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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조선일보에 전면전 선포


BY 조선폐간 2004-04-30

MBC 보도제작국 기자들이 12일과 13일 기자총회를 잇달아 열어, 조선일보에 대한 전면전 선포를 결의했다.

최근 조선일보의 MBC에 대한 비판 기사가, 정도를 넘어 왜곡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기자총회에서 프로그램을 통한 반박을 비롯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 조선일보에 정면 대응키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최승호)와 MBC 기자회 또한 보도제작국 기자들이 결의한 조선일보와의 전면전 선언을 지지하는 성명이나 입장을 곧 발표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전사적 차원의 대결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MBC 보도제작국 기자들 13일 오후 발표한 성명서 전문



조선일보가 MBC 시사 프로그램들의 비판을 받을 때마다 내뱉는 소리가 있다. "너희들은 군부독재의 시녀였으면서 왜 그러냐"는 것이다.

말은 맞다. 이 땅에 방송이라는 것이 생기고 난 후 적어도 87년 6월 항쟁까지는, 혹은 그 이후 상당 기간까지도 권력의 시녀 역할을 전면적이든 일부든 해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땡전뉴스의 당사자였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국민을 외면한 범죄행위였다는 사실에 대해 여러 차례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사과의 행위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당연히 가능하지만 그것이 조선일보가 한 차례도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명분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는 사과하지 않는 것일까? 

거기에 진실의 열쇠가 있고, MBC와 조선일보의 차이가 존재한다.

일제 하의 친일행적부터 4.15 총선 와중의 왜곡보도까지 한국현대사의 맥 속에 조선일보는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표출해왔고 적어도 김영삼 정권 당시까지는 이를 대부분, 이후에는 상당 부분 관철시켰다. 그 이해관계라는 것은 누구의 이해관계인가?

바로 방씨 일가의 이해관계다.

일제 36년 지배의 대가로 들어온 대일 청구권 자금의 일부가 방씨 소유의 코리아나호텔 건립을 위해 쓰여졌다는 것을 모르고는 조선일보가 왜 박정희 3선 개헌 투표 전날 ‘영광의 후퇴보다 전진의 십자가’라는 공화당 기관지 수준의 기사를 실었는지 알 수가 없다.

80년 5월 광주 시민을 도륙한 살인마들의 ‘화려한 휴가’가 끝난 뒤 “계엄군은 일반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소화한 희생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칭찬한 조선일보가 어떤 대가를 받았는가는 5공 시절이야말로 조선일보가 1등 신문으로 사세를 키운 시기였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조선일보, 즉 방씨 일가는 일제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를 옥죈 모순에 주체로서 참여한 것이지 단 한번도 ‘어찌할 수 없는 권력에 눌려서’ 그랬던 적이 없다.

여기에 “조선일보가 왜 사과하지 않을까?”라는 순진한 질문의 답이 있는 것이고, 객체로서 참여를 강요당했던 MBC와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그렇게 집요하게 친일을 변명하고, 이승만부터 박정희까지의 독재체제를 옹호함은 물론 전두환에 대한 심판마저 역사의 단절이라며 혹세무민해온 것은 바로 그 질곡에 조선일보가 깊이 관여했기 때문이다. 과거사를 부정하는 순간 방씨 일가의 죄과를 인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권력의 객체가 되었던 MBC인들은 스스로를 굴종시키는 모순을 탈피하고자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 투쟁했고, 오늘날 소위 ‘개혁정권’이 소위 ‘보수 경영진’을 어찌할 수 없는 독립성을 쟁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과거사 청산은 조선일보 스스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방씨 일가의 지배가 공고히 유지되는 한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은 세무조사로부터 방씨들을 보호하려는 성명서를 발표할 때나 유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일보의 과거 청산은 외부의 힘으로 이뤄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당사자가 MBC의 언론인들이라는 것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의 과거 청산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한국사회를 옥죄어 온 수구 냉전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MBC 내부에 조선일보에 대한 대응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골치 아픈 문제는 피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경영진, 간부들의 기회주의와 “내 프로그램을 건드리는 것도 아닌데…”라는 현장의 안이함이야말로 그동안 조선일보가 조폭적 태도로 방송을 대해온 이유이다.

우리는 조선일보와 감정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시사 프로그램이든 뉴스든 다큐멘터리든 이 책무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2004년 4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