 제시하는 사례가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양육권 판결 등에 주목〓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여성계는 일단 김미화씨의 경우 사생활 문제인 만큼 개인의사를 중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향후 양육권 분쟁 등이 법정으로 비화할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간 연예활동중에도 호주제폐지, 참부모모임, 반전평화집회 등에서 홍보대사나 사회자로 적극 활동하는 등 여성·사회단체와 상당한 친분을 쌓아왔다. 여성민우회 정강자대표는 “결혼이후 계속 직업을 가져온 비전업주부인 김씨에 대한 양육권판결은 향후 비슷한 사례에 시금석이 될 수 있다”며 “요청이 있을 경우 이혼 진행과정이나 자녀양육권 확보를 위해 여성계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인표기자 lip@ 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